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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Aug 22. 2023

책 리뷰 - {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셜/ 제임스 R. 헤거티 지음. 정유성 옮김/ 395page

&. 우리의 삶을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드는 부고(訃告)의 세계


 저자 제임스 R. 해거티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서 기자 편집자와 부고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아온 800여 명의 인생 이야기를 썼다. 그러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 즉 부고를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부고를 쓰면서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 했으며, 삶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솔직 담백하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인생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누구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났던 좋은 일들에 대해 감사를 전할 수도 있다. 타인의 부고를 쓰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할 때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이나 음성기록을 남겼는지 묻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고를 쓰는 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큰 성공을 했거나 덕망 있는 사람만 부고를 낼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할 자격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개요와 세부사항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절한 요소를 배치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상황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생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는데 인생 이야기를 쓰는 법과 배울 수 있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믿음을 강하게 품게 되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견뎌 내면서 성공법을 찾았고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세상은 계속 돌아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매일 전해지는 뉴스가 희망적이지 않을 때 저자는 최근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서 부고란을 펼치고 자신을 다잡는 시간을 갖으라고 조언한다. 부고 기사를 읽다 보면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있는 대로 평가하면서 견고해진 낙관주의자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공하는 법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생계를 꾸리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횡재를 누리는 법을 발견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면 실제 인생 이야기들을 통해 무엇을 넣고 빼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좋은 이야기가 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도록 한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의 형태로 아주 짧게 소식을 전한다. 그중 가장 나은 것을 보관하면 그 또한 인생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나의 인생을 정리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좋은 나침반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글로 쓰기 힘들다면 녹음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목소리가 그대로 보존된다는 이점이 있고 글쓰기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연대순은 명확하고 분명한 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야기를 끝낸 뒤에도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내용을 다시 배열하면 된다. 지치지 않으려면 녹음 시간을 한 번에 30분 이내로 하고 에피소드마다 끊어서 녹음하길 권한다.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면 편집을 해야 한다. 녹음 내용은 직접 타이핑하거나 녹취를 이용하여 글로 옮겨 읽으면서 지루한 구절을 삭제하고 의미가 모호한 부분은 분명히 한다.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알려 달라고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원고를 편집한 뒤에는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형식에 맞춰서 저장한다. 편집한 원고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하면 더욱 친밀감 있는 기록으로 만들 수 있다. 가족에게는 내용을 어느 곳에 저장했는지 장소를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꽃 바구니


&.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애를 직접 글로 적어본다. 주요 사항은 대략적인 개요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개요를 짜기 위해서는 주제 목록 같은 몇 가지 메모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어 두면 좋다. 예를 들면 어릴 적 기억, 처음으로 사귄 친구, 가족의 행복과 불행, 학창 시절, 직장생활, 낭만적인 연애, 열정, 성공과 실패, 살면서 얻은 교훈 같은 것들이 있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이면 되고 모든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보도록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도록 권한다. 하루에 15분~ 20분 정도씩 계획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쓰면 집중력이 올라가고 경솔한 표현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쓰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오는데 그것을 메모해 나가면 도움이 된다. 매주 1~3회 시간을 짧게라도 정해놓는 식이 좋다. 이른 아침 모닝커피를 마신 후나 밤 시간도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이다. 저녁형 인간이거나 일하는 시간대가 불규칙한 사람은 일정을 다르게 짜도록 하며 꾸준히 쓰도록 한다. 인생의 이야기를 다 쓴 뒤에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부분을 덜어내면 좋다. 부고에 무엇을 넣을지 결정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 도움이 된다.


-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 무엇이 당신을 큰 소리로 웃게 했는가?

-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 자신의 묘비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


저자는 부고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요소들을 정리해 주었다. 출생일, 태어난 순서, 사망일, 이름에 얽힌 사연, 태어난 곳과 자란 곳, 부모님의 이름과 직업, 가족의 형태, 종교의 유무, 삶에 영향을 준 요인들, 초년의 관심사와 직업,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 자녀의 성명과 출생일, 학업적 성취, 군복무 경험, 사회생활, 공동생활, 외부활동, 수집품, 별난 생각, 불만거리, 취미, 기이한 버릇, 가장 재미있던 추억, 사진 등이다. 다른 사람의 부고를 쓰기 위해 인터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질문 목록을 만드는 일이다.  진실에 가까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하며 정중하게 캐묻는다.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인터뷰는 느긋한 대화 같아야 한다. 서로 탐색하면서 양측 모두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정중하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며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을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질문을 하면 그에 대답한 내용들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오고 그것들을 정리하면 인생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부고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슬픔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사람이 고인의 재미있는 버릇이나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을 상기시켜 준다면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좋은 기록이 된다. 먼저 개요를 작성해 본다. 일단은 떠오르는 순서대로 나열하여 적는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논리적 순서를 생각하고 그에 따라 목록을 다시 정렬해 본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한 생각은 글을 쓰면서 발전시켜 나간다. 불완전한 개요라 하더라도 우리가 쓸 글의 전반적인 로드맵과 출발점이 되어 준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우리 인생의 출발점인 출생부터 시작하거나 조상들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며 시작할 수도 있다. 이야기의 첫머리에 넣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나중에 떠오를 수도 있다. 어떤 어조로 써야 할까?  문장은 대체로 짧고 간결하게 쓰도록 하며 긴 문장도 적절히 섞어 쓴다. 너무 전문적인 단어를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형용사는 되도록 빼는 편이 좋다. 그리고 수동태보다는 능동태를 사용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동떨어진 일화의 나열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일화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우리 시대에 대해 어떤 사실을 알려 주는지도 설명해 본다. 초고를 큰 소리로 읽어본다. 어색한 문구를 찾아서 고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되도록 생생하게 묘사하는 게 좋다.



&.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저자 어머니의 이야기)


저자는 2004년부터 78세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기자 출신 어머니를 저자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들을 기록했다. 부고라기보다는 어머니 전기문같이 보인다. 어쨌든 어머니의 일생을 세세하게 다루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건 아주 잘한 일이다. 어머니는 사우스다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아메리칸 뉴스> 기자로 사회면 기사를 쓰게 된다. 병원과 학교 이사회를 취재하고 특집 기사를 작성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메릴린 게일 한센은 1926년 5월 30일 사우스 다코타주 피아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마스 한센은 덴마크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마스는 9남매 중 여섯째로 스물두 살에 이민하여 1908년 뉴욕에 도착한다. 마스는 185센티미터의 마른 체격이었고 어려서 부러졌던 뼈로 인해 다리를 절뚝거렸다고 한다. 제공받은 호콘 카운터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만 척박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 후에 식료품 도매 회사에서 배송직원으로 바쁘게 일했다. 메릴린 어머니 티라 리밋은 이민자의 딸로 카페에서 일했고 5남매 중 넷째였다. 소도시에 살았지만 닭을 키웠고 젖소도 한두 마리 키웠다. 티라 리밋은 메릴린이 아홉 살 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집에는 성경과 서부 소설 몇 권이 전부였다. 아버지 마스는 피아에서 발행되는 신문 편집자를 소개해준다. 교회에 반드시 가야 했고 고교 신문부에서 활동했으며 졸업앨범 편집도 맡았다. 타이핑을 잘했고 질문하는 걸 알았다. 매릴린은 광고지에서 편집자를 보조하는 조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교 2 때 아빠가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참전 중인 오빠들을 대신해 세 자매가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사우스코타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고 1947년 대학신문 편집장이 되었다. 스무세 살 때 결혼했고 1950년대 세 아이가 태어나면서 경력이 중단되었다가 후에 반도체회사가 발행하는 업계 신문의 통신원이 되었다. 1960년대 중반 릴린은 <그랜드 포크스 헤럴드> 교육 위원회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칼럼 중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에 관해 쓴 칼럼은 해마다 재인쇄가 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 메릴린은 지역  행사 및 인물에 대한 칼럼과 레스토랑에 대한 글도 썼다. 83세의 나이에도 거의 풀타임으로 일하고 레스토랑 올리브 가든에 관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썼다. 인터넷에서 몇몇 사람들이 비꼬는 댓글을 달았는데 메릴린의 거침없는 반응에 세계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방송출연과 전국의 신문에서 그녀에 관한 기사를 냈다. 어머니가 유명인사가 되고 저자는 <월스트리트 저널> 어머니에 대한 글을 썼다. 기사가 나가고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메일을 받았다. 뉴스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레스토랑 이슈에 대해 논평을 요청하면서 어머니의 명성은 이어졌다. <그랜드포크스 : 128개 리뷰로 보는 미국 식당의 역사>가 2023년 출간되었다. 저자는 여전히 책과 출판물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들을 적어 본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꽃 바구니

인생 이야기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에피소드를 넣을 수는 없다. 그런 글은 독자는 물론이고 자신마저 따분하게 만든다. 그래서 저자는 삶이 왜 이렇게 흘러 왔는지 설명하는 데 있어 재미있거나 교훈적이거나 유익한 내용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부모의 인생 이야기에는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이 담겨야 한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겪었던 특이한 에피소드를 넣는 것이 좋다. 저자는 삶의 의지를 다잡아야 할 때마다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빅터 플랭클이 1964년에 완성한 짧은 책을 떠 올린다. 그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은 회고록이자 심리학이며 삶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프랭클의 부모와 형제, 임신한 아내는 홀로 코스트로 사망했다.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다카우 수용소를 전전하며 3년을 견뎠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불행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한다. 친절은 적은 노력으로도 자신의 세상에 대해 더 긍정적인 마음을 품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면 상대도 친절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는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셈이다.


미국의 부고 작가들은 출처를 밝히고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제약이 강하지만 영국식의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부고 작업으로부터 꽤 영향을 받긴 했다. 미국 최고의 신문들에 실리는 부고는 업적, 명예, 친구들의 찬사를 지루하게 나열한 목록 형태를 탈피하여 사회적 인지도나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전해 주는 생동감 넘치는 '미니 전기'로 발전했다. 부고 쓰기는 이제 예술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2001년에는 어느 거장이 쓴 송별사 모음집 < 뉴욕 타임스의 전설적 기자 로버트 맥길 토머스 주니어>가 쓴 최고의 부고 52편이 출간되었다. 당신도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낼 수 있다. 일찍 시작하면 인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성찰하면서 더 나은 방향 감각과 목적의식을 갖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편지, 일기, 게시물, 추억이 담긴 스크랩과 애착이 가는 물건들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관대함의 표현이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사람들에게 전해 줄 기회이기도 하다. 실패를 인정하고 주어진 행운에 감사하고 도움의 손길에 감사함을 전하는 방법이다.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서툴고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삶에 대해 발견한 통찰은 자신에게 주는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 기록한 것들의 소중함과 사랑의 편지 공개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책을 읽으며 살아온 기록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됨을 알게 되었다. 천주교에서 2002년 남편과 함께 세례를 받았고 세례명은 대천사 중 남편은 미카엘 & 나는 미카엘라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부부의사소통 프로그램'인 ME봉사부부로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 메리지 앤 카운터에서 어린 시절부터 배우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했던 부분들을 정리해서 발표문을 만들어 놓은 것에 감사했다. 그중에 죽음을 가상해서 남편과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공개한다. 주말 발표 때 이 내용을 읽는 데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다. 죽음의 끝에서 다시 삶을 바라보면 모든 게 은총임을 알게 된다. 죽음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두려워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 피해왔다. 이웃의 죽음을 보면서도 막연하게 나와는 상관없다 여겼다. 그러나 얼마 전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죽음을 보면서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은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삶을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로 용기를 내었다. 아래 내용은 남편의 죽음을 가상해서 주고받은 편지이다.  


사랑하는 미카엘라에게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것처럼 두렵고 암울한 느낌입니다.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데 벌써 당신 곁을 떠나야 한다니 살면서 못해준 것만 떠올라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혜롭고 이해심 많은 당신, 나와 혼인하여 가족들을 위해 젊은 시절 다 보내고 항상 가족을 우선으로 살아온 당신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카엘라!

당신을 처음 만나 당신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에 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행복했었던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두 손 꼭 잡고 우리의 소망을 하나씩 하나씩 말하면서 앞날의 희망을 설계하고 다짐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지도 못하고, 왜 그렇게 모질게 대했는지 부끄럽습니다. 생활비도 넉넉히 주지 못하면서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눈총을 주어 돈 얘기만 나오면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움츠러들게 만들었지요.  


당신이 큰 수술을 앞두고 입원해 있을 때도 회사 행사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무서워하는 당신을 두고 무정하게 나와 버렸지요. 그때 당신의 간절했던 눈빛을 떠올리면 차마 당신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좀 살만한 데 볼 수 없는 곳으로 먼 길 떠나간다니 후회스러움이 먹구름처럼 밀려옵니다.


사랑하는 미카엘라!

종갓집 맏며느리로 딸 둘 낳고 대 이을 아들 낳아야 마음이 편하다며, 힘들게 아들 낳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내 품에 안겨 나를 만난 것은 로또 당첨이라며, 신혼처럼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했었는데, 이제 당신과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당신의 고운 눈빛도, 따뜻한 손길도, 낭랑한 목소리도 늘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으로 가야 하니~~ 폭풍 치는 밤바다에 홀로 있는 것처럼 두렵고 무섭습니다.


미카엘라! 당신에게 서운하게 했던 모든 것 용서를 청합니다. 생각해 보니 당신과 함께 한 순간들이 행복이었으며 주님의 축복이었습니다. 못난 남편과 살아 주어 고맙습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미카엘로부터  

       

 

사랑하는 미카엘에게

당신과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헤어져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처럼 무섭고 두려운 느낌입니다.  실바람만 불어도 금방 숨이 멈출 것 같은 당신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저려 옵니다. 당신과 오래도록 함께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내 곁을 훌쩍 떠나간다니 허망합니다.


미카엘

살면서 당신이 준 사랑에 비하면 절반도 배려하지 못했다는 후회스러움과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네요. 지금까지 생활비 한번 거르지 않은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당신인데, 고마운 마음은 갖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며 투정을 부려서 당신 자존심을 상하게 했었지요. 남을 위해서는 친절하게 봉사하고 잘 챙겨 주면서, 정작 소중한 당신에게는 알아서 하겠지 하며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 걸...


사랑하는 미카엘

연애할 때 영원히 사랑한다고 적은 메모지를 건네주면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다짐하던 당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렵게 낳은 귀한 아들 이제 장성해서 혼인할 때도 다 되었는데, 결혼식장에서 혼자 외롭게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큰 딸 신혼여행 갔다 와서 남은 짐 챙겨 신혼집에 갈 때, 돌아서서 참았던 눈물을 말없이 흘리던 순수하고 속 깊은 당신이었지요. 누구보다도 가정적이고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 준 당신과 영원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고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미카엘

이제는 “여보 식사해요”“오늘 힘들었지?” “사랑해” 이런 사소한 일상조차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당신에게 줄 사랑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간다니 안타깝고 애절합니다. 여보! 그동안 당신에게 마음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었던 모든 것들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그동안 나의 남편으로써 우리 집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미카엘라로부터       


8월 16일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검토 후 메일로 직접 의사소통을 부탁한다는 메일이었다. 출판사 인플루엔셜에서 구독자분들께 추천할만한 도서가 출간되어 브런치 리뷰를 제안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심도 깊게 담은 책이다. 영미권에서는 부고는 한 사람의 삶의 의미가 깃든 이야기의 형태로 전하며 입체적으로 인물을 조명한다. 매일 부고 기사를 쓰며 수많은 인생 이야기와 마주한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부고의 체계로 인내하며 '모든 인생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공부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해인, 이금희, 유성호, 남궁인! 명사들의 강력 추천! 한 책으로 알려졌다. 회신을 드렸고 책을 받아서 읽고 리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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