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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Dec 12. 2023

당황스럽네, 요런 헤어 스타일

미장원을 바꿨더니~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데 헤어 스타일만큼 영향을 주는 게 또 있을까? 그래서 머리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용실을 다녀서 마음에 들게 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7일 날 둘째 결혼기념일이라서 축하도 해 줄 겸 저녁 먹고 집으로 와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오전에 미사도 없어 뭘 할까 하다가 머리를 자르려고 가던 미용실에 전화를 했다. 사실 그냥 갈까 하다가 혹시 예약된 손님이 있을까 봐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통화 중이어서 직통으로 걸었다. 웬일인지 목소리가 멀다. 아니나 다를까 태국 여행 중이란다. 어쩔 수 머리 자르긴 어렵겠다 싶었고 그래도 가서 허탕을 치느니 미리 전화를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들어가 읽고 있는 책리뷰를 하다가 그래도 오늘이 한가해서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도 미용실은 여러 곳이 있다. 오며 가며 갈까 말까 망설였던 미용실들도 다. 매 번 차 타고 가느니 가까운 곳에 가볼까? 그래서 용기를 내서 가봤다. 그러나 미장원은 쉽게 바꾸는 게 아님을 머리를 자르고서 또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머리가 굵고 숱이 많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가늘고 숱이 없어 아침마다 헤어 롤로 말아서 되도록 풍성하게 보이려 위장술을 쓰고 있다. 모발이 약해서 파마를 안 한 지는 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그나마 반곱슬이라서 헤어롤을 말아도 되니 다행이다. 그런 머리를 갖고 있으니 함부로 미장원을 바꾸기 어렵다. 아파트 입주 후에는  몇 군 다녀봤지만 정하고 나서는 20여 년 사이에 딱 한번 바꿨다. 전에 다니던 미용실이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스타일을 보고 마음에 들어가게 된 곳이 현재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이다. 승용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가끔 아파트 근처에 미용실이 있어서 바꿔 볼까 하다가도 끝내는 다시 그곳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오늘 마음이 흔들렸다. 다음 주 결혼기념일도 있고 서울에 나들이 계획도 있고 연말이라서 모임이 여러 군데 있다. 그리고 따져보니 10월 20일쯤에 머리를 잘랐으니 지금은 누가 뭐래도 자를 때가 되었다. '태국 여행이라니 그냥 아파트 옆에 미용실로 가볼까? 그러다 머리를 망치면 안 돼' 그러고 있을 때 남편이 "한 번 잘라봐!" 하는 게 아닌가? '에이 그래, 한 번 가보는 거야! 머리가 다르면 얼마나 달라질라고?' 그래서 용기를 내서 가보게 되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입주 당시부터 있던 미장원이 있다. 지나다니면서 가끔 자연스럽게 보는 미용실이다. 남, 여 컷 요금도 12,000으로 착하다. '요즘 이 가격애 커트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뭐 머리만 잘 자르면야 더욱 반가운 일 아니겠는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분이 파마를 말고 있었고 주인은 건식 반신욕을 하다 "어서 오세요~"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머리를 자르러 왔어요. 옆 아파트에 살긴 하는 데 처음 이렇게 왔어요. 잘 잘라 주세요." 했다.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모발이 가늘고 숱이 적으시네요. 요즘은 머리 문신도 해요. 그러면 머리숱이 좀 많아 보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문신은 싫다. 눈썹 문신도 안 한 사람에게 머리 문신을 권하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다. 미용사는 뒷머리를 좀 자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잘 맞춰서 잘라 주세요." 옆머리는 좀 살리고 뒷머리를 좀 자른다고 강조했다.


"앞머리도 좀 자를까요?" 미용사가 묻는다. 당연한 거 아닌가? 앞머리가 길었으니 "그럼요, 좀 잘라야죠~" 앞머리를 자를 때 싹둑싹둑 몇 번 자랐다. 에구 그런데 너무 짧게 자른다. 이런 어쩌려고~~ 그런가 보다 했다. 다 질맀다면서 헤어롤을 말아 주겠다고 한다. 잘랐으면 머리를 감겨 줘야 할 텐데 드라이를 대신 헤어 롤을 말아 주겠단다. "머리는 안 감나요?" 그런데 요청하는 사람만 감겨 주단다. 아무래도 자른 머리카락이 남아 있어서 감는 게 일반적이라 생각했다. 머리를 쑹덩 자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꼭 호섭이 머리처럼 못나 보이게 자른 것도 기분이 언짢아 됐다고 했다. 머리를 말고 드라이로 한 번 오갔고 롤을 풀었다. 그런데 뒤를 만져 보았다. 잡히는 머리가 거의 없다. 거울로 뒤를 보았다. ' 에구구 너무해, 어머 이를 어쩌라고' 갑자기 열이 확 받는다. "여름도 아니고 겨울인데 머리를 이렇게 짧게 잘랐다고? 오~~ 이를 어쩌나~"


미장원을 바꿨을 때 생각했던 최악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진짜 이게 뭐야? 처음 왔는데 머리 스타일을 확~ 바꿔 놓으셨네! 그냥 조금 정리만 해 주지~ 이게 뭐예요? 전 이런 짧은 머리 싫어해요~!" 커트이긴 해도 아주 짧은 건 원하는 머리 스타일이 아니다. ' 처음 온 손님에게 잘 물어보고 자르던지 해야지, 본인 자르고 싶은 대로 그냥 자르다니~' 그동안 어떻게 미용실을 운영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어진 일이다. "에구 죄송합니다. 원래 남의 머리 스타일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닌데~~" 기운이 쏘옥 빠졌고 한심해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이튿날 성당을 갔는데 지인들이 자른 머리를 한눈에 알아봤다. "미장원 다녀오셨나 봐요?""어머, 머리를 짧게 자르셨네" "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네요.ㅎ" 수녀님 한심한 듯 나를 쳐다보며 "어머, 머리가 왜 그래요, 이상해요!~" '아우~ 내가 미쵸.' 속상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짧은 머리로 며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머리는 다시 길러 스타일을 만들면 된다. 속상해하면 나만 손해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본다.  '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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