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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y 14. 2024

일상 - 우리 부부 첫차박 이야기

2024년 5월 4일~5일

차박을 준비하다


연휴 5월 4일~5일 첫차박 경험을 하였다. 차박이란 알고 있듯이 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장비와 인원을 싣고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텐트 없이 차에서 잘 수 있는 '차박'의 용도까지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갈수록 '차박'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캠핑 관련 특허 출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팬더믹 이후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보다 차에서 먹고 자는 차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차박의 강점은 텐트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서 캠핑 장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준다. 게다가 자연을 벗 삼아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은 무척이나 편하고 자유로움을 가져다준다. 남편은 살아오면서 차를 총 다섯 번째 바꾸었다. 그동안은 늘 승용차를 탔는데 생애 첫차는 은색 엑셀에서 두 번째는 흰색 소나타를 구입했다. 이후에 검은색 그렌저를 타고 다니다 신형 그랜저로 바꿀 만큼 승용차를 선호했다. 그런 남편이 퇴직 후에 여행과 차박을 고려해 SUV인 투산을 구입했다. 차박을 염두에 두고 남편은 야외 의자와 테이블 등을 구입해 두었다.


올해도 차박의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안드레아+요안나부부와 5월 연휴에 가까운 곳이라도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5월 4일(토)이 황금연휴라서 그런지 그날따라 지인들의 결혼식이 세 군데나 있었다. 난 본당에서 하는 결혼식과 본인들만의 스몰 웨딩을 해서 오늘 식사를 대접한다는 곳에 가서 축의금을 전달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은 차질이 생겨 출근을 하게 되었다. 생각엔 몇 시간 가서 해주면 되겠거니 하고 갔는데 결혼식에도 가지 못하고 오후 3시가 돼서야 왔다. 물론 가까운 곳이라 차박을 가서 저녁을 먹으면 되긴 하지만 모처럼 가는데 좀 일찍 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는 차박에 대해서는 TV에서 보거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차박을 즐기기 위한  물건도 별로 구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 차박을 경험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잘 갖추고 있는 안드레아+요안나 부부와 첫차박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오늘 혼인식을 고려해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미원 금관숲 근처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개인 준비물로 침낭을 쿠팡에서 두 개 주문했고 깔개 이불과 편하게 입을 옷과 수건, 물티슈, 세면도구 등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서 먹을 삼겹살과 쌈장, 김치, 상추, 마늘, 청양고추, 쌀, 얼린 물, 보리빵, 커피, 맥주, 소주, 견과류 등을 추가했다. 적고 보니 많았다. 남편은 와서 급하게 씻고 오후 4시가 돼서야 출발을 했다.



황금연휴에 교우부부와 함께


네비를 켜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데 안드레아 씨가 끝까지 와서 내려오는 길로 오라고 안내해 주었다. 안느레아&요안나 부부는 미리 와서 캠핑 세팅을 해 놓고 오천 원씩 구입했다는 장작도 세 더미나 부려놓았다. 아직 날은 훤해서 좀 더 정리를 하고 불 피울 것들을 준비했다. 장작은 가져왔지만 꺾인 나무들과 뿌리째 비에 쓸려 내려와 이제는 잘 마른 나뭇가지들을 부지런히 걷어다 놓았다. 이곳 근처에는 차박을 할 수 있는 우니메이카 청주점이 있어 차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가려고 둘러보 았으나 카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어쩌면 관리를 나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을 나와 윗쪽에 있는 공동화장실로 다녀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고 있는데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성당 교우부부의 전화를 받았다. 얼른 달려오라고 응답을 했다. 우리는 좀 이른 저녁을 천천히 먹기로 했다. 밖으로 나왔으니 가장 맛있는 삼겹살은 기본이다. 불판을 준비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는 칼집을 넣어 둘둘 말린 삼겹살로 준비했다. 고기는 지글지글 노릇하게 잘 구워졌다.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서 쌈장에 찍어 먹었다. 시원한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연신 마주 보고 "정말 좋다'를 외쳤다.. 큰 돌로 둥글게 둑을 만들어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장작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로라 불멍

날은 어두워지고 불빛이 더욱 환하게 빛이 났다. 장작들이 타며 내는 소리와 불빛이 타오르는 모습은 우리를 더욱 차박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장작더미에 오로라 가루를 넣었더니 환상적인 불빛이 되어 무척 신기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오기로 약속된 자매도 왔다. 마시멜로와 고구마 그리고 먹을 것, 캠핑용품을 갖고 왔다. 다시 고기를 구워 주었다. 아이들 어려서 캠핑을 많이 다녀 봤다고 했다. 그래서 캠핑용품을 거의 갖고 있었고 차박 하는 것도 익숙하다고 한다. 우리는 대충 치우고 불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불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러면 천천히 맛있게 익어갈 것이다. 그리고 하얀 스펀지 같은 둥근 마시멜로도 김 막대에 구워 불 근처에서 구웠다. 스펀지 같기 때문에 살짝살짝 천천히 구워야 한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잘 먹지 않는 거지만 야외에서 불속에 구워 먹는 마시멜로는 아주 달콤하고 쫄깃했다.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니 이런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혼자 차박을 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고 즐기고 있는 자매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물어봤다. 이렇게 와도 괜찮으냐고? 그러나 대답은 별상관이 없다며 남편이 잘 다녀오라고 했으며 아이들도 다 컸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난 상상도 못 했는데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보니 새삼 부러웠다.


주변이 많이 어두워졌고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더욱 밝게 빛난다. 사는 아파트에서는 하늘이 멀게만 보였는데 이곳은 정말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별도 훨씬 뚜렷하고 밝게 빛나 보이니 신기하다. 확실히 시내에서 바라보는 별빛과 청정지역 시골 냇가에서 바라보는 별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늘이 정말 가깝게 느껴졌고 별들이 선명한 게 아름답고 예뻤다.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달리 보였다. 예전에 시골에서 멍석에 누워 바라보던 별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물소리를 들으며 훨훨 타는 불 앞에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모깃불을 피우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때도 그리웠다. 순수한 시절 아무 걱정 없이 보냈던 시간들과 오버랩되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도 정말 편안하고 행복함에 감사했다. 이런 게 사는 재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날 여러 가지 일들로 많이 힘들고 피곤했으나 우리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벽 2시가 돼서야 차로 이동을 했다. 미리 깔아 둔 뽁뽁이에 이불을 깔고 침낭을 입었다. 좀 얇긴 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베개는 따로 없어서 방석깔개를 베었다. 좀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불편하긴 해도 이런 것도 추억이다 싶었다. 깨어보니 새벽 6시였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가까이 설치해 둔 이동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새벽에 비가 온다고 해서 안드레아 부부가 짐들을 다 정리해 가지런히 놓았나 보다.

아침 만찬


불편함 속에 즐거운 추억


다시 돌아와 차 안의 이부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내리고 천막 밖으로 빗물이 내린다. 그래서 천막 밖으로 나가기는 어렵다. 우리는 아침 식사로 밥하고 김치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쌀을 씻어 코펠을 가스에 얹어 기다리니 끓기 시작했다. 가벼워 소리가 나서 위에 무거운 것을 얹어 놓았다. 불을 줄이고 기다렸는데 탄내가 나는 듯해서 내려놓았다. 김치와 삼겹살을 가위로 썰어 들들 볶다 물을 부었다. 그리고 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섞어 김치를 넣고 전을 부쳤다. 오늘의 날씨에 딱 맞는 메뉴였다. 요안나는 집에서 자주 해 먹는다는 샐러드를 선보였다. 언제나 건강식을 고집하는 요안나 부부의 요리는 관심과 기대가 간다. 샐러드와 닭가슴살 그리고 치즈도 넣었다. 소스를 깜박하고 안 가져와 명이나물 소스를 부어 만드니 안성맞춤이다. 역시 센스만점이다. 밥은 물을 더 부어야 하는 걸 생각 못했다. 쌀이 푹 무르진 않았지만 전과 샐러드 그리고 반찬을 차려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집에서 내려온 더치커피를 마셨다. 특히 요안나는 커피 마니아였는데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말린 차를 가져와 따뜻하게 마셨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우리는 오후 2시에 약속이 있어서 서둘러 짐을 챙겼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차박의 맛만 보더라도 성공이라 생각한다. 다음엔 좀 더 길게 잡고 편안하게 차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박을 처음 경험한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로 배운 시간이었다. 밖에서 숙식을 한다는 것이 많이 불편했지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편안한 집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나누었던 모습이 좋았다. 물론 생각보다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게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후에 함께 홀가분하게 즐긴 시간이 좋았다. 잠자리도 많이 불편하고 힘든걸 왜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힘들어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다른 누군가와 편안하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차박을 가보면 얼마나 가보게 될까? 한 살이라도 젊어서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힘들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차박을 다녀보고 싶다. 낯선 곳에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앞으로 차박에 필요한 물품들은 차츰 구입 해야겠다. 이번에 제대로 보고 왔으니 쿠팡이나 중고사이트에서 수시로 사면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가보고 싶은 곳으로 언제든 떠날 준비는 되어 있다. 앞으로 즐겁고 행복한 차박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부부는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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