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Jun 18. 2024

일상- 돌봄 학생 옥이네

활동지원 대상자

활동지원 대상자인 옥이, 엄마 순이 씨는 기초생활 수급자이다. 5년 전에 전라도 **에 살다가 일부러 연고도 없는 청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해 왔다고 한다. 남편이 술을 많이 먹었고 심한 욕설과 폭력, 그리고 흉기 위협에 시달리다가 1366 신고하고 쉼터에서 일 년을 살았다. 자신보다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면 옥이 아빠도 성장과정에서 아버지 폭행을 수시로  당했다고 한다. 상처가 많았던 남편이었기에 이해는 하지만 그 밑에서 아이들을 도저히 키울 없었다고 했다. 가정폭력 유형은 부부폭력, 자녀학대, 노인학대, 성폭행 등이 대표적인데 옥이네는 두 가지가 해당이 돠는 것이다. 옥이 아빠의 소식을 어디서 듣는지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하지만 순이 씨는 단호하다. 절대 남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아이들도 아빠를 만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순이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학대나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쉼터에서 일 년 정도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깔끔하고 아이들을 잘 돌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5남매 중 막내였던 순이 씨는 세 살 때 폭력을 일삼던 남편에게 맞아 숨을 거둔 엄마가 돌아가셔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중학교까지 다녔던 순이 씨는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고 아버지는 돈을 갖다 주지 않는다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가슴 아파했다. 큰언니와 오빠가 죽고 이제는 3남매가 있지만 연락도 하지 않는다. 형제지간보다 남들이 더 잘해 준다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가끔 중학생 담임이었던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집에도 다녀갈 만큼 제자를 사랑해 주는 담임선생님이 계서 든든하다. 그러다가 쉼터에서 나와 자립해 살다가 일 년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주공아파트에 보증금을 지불하고 살게 됐다. 순이 씨는 앞에 이가 하나 없다. 어금니도 아니고 말할 때나 웃을 때 가장 많이 보이는 앞니가 없으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지 뻔하다. 임플란트가 간절하지만 그만한 여력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년에 적금 만기가 있어 언니에게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무슨 사정인지 거절을 당했다. 정신지체 1급의 옥이와 아들 민이를 키우는 순이 씨는 우울증이 있는 듯하다. 목소리는 저음이고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말소리는 상당히 뚝뚝하다. 그리고 아직은 40대 후반인데 걷는 발걸음만 봐도 허리가 아픈 사람 같아 안 됐다.

카페  민간정원 <공간>

순이 씨는 키가 크고 늘씬하다. 그리고 집안 살림도 깔끔하게 잘하고 살림도 알뜰하게 보인다. 아침에 옥이를 데리러 집에 가보면 새시 창틀까지 깨끗하게 닦는다.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생활을 잘했더라면 살림도 잘하고 아이들을 잘 키웠을 텐데 안타깝다. 그리고 순이 씨는 알뜰해서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 듯하다. 동전을 정말 많이 모았다. 10원짜리부터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데 큰 돼지 저금통이 꽉 찰 정도로 많이 모았다. 요즘은 신용 카드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크게 동전을 만질 일이 없는데 시장에서 현금을 주로 쓴다고 했다. 동전을 모으더라도 저금통 하나에 모았다가 뜯었을 때 분류를 한다. 그러나 애초에 구분해 모으기 시작한 걸 보면 저축에 대한 애착과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 순이 씨는 재래시장을 주로 간다. 청주 육거리 시장에 가서 대부분 현금을 쓰기 때문에 동전도 많이 모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동전을 그때그때 모으는 일은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를 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받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순이 씨를 응원한다.  


순이 씨와 옥이는 기관지와 목이 약해서 자주 병원을 간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병원비와 약값이 무료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나라에서 하는 수영장에 가면 동반자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금요일에 일찍 끝나는 날에 옥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가서 놀고 싶지만 순이 씨는 감기가 두려워 싫다고 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혜택이 정말 많다는 것을 이번에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순이 씨는 아이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잘한다. 저녁까지 있다가 오기 때문에 식사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산책을 다녀오면 반찬을 먹음직스럽게 해 놓는다. 돼지고기 주물럭도 고추장과 고춧가루 설탕, 대파, 마늘, 간장 등을 알맞게 넣고 양념을 해서 맛있게 볶는다. 설탕은 비교적 적게 넣어 달지 않고 칼칼하니 맛이 좋다. 그리고 학교 갔다가 돌아오는 민이가 잘 먹는다고 한 번에 6알 정도 계란말이도 한다. 민이는 중학생인데 럭비선수이다. 연습을 하느라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가끔은 시합이 있어서 타지에 가기도 한다. 체격이 크고 앞머리가 상당히 길다. 머리가 길어 좀 답답해 보인다. 사춘기지만 엄마와 소통이 잘되고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때로 일찍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인사도 잘하고 먹는 것도 아주 잘 먹는다.

카페  <공간> 수국 축제 - 현재 진행 중이고 강력 추천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끝나기 20분 전에 학교로 간다. 처음엔 잘 몰라서 시간에 맞추어 갔는데 학교버스와 아이들을 데리러 온 차들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과 상의해서 20분 전에 도우미 교사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옥이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 특히 쌍꺼풀이 있어 눈도 크고 웃는 모습이 예쁘다. 키는 160 정도인데 43킬로그램으로 좀 연약한 편이다. 순이 씨는 옥이에게 옷을 입히며 가끔 살 좀 쪘으면 좋겠다고 한다. 옥이는 새침하다. 학교 끝나고  만나면 처음 만날 때처럼 늘 어색한 모습을 한다. 한걸음 물러나 있다가 조금 지나면 다가온다. 처음엔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가 했는데 늘 그 모습이다. 옥이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올 때 입술을 발라 달라고 한다. 이제는 운전할 때는 안된다고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옥이가 안된다고 말할 줄 안다. 옥이는 고집도 세다. 욕구충족이 되지 않으면 갑자가 주저앉아 버리거나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과 약을 아침저녁으로 먹인다. 혹시나 빠지고 안 먹여 보낼 경우에 학교에서 연락이 온다고 한다. 특히 약기운이 떨어지게 지면 갑자기 손이 머리를 잡거나 얼굴로 오기도 한다. 이제는 많이 적응이 되었다. 처음엔 이런 행동이 무척 낯설고 힘들었다.


초반에 거실에서 놀다가 손으로 나를 툭툭 치거나 살을 긁는 행위를 했다. 하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지만 계속해서 한다. 그래서 살짝 자리를 피했고 수옥이 엄마도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그런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맞대응을 할 수도 없고 하지 말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이 내 얼굴로 향했고 순간 뜨끔했다. 깜짝 놀랐다. 얼굴에 손톱자국 상처가 생긴 것이다. 심하진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아이를 야단칠 수도 없고 옥이 엄마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옥이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말하고 어느 때는 '바지 사주세요' 이런  뜻 모를 말을 던진다. 아직은 내가 모르는 옥이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운동을 가자고 하거나 김밥을 먹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집념과 욕구가 강하다고 생각된다. 옥이는 자신의 말은 끊임없이 해서 계속 들추고 대응을 해야 돼서 정신적인 피로가 쌓인다.

옥이와 카페에서

옥이 체격은 다소 왜소한데 몸의 힘은 생각보다 상당히 세다. 그리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 목에는 늘 손수건이 둘러져 있지만 밖에 나오면 하기 싫어한다. 날씨가 덥기도 하고 답답함을 느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순이 씨는 웬만하면 목에 스카프를 풀지 못하게 한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옥이는 밖에 나오면 여지없이 풀어 달라고 한다. 수도 없이 졸라댄다. 대부분은 엄마의 요청대로 그대로 두지만 날씨가 덥다 싶을 땐 가끔 안쓰럽기도 해서 풀어주게 된다. 그래서 집에 들어갈 때는 하자고 약속을 미리 해두지만 싫다고 도망을 다녀서 다시 매기는 어렵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싶어서 포기하고 그대로 둘 때도 있다. 순이 씨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올 3월 학기 초에는 감기로 인해 한 달 정도를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늘 목에 스카프를 매 준다는 것이다. 감기가 나을 무렵이 되면 얼마 안 있다가 다시 감기에 걸리기를 반복해서 순아 씨가 궁여지책으로 스카프를 둘러줘 목을 보호하려는 것일 게다. 옥이는 금요일 한 시간 정도 언어치료를 받는 건 외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 않다. 아는 노래 제목도 있고 노래도 몇 소절 정도는 부른다. 노래를 부를 때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인다. 바우처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으니 옥이에게 필요한 활동들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국에 걸린 그림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지만 한 달이 되어가니 서서히 적응이 되어간다. 얼마 전에는 옥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는데 약을 지어 나오는데 낯선 전화를 받았다. 아이 셋을 태운 엄마가 후진을 하다가 내차를 들이박는 사고를 당했다. 경미한 사고이고 그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치만 '얼마나 당황하고 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늘 운전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활동 지원사로 늘 신경이 쓰이는 게 카드를 찍는 일이다. 옥이를 만날 때마다 복지카드를 찍고 헤어질 때 카드를 찍는다. 시간당 수고비를 받는 우리에게는 카드 찍는 일은 늘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시작 카드를 찍고 데려다주고 오면서 단말기에 종료를 시킨다. 하루에 시작과 종료를 두 번씩 하니 총 네 번을 찍어야 한다. 처음엔 내 카드와 옥이 카드 두 개로 했는데 2주 지나서 휴대폰으로 바꿔서 옥이 카드만 찍으면 된다. 매번 카드를 찍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찍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 수도 있다. 특히 아침에 서둘러 등교시킬 때는 깜박하고 늦게 찍을 때도 있다. 이제는 거의 같은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 때문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가끔은 하교 때 일부러 일찍 가서 다른 활동 지원사 분들의 경험담을 듣기도 한다. 궁금한 내용은 물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옥이와 그리고 순이 씨~ 마음을 잘 맞춰 가며 활동 지원사 역할을 잘해 나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연 - KBS 교향악단 초청 연주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