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약수, 몸보다 마음이 더 맑아진 날

2026년 1월 3일

by 신미영 sopia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붉은말의 기운을 타고 남편과 함께 1월 3일 초정약수탕과 문화공원을 다녀왔다.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는 목욕탕을 정초에 가게 된 건 남편의 요청에 못 이겨서이다. '그래, 모처럼 바람도 쐴 겸 다녀오면 좋겠다' 싶어 점심을 먹고 40여분 정도 걸리는 내수 초정으로 향했다. 몇 년 전에는 어쩌다 가곤 했으나 한동안 가질 않았다. 초정 약수탕은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있는 아주 유명한 천연 약수로, 역사와 효능 면에서 평안도 삭주 약수와 함경도 백천 약수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약수중 하나이다. 초정약수는 물에서 자연적으로 기포가 올라오는 탄산(탄산수소) 성분이 풍부한 천연 광천수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 배경으로는 세종대왕이 눈병과 당뇨 완화를 위해 여러 차례 머물며 약수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초정은 세종대왕이 사랑한 약수 마을이다. 눈병과 병약함 속에서도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던 역사의 시간 속에서, 이 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훌륭한 세종대왕이 떠 올랐다. 세종은 약 50여 일간 초정에 머물면서 초정 약수를 마시고 휴식을 취했고, 그 결과 눈병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 머물렀던 장소가 초정행궁으로 왕의 임시거처이자 정치공간이었다. 그러므로 내수 초정은 세종대왕이 몸을 치유하며 나라를 다스렸던 '쉼과 책임의 공간'이다.

초정약수 원탕

약수 원탕에 주차하고 약수를 마시려고 들어갔다. 물보다 먼저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소란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마을, 그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 약수터에서 물 한 컵을 받아 들었다. 컵 안에서 잔잔히 올라오는 기포, 인위적으로 만든 탄산이 아니라 땅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 솟아난 시간의 흔적 같았다. 물은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이다. 처음 마시면 약간 비릿하고 떫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도 물통에 물을 여러 통 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의학적 치료라기보다 전해지는 민승에 의하면 약수는 보조적, 전통적인 효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초정약수 원탕에는 대형현수막에 세계 3대 광천수, 옥, 황토 사우나, 가족탕, 불한증막, 약수탕을 알리는 홍보물이 걸려 있었다. 남편과 한 시간 반정도 후에 만나기로 하고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은 지하 1층에 있었는데, 들어서니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때를 밀만한 의자를 겨우 찾고 앉았다. 온탕에 들어가 몸을 불렸다. 그리고 한증막 가서 숨을 고르고 나와 몸을 마사지하였다. 오랜만에 때를 밀고 깨끗하게 몸을 닦은 후 목욕탕을 나왔다. 남편은 시간을 딱 맞춰 나오려나 보다.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물을 떠서 마셨던 곳이 반대편 쪽에도 있었다. 앞쪽 상가에는 간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근처에 주식회사 일화 공장도 보인다. 일화 맥콜과 천연 사이다가 생산되는 곳이다.

초정 문화공원

가다리니 남편이 나와 바로 앞쪽에 있는 <초정 문화공원>으로 갔다. 초정약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역사 공원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눈병 치료를 위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역사공원은 치유, 휴식, 역사체험을 주제로 생긴 공원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세종대왕 <행궁터>는 세종대왕이 머물며 치료와 정사를 돌보던 장소이다. 산책하며 역사적 의미를 느끼기에 좋다. 전체적으로 공원은 나무와 잔디 등이 어우러져 조용하고 차분했다. 어르신과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할 듯싶었다. 전에 없었는데 언제 생겼는지 넓게 트인 공간과 과하지 않은 한글 조형물, 세종대왕과 관련된 발명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이곳에 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글귀가 새겨져 있고 측우기를 비롯 일성정시의, 소간의, 혼천의, 앙부일구(반구형 해시계) 수표등이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곳에서는 10월 중에 전통공연과 문화체험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백일장도 열려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날씨가 춥고 겨울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관람객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안쪽으로 들어가 한 바퀴 쭈욱 둘러보고 나왔다. 전통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곧장 차로 향했다.

초정 전주밥상

차를 타고 가는데 남편이 말을 건넨다. "우리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그러면서 잠시 치를 몰더니 전에 골프 치고 여기서 밥을 몇 번 먹었는 데 맛이 좋았다고 들어가자고 한다. 요즘 손가락이 아파서 먹고 들어가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같이 들어갔다. 몇 대의 차가 있었고 두 세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 따뜻한 음식 냄새가 파질 때, 하루의 마무리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오징어와 돼지 불고기를 넣어 볶은 것으로 주문했다. 반찬이 깔끔하게 차려져 나왔다.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단순한 저녁 한 끼가 아니라 '쉼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몸은 따뜻하고 마음은 편안했다. 더불어 메인 메뉴가 나오고 우리는 감탄을 하면서 먹었다. 옆에 테이블에는 세 가족이 먹는 듯했다. 아이들은 소불고기를 먹고 있었는데 맛있게 보였다.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전에는 오징어 볶음도 자주 해 먹었는데 요즘은 가격도 비싸고 싱싱한 오징어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 먹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곳에서 돼지고기와 같이 볶으니 오징어 볶음도 맛이 괜찮았다. 모처럼 몸도 깨끗하게 씻고 여유 있게 저녁까지 먹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초정에서의 저녁은 특별히 화려하지 않아도 남편과 오붓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먹는 것으로 행복하다. 씻어낸 피로와 채워지는 온기가 하루를 편안하게 접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초정은 그렇게 몸과 마음이 쉼을 얻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