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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Nov 21. 2022

다름을 인정하기


오늘 이금희 아나운서의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는 책을 읽었다. 그녀가 주는 신뢰감이 좋아서 거의 매일 라디오도 챙겨듣는다. 수많은 페이지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어 함께 나누려 한다.


 불안을 잠재워야 합니다. 내 영혼을 잠식하지 않게, 내 카드를 긁지 않게. 그러려면 먼저 나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그들과는 다른, 나만의 인생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지구에 사는 79억 인구에게는 79억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미련이 남고,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이더라도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인생길이 다르니까 인생 시계 역시 저마다 달라야 합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시계가 있습니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정한 표준시는 남들과 약속을 정하고 맞추는 데에만 씁시다. 인생 시계는 달라요. 누구는 20대 초반에 결혼하지만, 나는 40대 후반에 결혼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아예 결혼 자체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아이를 대학 보낼 때, 나는 임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인생에 아이가 없는 사람도 있고요.


 20대는 가장 불안한 나이입니다. 잘 아는 작가는 그런 말을 했어요. 20대에는 날마다 넘어지는 것 같았는데 30대가 되니 좀 덜한 것 같다고요. 아침에 잘 차려입고 나갔는데 길에서 넘어지면 얼마나 속상해요. 손바닥도 까지고 무릎에 멍도 들고 옷도 찢어지고요. 어제 넘어졌는데 오늘도 넘어지면 얼마나 힘이 빠집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되고 나를 믿지 못하니 기웃거리며 남을 보겠지요.


 재능이 있고 노력도 하고 열정도 있는 후배들이 그러는 걸 보면 속이 상했어요. "제가 붙을 수 있을까요? 제가 될 수 있을까요?" 묻는 후배에게 그렇게 답해줬어요. "나는 너를 믿는데, 너는 왜 너를 못 믿니? 누구보다 열심히 했잖아. 누구보다 해보고 싶잖아. 그럼 너를 믿고 한번 해봐."


 인간은 미래에 중독된 종이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사는 비용(대가)이 바로 불안이라고 어느 공학박사가 말했습니다. 불안이 현대인의 디폴트(기본값)라니 좀 덜 불안한가요. 그래도 스멀스멀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가장 좋은 항불안제는 바로 믿음입니다. 나를 믿어주세요.

[이금희(2022), 『우리, 편하게 말해요』, 189쪽.]


몇 년 전,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나누었던 고민이 생각났다.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결혼도, 일도.."

난 어떤 기준으로 해낸 것이 없다고 말했을까? 남들이 다하니까 그것이 옳은 길이고, 그 궤도에서 벗어나면 마치 저 멀리 뒤처진 사람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어야 했다. 나만의 시간을 살아갔어야 했다. 이제는 안다. 모두가 다름을.


잔물결에도 일렁였던 20대를 지나 두 달 뒤면 서른이 된다. 30대는 분명 20대와 다를 것이다. 감정의 변화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힘이 조금은 더 발달되어 있을 테니까.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이니까. 세상의 불공평함을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라는 자원에 집중할 테니까. 30대에 2천 권의 책을 읽을 거니까.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쉬이 포기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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