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고통 받는 사람, 강도 만난 사람을 목격했을 때,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모든 아웃사이더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던 시몬 베유(소설가 앙드레 지드)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신학자 김근수)의 가르침이다. 자유와 해방을 갈망 갈구한 이의 앞선 모범이다.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고통 겪는 이와 만났다.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 기적.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고는 피해서 지나가 버린 사제와 레위 사람, 핑계와 바쁨. 시몬 베유의 글을 읽고선 내심 안도했다. 고통을 목격했을 때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 가엾은 마음이 드는 것, 그 마음과는 달리 몸은 움츠리고 도망간다. 피해서 지나가 버린다. 부끄러운 이 마음을 다독이는 베유, 나의 인색함 대신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고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나의 무능력’을 탓으로 돌린다. 사제도, 레위 사람도 강도 만나 반쯤 죽은 그를 외면할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의 살핌도 다시 들음 직하다. 맹자의 이야기,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무조건적으로 달려가 아이를 구하는 측은해하는 마음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가엾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묻다, 누가 저의 이웃인가. 답하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1.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순수한 관심은 쉽게 내보일 수 없다는 것을 베유도 인정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희귀하고 갖기 어려운 능력이다. 그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아니,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고통을 목격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는 눈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핑계를 댄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훌륭한 대의에 따라 기부를 요청하는 성실한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늘 길을 건너버리는 사람이다. 환한 미소를 보이며 손에 클립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몸을 움츠리고 도망가게 된다. 나의 인색함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고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나의 무능력이 부끄러워서다.
베유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다고 말한다. 짧은 질문 한마디가 마음을 녹이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 베유는 이 질문이 강력한 힘을 지닌 이유가 고통 받는 사람을 “집합체의 단위, 또는 ‘불행하다’라는 딱지가 붙은 사회 범주의 한 표본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그저 어느 날 고통이 특별한 흔적을 남겼을 뿐인 한 명의 인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28~229쪽)
2.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어떤 율법교사가 일어서서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선생님,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율법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었느냐?” 하고 반문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이 대답에 예수께서는 “옳은 대답이다. 그대로 실천하여라. 그러면 살 수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율법교사는 짐짓 제가 옳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마구 두들겨서 반쯤 죽여놓고 갔다. 마침 한 사제가 바로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는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또 레위 사람도 거기까지 왔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길을 가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옆을 지나다가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날 자기 주머니에서 돈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드리겠소.’ 하며 부탁하고 떠났다. 자, 그러면 이 세 사람 중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공동번역 성서, 루가 10,25-37)
3.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물론 나는 (고통을 겪는) 여자를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열차 안의 그 누구도 몰랐다. 그럴 때 친절은 어떻게 전염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시작을 해야 한다. 친절은 힘든 것이다. 친절에는 감정 이입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친절은 힘든 것이다.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324~325쪽)
4.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온몸으로 울부짖어도 그 몸짓과 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고병권), 어떤 사회가 자기 구성원들, 특히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발언의 장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인간이 조금이라도 발언권을 가질 수 있고 역사와 긴밀한 관련을 맺은 주체가 될 수 있다면(프란츠 파농), 함께 울어주는 일(박준), 숭고한 몫이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