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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oooong Jul 25. 2016

모임을 준비할 마음을 초대합니다

전북 지역 가톨릭현장 실무자 모임 준비를 제안하며, 

"우리 동네 오래된 주택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 집에는 오래된 모과나무가 오가는 행인들에게 사계절 인사를 합니다. 봄이면 삭정이 같은 모과나무에 새잎이 피어나면, 늘 쓸쓸해 보이던 고가에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모과 꽂이 골목을 환하게 하더니, 여름 내내 그늘에 앉아 무더위를 식혔습니다. 가을이 되니 골목에 향긋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할머니는 골목을 지나다 주렁주렁 열린 모과를 보면서 안부를 챙겨주던 동네사람과 나눠 먹을 생각에 잘 익은 모과가 잘 생겨 보인다고 합니다. 늦가을 누런 모과를 동네 청년들이 와서 몇 소쿠리를 땄습니다. 그리고 부녀회원들이 모여서 모과 청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동네에는 때 아닌 잔치가 열렸습니다. 할머니는 제일 먼저 본당 신부님께 선물을 드렸습니다. 옆집 새댁에게도 모과 몇 개를 소쿠리에 담아 주었습니다. 늘 맛있는 반찬을 나눠주던 인정 많은 새댁이 모과향기를 맡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 모과나무를 한참동안 쓰다듬습니다. 못생긴 과일이 따뜻한 정이 되어 온 동네를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선머너종합사회복지관 리플릿에 실린 우리 동네의 일상 풍경입니다. 아니 이런 일상을 펼치고 싶은 기대가 담긴 글입니다. 평범한 일상, 우리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았던 모습입니다. 근사하고 폼나는 사업계획은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나눔입니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 아닌, 일상을 함께 나누다보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겨운 모습이니 함께 한 사람들의 품위도 살아납니다. 


정진모 선생님께서는 40년 사회복지현장의 경험을 아낌없이 내어주셨습니다. 우리 실천현장에, 실천가의 삶에 적용하고 싶은 경험도 많았을 것입니다. 적용 실천 중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언제든 여쭐 수 있는 든든한 선생님을 알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시는 모습, 우리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즐거움, 아픔, 인연을 이야기하고 싶은 갈망, 듣고 싶은 갈구, 이 모습이 우리입니다. 


못생긴 모과가 따뜻한 정이 되어 온 동네를 훈훈하게 만든 이야기, 우리에게는 이런 훈훈한 모습 여럿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랑하고 싶습니다. 들려주고 싶습니다. 읽히고 싶습니다. 나누고 싶습니다. 더 신명나고 즐거운 판을 꿈꾸기도 합니다. 설렘입니다. 부족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다른 이의 경험으로 채우니 내것이 되었습니다. 우리것이 되었습니다. 내것을 꺼내놓은 용기가 우리것이 되는 기쁨입니다. 우리것으로 현장의 이웃을 만나니 더 큰 우리가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대중에게 신뢰를 받는 기관, 가장 궁핍한 이들을 향한 연대와 관심에서 믿을 만한 기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65항) 우리는 부담과 책임이 아닌, 신뢰 받는 기관에서 활동가 실천가로 가난한 이웃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우리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이루게 될 뿌듯함입니다. 우리가 행할 바, 지켜야 할 약속과 원칙이 올곧게 서있는 곳입니다. 끊임없이 논의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며 더 튼실하게 세워지는 우리 현장입니다. 자긍 자랑을 모아내고 싶습니다. 나누고 싶습니다. 세우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경험이 어찌 책 한 권만 못하겠습니까. 기쁨과 슬픔은 웃음과 눈물로 소리를 냈습니다. 우리 이웃을 향한 그 진심, 절실함, 간절함이 함께 했습니다. 동료이자 동지였고, 동행했습니다. 이웃과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성찰하고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 그 안에서 누리는 따듯하고 뿌듯한 선물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여러분이 받는 선물, 그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내가 받은 선물, 거저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내어놓는 것만으로 그 선물을 건넨 이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전해질 것입니다.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봅시다. 


희망합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선물 보따리를 꺼내줄 동료를 기다립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학습 성찰 성장이 될 거라는 확신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할 것입니다. 함께 공부합시다. 함께 성장합시다. 함께 실천합시다. 함께! 그 자리를 준비할 마음을 초대합니다. 완성된 모임으로 초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임의 완성을 위해 한 발 앞서 준비할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물음의 답은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모임을 준비할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제 마음과 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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