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投機. 기회에 던진다.
'투기'는 보통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되나, 기능적으로는 '불확실성 하에서 자원의 시간적, 공간적 재배치'를 의미한다.
생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선택되지 않은 것이 제거된 결과다. 자연선택은 모든 생명에 작용하는 비가역적 필터이며, 어떤 행동이 이 과정을 통과할 확률을 높인다면, 그 행동은 반복된다.
불리함이 유리함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불리한 곳에서 유리한 곳으로 이동하고,
풍부한 것을 모아 희소한 곳으로 옮긴다.
이러한 행동 양식이 누적된 결과가 '투기'다.
도덕이나 전략적 산물이 아니라. 제거되지 않은 패턴, 생존 흔적이다.
투기사는 그러한 판단이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투기는 생존자의 선택이 아니라, 탈락자의 시체 위에 쌓인 흔적이다.
역사는 단편적으로 판단될 수 없다.
황태자가 안 죽었으면 1차대전은 안 났고,
나폴레옹은 러시아가 추워서 졌으며,
몽골 제국은 말을 잘 타서 영토를 확장했다면,
황태자가 안 죽고, 추운 곳에서 안 싸우고, 말만 잘 타면 된다.
튤립파동은 튤립이,
닷컴버블은 기술주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택담보대출과 파생상품이 문제였다고 단순화한다면,
튤립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기술주를 상장폐지시키고, 주택담보대출과 파생상품 매매를 금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시대와 상황을 아우르는 통찰이 필요하다.
화폐의 형태가 바뀌고, 시장의 기술이 바뀌고, 국가의 경계가 재편되어도 인간은 그대로다.
무대가 달라져도, 본능은 반복된다.
그 본능이 어떤 환경과 결합되고, 그 결합이 어떻게 붕괴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볼 수 있게 된다. 제거되지 않은 패턴을 추적하고, 생존 전략을 찾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