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실현은 시장과 맺은 계약이 예정된 구조 안에서 명예롭게 이행되었는가를 판정받는 순간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채무자가 원금과 이자를 기한 내에 상환하면 그는 신용을 지킨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그 신용은 다음 계약에서 더 큰 자본, 다 낮은 금리, 더 좋은 조건으로 이어지는 자산이 되었다.
트레이딩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익이 났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익이 시스템이 정한 계약 구조 안에서 정당하게 발생했는가이다. 이익을 얻었더라도 구조를 어기고 조기 청산했거나, 불안에 의해 전략을 변경했다면 그것은 고대식으로 표현했을 때, '불명예 계약 종료'에 해당한다. 이건 양자 모두 수익인 경우에 그렇다는 거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면 다음과 같다.
명예로운 큰 손실보단 불명예인 작은 손실이 낫고,
명예로운 불확실성보단 불명예인 확실한 수익이 나으며,
불명예인 수익보단 명예로운 수익이 낫다.
1R을 담보(원금 상환) = 손절매로 설정한 비유는 다음과 같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이익이 났다'는 사실보다, 그 이익이 어떤 구조적 구간에 위치해 있는가다.
예시 1.
트레이더 A는 3R의 수익 구조를 가진 전략을 사용하지만, 매번 불안해서 1.2R에 청산한다.
→ 그는 구조 외 감정에 의해 계약을 조기 종료시킨다. 고대 기준으로는 계약 파기 혹은 부분 상환이다.
→ 신용은 오히려 깎이고, 다음 거래에서 포지션 사이징에 불안을 갖게 된다.
예시 2.
트레이더 B는 같은 전략에서 구조를 고수하며 3R을 안정적으로 반복 달성한다.
→ 그는 시장과의 계약을 꾸준히 이행하는 존재이며, 시스템은 신뢰를 쌓는다.
→ 그는 곧 더 큰 자금을 운용하게 되고, 자산 곡선은 점차 비선형적으로 확장된다.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을 가정한다.
진입 후 수익이 10틱 발생했으나, 갑자기 매도 물량이 유입되어 청산할지, 가져갈지 고민 중이다.
고대식 질문
계약 조건상 청산 기준은 어디 있었는가?
보증인이 개입해야 할 상황인가? 아니면 아직 유효한가?
트레이딩 해석
내 시스템은 진입 후 7바 내에 목표가에 도달하지 않으면 청산한다.
현재는 3바째이며, 손절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다.
→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대로 간다.
→ 불안은 계약 외적 감정이다. 구조가 깨지지 않았다면 계약은 유지된다.
수익 실현 전략은 진입 이후에도 구조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포지션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지켜야 할 계약의 틀'은 변하지 않는다.
고대의 계약자가 조건을 어기지 않는 한 보증인은 개입하지 않았듯— 트레이더도 시스템이 허용한 구간 내에 있다면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곧, 시장과의 계약을 끝까지 명예롭게 이행하려는 태도다.
트레이딩은 시장과 맺은 계약을 끝까지 이행하는 구조적 행위다. 수익 실현은 그 계약의 종료 방식이며, 운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설계된 구조의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알파란, '운 좋게 남은 이익'이 아니라 '리스크를 감당하고, 신용 구조를 지키며, 계약을 완결한 그 이후에 남아 있는 이익'이다.
수익 실현의 목적이 생존인지, 유지인지, 성장인지 구분하라.
알파는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를 초과한 명예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