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옮겨 놓기만 해도 원할 때마다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어느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마흔네 번이나 봤다고 한다. 모든 건 상대적인 것이다.
작은 집이 못마땅하여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좁은 집이라도 좋으니 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걸 듣고 아차 싶었다. 나에게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기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을 고쳐먹고 보니 화이트와 우드의 조화로운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새삼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피어났다. 상황과 환경은 같지만 결국 내 마음의 문제였다. 더 넓은 곳으로 간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 조금 나아지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는 게 사람의 욕심이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무엇보다 나답게 살고 싶다. 밖에서 기진맥진해져 돌아와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침대가 있고, 햇살이 들어오는 창이 있다. 누워서 바로 TV도 볼 수 있고, 하루 종일 뒹굴거려도 잔소리를 듣지 않는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잘 사용하진 않지만 책상을 가지고 있다.
어린 왕자의 작은 별을 상상하며 내 공간도 내가 묻어나게 가꾼다. 청소를 싫어하는데 더 넓은 집으로 간다면 청소도 힘들 것이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고, 이곳에서는 만능 요리사가 된다. 레시피를 잘 보지 않는 덕분에 얼마든지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하다. 맛도 물론 내가 감당해야 될 부분이지만 대체로 맛있어서 만족한다.
가끔은 엉뚱하고 창조적인 생각도 이 공간에서 나온다. 특히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곳에서 마음대로 만끽할 수 있어서 그런 거겠지.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하며 흔적을 남긴 추억이 깃든 나의 첫 번째 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작고 귀여운 집을 좋아하게 됐다. 어디에 있더라도 나의 결을 잃지 않고 밝게 빛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