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피스토리우스의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간의 몸과 영혼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아동심리학자 마가렛 말러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육체와 함께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육체가 세상에 나온 후에 비로소 잉태되는 것이다. 그래서 육체가 완전한 모습을 갖춘 후에도 정신은 미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육체의 모양은 갖추어져 있으되 그 기능이 정지한 사람의 정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신 기능도 정지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육체가 멈춘 후에도 정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놀라운 이야기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4년 만에 의식이 깨어나지만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다시 9년이 지난 후 기적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의 회고록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전신마비 장애인의 경험을 다룬 매우 드문 작품인 동시에 인간의 영혼과 육체의 관계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장애인의 주관적 경험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라 생각되어 '수북수북'의 선정도서에 포함시켰다. 이 책은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수단으로만 소통이 가능한 저자가 전문 작가와 공동 집필한 것으로, 전체 구성이 짜임새 있고 글이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이날은 독서 모임 출범 이후 출석률이 최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 한 주 만에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뉴스가 터졌다. 이날부터 고3 학생들은 등교 수업을 시작했다. 뒤숭숭한 사회분위기에 우리 독서 모임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회원 중 한 명은 부친상을 당했고 한 명은 비즈니스가 갑자기 바빠져서 참석하지 못한다고 연락이 왔다. 한 명의 회원은 수요일마다 시댁에 갈 일이 생겨 독서모임 활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들 외에도 한 회원은 몸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했고, 또 한 회원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날은 공동운영자가 진행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소수만 참석하게 되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네 명이서 만나는 독서 모임에서는 다른 때보다 더 깊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독후감과 발제문에 따른 토론을 뼈대로 삼아 독후감에 싣지 못했던 이야기와 다른 회원의 말을 들으며 생각난 것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진행자는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미리 공유하여 그가 책에 쓴 보완대체 의사소통방식이 어떤 것인지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의 기사도 공유해주었다.
독후감에서 회원들은 저자의 삶에서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아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커다란 이슈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었는데, 한 회원은 정상적인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과연 가족, 이웃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며 살고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이 장애인을 대했던 인식과 태도를 반성했고, 극한의 장애를 겪으면서도 포기를 몰랐던 저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롤모델을 발견했다고 했다.
보완대체 의사소통 수단은 저자를 세상과 연결시켜준 동시에 그의 재능을 발견하게 해 주고 일자리까지 얻게 해 주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어떤 일에 전심을 다할 때 예상치 못한 이득이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회원도 있었다.
의식이 있으면서도 붙박이 가구 취급을 당하며 살았던 9년 동안 그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했던 사람들 때문에 그가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는 그의 변화를 처음으로 알아본 요양사와 AAC 개발자들 덕분에 사랑과 희망으로 변했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훌륭한 도구를 세상의 많은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물질을 기부하고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말한 회원도 있었다. 한 회원은 글의 힘, 책의 힘을 깨달았고 이 책을 부부관계의 지침서로 삼고 싶다고 했는데, 그만큼 이 책은 소통의 욕구가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유토론 시간에 한 회원은 자신도 엄마에게 이 책의 제목과 비슷한 욕설을 들으며 자랐고 그것이 평생 상처가 되었으나 어머니가 늙어 치매에 걸렸으면서도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해야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회원, 늙으신 아버님을 본인이 모시고 싶으나 배우자가 반대하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는 회원, 할머니를 최고의 시설에 모셨지만 그곳에는 할머니의 말벗이 될 만한 친구가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회원도 있었다. 오늘 모임도 저자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회원 각자가 자신을 삶을 반추해보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