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되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와 필 나이트의 「슈 독」

by 이소라

수요일의 독서 모임 ‘수북수북’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실행한 과정은 「화상 독서 모임 어떻게 시작할까(이소라‧염주희 공저, 월간토마토)」에서 자세히 밝혔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우리가 읽은 책의 저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걸어온 길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랜디 포시와 필 나이트는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는 위태로운 시간을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 되었다.

「마지막 강의」의 저자 랜디 포시는 포기를 모르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이 책을 첫 번째 순서에 넣은 이유는 그의 유쾌한 상상력과 죽음 앞에서도 빛을 발하는 유머 감각 때문이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재미없게 사는 법을 모른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라! 독서 모임의 첫 시간을 웃음과 희망으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슈 독」의 저자 필 나이트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었으나 운동화 사업에 뛰어든 후에는 오직 운동화밖에 모르는 미친 사람이 된다. 그의 미친 꿈은 지인들에게까지 전염되었고, 이렇게 뭉친 나이트 패밀리는 세계 최고의 운동화 브랜드 나이키를 탄생시킨다.

나는 포시의 긍정성에 감염되어 웬만한 장벽에는 겁먹지 않는 면역이 생겼고, 나이트의 꿈에 감염되어 오직 독서 모임만 생각했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 포스터 부착하러 간 일이 좌절되었어도 실망하지 않았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지만 나에겐 여러 개의 우산이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나의 평소 신념에 포시와 나이트, 그리고 공동운영자의 무한 지지가 더해졌다.


포시가 스스로 던진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무엇이 나를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만드는가?” 그는 유일무이한 삶을 살기 위해 엉뚱한 일도 많이 벌였다. 죽음이 임박해서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유언을 공개적인 강의 형태로 제시한 것도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증명하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의 이 질문은 내게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나는 공감을 잘한다. 나는 잘 웃는다. 이런 것은 누구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행복해졌다. 그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포시의 말 중에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이다.”라는 말도 큰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코로나라는 장벽을 만났지만, 포시의 응원 덕분에 즐겁게 장벽을 뛰어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장벽 뒤에 있는 그것을 내가 간절히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장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간절히 바라는가?” 라고 묻기보다 “넘을 수 있을까?”에 집착한다. 가능성이 작을수록 더욱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적은 일일수록 자신의 창의력을 시험할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지 못한다. 설사 실패가 연속된다고 하더라도 실패 속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음을 알지 못한다.

KakaoTalk_20201017_005413687.jpg 장벽이 거기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준을 대충 아무 높이에나 맞추는 것은 학생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라는 포시의 말에 힘입어 나는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후감 쓰기 싫다고 불평할 때 타협하지 않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게으름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잠재력을 낭비하는데 가담하는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수북수북’ 발족 1주년이 된 지금 나 자신에게 그건 참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독후감에 걸려 넘어져서 탈퇴한 회원이 있는 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할 때는 A 학점이 아니면 모두 낙제다.”라는 말이나 “정직함은 도덕적으로만 옳은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하다. 모두 진실을 말하는 세상에 산다면 사실을 재확인하느라 허비하는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라는 말은 나의 평소 신념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응원받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공익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태도는 오직 한 단어로만 설명할 수 있다. 이기심.”이라는 말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독서 모임에 쏟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인정해주는 말로 들렸다.


필 나이트는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찾아낸 사람들에게 끈질기게 구애하였고, 마침내 그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대학 때 육상코치였던 바우어만, 대학 친구였던 존슨, 부상으로 장애인이 된 우델도 나이트처럼 신발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본 브랜드 타이거를 수입하는 회사에서 나이키라는 자체 브랜드를 탄생시켜 마침내 주식을 상장하기까지 20년의 세월을 그들은 완전히 한 팀으로 작동했다.

나이트의 리더십은 다분히 독단적이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도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다음은 일하는 사람에게 일임하는 것이 그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최선의 방법임을 그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첫 번째 파트너였던 존슨이 소매점을 개설한 후 매일 편지로 업무보고를 했지만, 그는 거의 읽어보지도 않았고 당연히 칭찬이나 격려도 하지 않았다. 당시 나이트는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직업을 따로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계사와 대학 강사를 하면서 아침과 저녁, 주말에는 사업을 위해 뛰어다녔던 그에게는 존슨의 편지에 답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존슨은 상처받고 물러서지 않았다. 나이트의 꿈이 존슨의 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존슨은 열악한 임대사무실에서도 미적 감각을 발휘하여 제품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진열하고 체육인들이 편안히 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바우어만은 육상경기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최고의 컨디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적인 연구를 시도했다. 그의 연구 결과가 제품생산에 바로 적용됨으로써 그는 나이키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해낸다. 우델은 존슨과 바우어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나머지 세 사람에게 부족한 측면을 채워준다.

image__2016_824819_14803202902697555.jpg 자서전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필 나이트

이 밖에도 나이트의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창업 초기에 함께했던 이들은 끝까지 같이 가며 동업자와 친구 이상의 관계를 유지한다. 나이키의 성장과 발전은 나이트의 꿈에 더해 이들과 맺은 가족 같은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가족 같은’ 관계라는 말 몸속에는 온갖 종류의 유치한 감정과 행동들을 표출할 수 있고 그럼에도 서로를 용납할 수 있었던 관계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꽃이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예를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꿈이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이트의 꿈은 운동선수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운동을 즐기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발에 맞는 좋은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그는 믿었다.

일단 출발선을 떠난 그의 발은 멈출 수가 없었다. 좋은 제품 찾기에서 시작한 그의 여정은 판매 전략을 짜고 수많은 체육인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품의 기능을 보강하도록 요구하고 새로운 재료와 디자인을 제안했으며, 나중에는 새로운 제조업체를 찾았다. 제조업체의 교체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 결과였다. 제조업체 측에서 독점판매 계약을 어긴 것이나 일본 노동자의 인건비가 상승한 것, 경쟁업체들의 모함으로 관세 폭탄을 맞는 등의 사건이 이러한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이러한 위기에 하나하나 대처해나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고, 그 돌파구는 회사를 완전히 새로운 길로 이끌게 되며, 나이트가 필생의 파트너들을 만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심지어 그는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도 일터에서 만났는데 끝까지 정신적, 실제적으로 그녀의 큰 지원을 받는다.

필 나이트의 자서전인 「슈 독」은 1962년부터 1980년까지 그의 미친 생각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나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기록이다. 회사를 창업하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회사가 성장하는 도중에 어떤 난관이 있을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과 용기가 어떻게 이런 난관을 돌파하게 해주는지를 배우게 해주는 매우 가치 있는 책이다. 덤으로 나 같은 경제학 문외한에게 자기자본, 환율, 관세, 주식상장 등의 개념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런 주제들에 대해 다소의 이해를 갖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나이트는 20대 초반에 6개월간 세계여행을 한 이야기를 쓰면서 그것을 육상선수가 시합 전에 미리 트랙을 밟아보는 것에 비유하고 있었다. 그는 유한한 인생을 살며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대해 알아보고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갖고자” 했다.

타고난 리더라고는 할 수 없었던 나이트가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회원들이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청사진을 그려놓고 그것을 따랐다기보다는 일단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걸어가면서 길을 만드는 타입이었다. 그의 목표지향성과 집중력,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끈질김이 수많은 난관을 물리치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내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좋은 교육적 배경과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혜안이 있었고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려는 자세가 있었다.

나이트의 윤리관에 대한 질문에서는 찬반 입장이 팽팽히 갈렸다. 성공과 열정의 상관관계에 관한 토론에서는 열정 없이 성공할 수는 없겠으나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열정은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으로 수렴되었다. 결국 성공의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하는 것이다. 성공이란 결과가 어떠하든지 자신이 선택한 일을 최선 다해 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4월 초 「슈 독」을 가지고 모임을 한 후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았다. 3월 초 예정되었던 오리엔테이션이 무산될 뻔한 위기를 거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올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포시의 ‘장벽’ 철학과 나이트의 미친 꿈에 감염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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