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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Sep 24. 2022

비유, 소로우 읽기의 즐거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독후감

      소로우는 비유의 달인이다. 모름지기 적절한 비유라는 것은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직관의 산물이다. 온 세상 사물을 꾸준히 관찰할 때 우리는 사물 간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초승달 같은 눈썹이라든가 호수 같은 눈동자라는 말은 누가 처음 사용한 것인지 몰라도 자연과 인간을 오래 관찰한 결과로 만들어진 오래된 문학적 표현이다.

    『월든』이라는 벽돌 책은 소로우가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었기에 출간될 수 있었던 책이다. 매일 읽고 쓰는 습관은 그의 과거 경험과 자연 현상을 버무려 아름다운 문학이라는 요리를 만들게 해준 최고의 조리도구였다. 요리의 재료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 에머슨의 집에서 읽은 책들, 형과 함께한 학교 운영과 선상 여행의 경험, 무엇보다도 월든 호수 주변의 원시적 자연이 주는 자극이었다. 

    조금 과장한다면 이 책은 관찰 반, 비유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먼저 박물학자의 눈으로 세심히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기록한다. 그는 기록을 하다가 공상으로 빠지기 일쑤다. 그가 2년 동안 자연인으로 생활한 데는 “인간 생활에서 으뜸가는 필수품이 무엇이며, 이것을 얻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을 취해왔는가를 알기 위하여 원시적이고 개척자적인 생활을 해 본다”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원시인과 같은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원시인은 시간에 쫓길 일이 없으므로 그의 일과 속에는 공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정으로 있었다. 

    독자인 우리는 그의 공상을 사색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의 공상과 사색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 책의 중심 아이디어가 매우 독창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월든 호수 주변의 생태를 보고하는 환경보고서도, 주거지나 농경지 개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경제보고서도 아닌 문명비판서다. 이 책은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인간사회에 대한 고발장이다.

    그런데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건조한 논설문 형태로 썼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랑했을까? 이 책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을까? 저자가 구사한 수많은 비유, 창조적이고 적절한 비유 때문에 이 책은 최고의 문학적 가치를 획득했다고 본다. 이 책에 실린 비유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소개해본다.       


  “빚이란 태곳적부터 있는 진흙 수렁이다. 여러분은 살아있기는 하지만 이 ‘남의 놋쇠’에 묻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남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북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의 노예 감독일 때이다.”


  “새로운 세대는 마치 난파된 배를 버리듯이 지나간 세대가 벌여놓은 사업을 버리는 법이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대부분은 신체적 냉기 이상으로 사회적 냉기에 기인한다.”


  “사람이 대지에 깊이 뿌리박은 것은 그만큼 높게 하늘로 솟아오르고자 함이 아닌가?”


  “우리의 털갈이 시기는 날짐승의 그것처럼 인생에 있어 하나의 위기일 때여야 한다.”


  “파리에 있는 두목 원숭이가 어떤 여행용 모자를 쓰면 미국에 있는 모든 원숭이들은 그와 똑같은 모자를 쓰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가구의 먼지도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건물의 뼈대는 허영심이며, 이 허영심은 마늘과 버터 바른 빵을 애호하는 심리에 의하여 부추김을 받고 있다.”


  “이 빵들은 내 스스로 성숙시킨 진정한 ‘곡식의 열매’였으며 다른 고귀한 과일들 못지않은 향기를 지니고 있었다.”                    


  “오늘날의 영국은 무척이나 많은 짐들을 끌면서 여행하고 있는 노신사다.”


  “변질된 선행에서 풍기는 악취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다.”


  “그대가 가진 것이 많거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거든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라.”

빛과 반사로 가득한 수면은 그 자체가 지상의 하늘이다

  “빛과 반사로 가득 찬 수면은 그 자체가 지상의 하늘이다.”


  “멀리 있는 산맥의 봉우리들은 하늘의 조폐국에서 찍어낸 진청색의 동전이다.”


  “아침은 언제나 나의 생활을 자연 그 자체처럼 소박하고 순결하게 지키라는 초대장과 같았다.”


  “사람이 철로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다. 실은 철로가 사람 위를 달리는 것이다. 침목 하나하나가 사람인 것이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舞蹈病)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사소한 두려움이나 사소한 쾌락은 참된 현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은 내가 낚시질하는 강을 흐르는 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나의 손을 바쁘게 놀리고 싶지 않다. 나의 머리가 손과 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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