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내고 보니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목과 허리에 추간판탈출증이 있다. 그러면서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활동을 멈추지 못한다. 나의 젖줄인 책읽기와 글쓰기, sns 때문이다. 통증이 심할 때는 잠도 잘 못자고 고속버스도 타지 못했지만 프롤로주사와 필라테스 덕에 지금은 살 만해졌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요가원은 문을 닫았고 감염될까 두려워 병원에도 못가니 다시 증상이 재발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 의사가 주사치료를 할 거냐고 물었지만 물리치료부터 좀 해보겠다고 했다. 프롤로주사란 것이 큰 바늘을 경추 깊이 찌르는 것이라 찌릿찌릿한 그 느낌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물리치료를 받다가 습관처럼 터치한 네이* 카페에 내 책의 독후감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작년 국민연금에서 주최하는 작가탄생 프로젝트에서 우리들을 조련했던 K과장이 쓴 글이었다. 우리끼리는 불꽃애기씨라고 부르는 그녀는 글 쓰는 방법만 빼고 다 가르쳐주었었다. 그녀의 역할은 우리가 글을 쓰고 싶어지도록,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와 또 한사람, 함안댁으로 불리우는 J과장 덕분에 우리는 이 나라 문화 부흥의 주역이 되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고 모두 한 권씩 책을 써냈다.
작가탄생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한 달 동안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좋은 글귀를 보내주며 우리들을 토닥토닥 다독였다. 참으로 행복했던 한 달이었다. 첫날과 마지막날의 글귀를 소개한다.
하루도 뻔한 이야기가 없었으며, 그랬기에 하루도 그녀의 글귀를 기다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강의를 할 때 그녀는 살짝 공주병에 걸린 캐릭터로 자신을 포장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녀와 J과장의 강의는 늘 재미있고 유쾌했다. 원고를 출판사에 송고하기 위해 모였던 날도 그들은 우리 노친네들이 굼뜨다고 타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출판기념회를 하던 날까지 그들은 최선을 다해 우리 문화의병들을 격려하고 한사람 한사람에게 진심어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우리를 이어 바로 다음 기수를 위한 강의가 시작되었기에 나는 이 두 사람과 멀어지는가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소장용 책만 만들었던 내게 금년 2월에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도록 상업출판을 해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신 없는 척, 마지못해 하는 척 하며 초고만큼의 양을 덧붙여 새로운 제목으로 책을 써냈다. 원래 제목은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아버지>였지만 새로 만든 책 제목은 <60년생이 사는 법>으로 했다. 원고의 양을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브런치 플랫폼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는 일단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조회수가 하루 한 자리밖에 안되었지만 누군가 라이킷을 눌러주면 기분이 날아갈 듯 했고 그렇게 조금씩 써 나간 글이 30개가 넘고 구독자수와 조회수도 서서히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분량으로 책을 구성했다. 처음에 쓴 원고는 부모님에 대한 나의 복잡한 심경을 쓴 것이 대부분이라 상업출판이 꺼려졌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면 몰라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J과장의 제의로 병영독서코칭 지도사 모집에 응모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글쓰기 교실을 열더라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출간한 것이 <60년생이 사는 법>이었다.
상업출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내 책을 선물 받은 몇몇 사람들에게 뜻밖의 칭찬을 받았다. 좀 우쭐해지기도 하고 스승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두 사람에게 책을 우송했다. 연기된 출판기념회를 위해서라도 미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싶었다. 그런데 K과장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내 책을 소개하며 과분한 칭찬을 해주었다. 그녀가 인용한 문구들은 내가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근사했다. 물리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다. 흥분이 가시기 전에 얼른 댓글을 달고 싶었기 때문이다. 병원 문을 나서니 온 세상이 환했다. 길에 핀 꽃들도 나를 보고 미소 짓는 것 같았다.
이런 경조증 상태에서 H문화재단의 뉴북 프로젝트 포스터를 보고 바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5월 말까지 150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서 보내면 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북클럽 후기를 계속 쓰면 충분히 그 분량이 나올 것 같다. 출판 전문가들이 책 디자인을 도와준다고 하니 첫 번째 책보다 훨씬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선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도 자가출판이나 자비출판을 하면 되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글쓰기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 나는 여전히 불꽃애기씨에게 조련당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