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잘 죽기 위한 연습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독후감)

by 이소라

아버지의 임종 소동이 자주 일어나면서 다른 사람들도 마지막 가는 길이 이렇게 요란한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17년간 가정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했던 최화숙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낸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이 책은 말기암 환자들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고통 없이 보내고 정신적으로도 평온한 상태를 갖도록 돕는 호스피스 사역에 대한 기록이다. 환자들의 병명과 경제적 상태, 가족들과의 관계는 다 달랐지만 호스피스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의 사랑과 돌봄에는 차별이 없었다.


추천사를 쓴 김재형은 죽음을 여행에 비유하며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호스피스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저자는 인생을 한 편의 연극에 비유하면서 죽음은 ‘배우가 자기 역할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역할이 무엇이든 목적한 대로 연기했다면 배우의 소임을 다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자기 역할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에 퇴장한다면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호스피스는 ‘환자가 적당한 시점에 무대에서 내려오도록 돕는 연출자’라고 말했다.

탈무드에서 태어남과 죽음을 배의 출항과 입항에 비유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래서 '출생보다 죽음이 더 격려와 칭송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항구로 돌아오는 배는 비록 낡고 망가졌어도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으니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죽음을 여행, 퇴장 또는 입항이라고 볼 때 환자와 가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죽음을 여행의 출발로 볼 때는 누군가가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주어야 하고,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볼 때는 박수로 격려해야 한다. 죽음을 배가 항구에 돌아오는 것으로 볼 때는 노고를 치하하고 편히 쉬게 해주어야 한다.

호스피스에서는 이렇게 죽음을 삶의 정상적인 과정으로 보고 죽어가는 사람도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그 보살핌의 내용에는 신체적 보살핌 뿐 아니라 정서적, 영적 보살핌도 포함된다. 그래서 호스피스 종사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방식으로 살도록 도우려 한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게 도와주고 삶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것도 호스피스 의료인과 자원봉사자의 역할이다.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대개는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대로 떠난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어떤 사람의 마지막이 어떨지를 현재 삶의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호스피스 종사자의 역할에는 가족들이 환자를 편안히 떠나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포함된다는 말도 소중한 정보였다. 미국 호스피스협회의 정의에는 ‘말기환자와 가족의 요구와 필요에 맞추어 제공하는 보살핌’이라는 구절이 들어있다고 한다.


나의 아버지는 말기환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아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그대신 우리 가족 모두가 호스피스 서비스의 개념을 배워 익히면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좀 더 평화롭게 보내도록 해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잘 죽기 위해서는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고, 사랑을 표현하고, 가진 것을 나누고,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라고 권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죽음을 연습하는 것은 삶을 연습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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