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하나 더, 다른 언어 배우기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

by 이소라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해놓은 탁월한 실용서다. '수북수북' 시즌 1의 마지막 순서에 이 책을 넣은 이유는 그동안 혹사당했던 두뇌를 쉬게 하면서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살던 사람들끼리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 정상이듯, 같은 나라 사람이라 해도 서로가 자란 지역적, 계층적 특성에 따라 문화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는 저자의 가정은 매우 타당하다. 남녀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결혼이라는 현실로 들어서게 되면 서로의 다름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다름이라고 부르는 대신 틀림이라고 부른다. 서로를 틀렸다고 공격하는데서 불화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의 언어란 사람이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특정 상황을 말한다. 대략 5가지 정도로 구분되는 이 상황들은 ‘인정하는 말’을 들을 때,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때, ‘선물’을 받을 때, ‘봉사’를 받을 때, ‘육체적 접촉’을 할 때이다. 다양한 사랑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랑이 사라졌다고, 상대가 변했다고 실망하는 커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 사람의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내가 그의 사랑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니까. 이 책은 사람이 왜 그런 사랑의 언어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이며 배우자나 가족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찾아보도록 권한다.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으면 부부와 가족 간에 존재하는 많은 오해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진행은 회원 중 한 명이 맡았다. 그는 미리 리딩 가이드도 올리고 관련된 글들과 영화소개도 해주었다. 회원들이 진행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하고 싶어서 돌아가며 진행하자고 제안했었으나 그 제안에 응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었다. 이 회원이 자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회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과제를 일찍, 열심히 제출했다.

모임 시간에는 먼저 각자가 자신의 사랑의 언어와 배우자의 사랑의 언어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나는 신혼 초 남편의 사랑의 언어가 ‘선물’인 것을 몰라서 남편이 갖다 주는 월급과 사다주는 선물을 사랑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을 고백했고, 남편 역시 나의 사랑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과 ‘봉사’인 것을 몰라서 나를 혼자 있게 하고 육아를 도와주지 않은 것이 내게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소개했다.

회원들은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나누었다. 오늘의 진행자는 우리 부부와 비슷한 이유로 많이 다투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길을 지나다 아내에게 어울릴 것 같은 스카프가 보이면 잘 사다주었지만 아내는 싸구려를 사왔다고 싫어했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의 사랑의 언어는 ‘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성회원 중에 ‘선물’이 자신의 사랑의 언어라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고 한 사람이 있었고 부부 모두 ‘함께하는 시간’이 사랑의 언어라서 자신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유지해왔다고 한 남성회원도 있었다. 사랑의 언어가 일치하는 부부의 경우는 오해의 소지가 덜할 테니 원만한 관계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부부 모두 사랑의 언어가 ‘봉사’인 여성 회원은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주면서도 불평을 하는 경우, 설거지 해주는 그 행위가 전혀 사랑으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했다.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려는 노력도 그저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사랑의 언어를 안다 해도 그 언어로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랑의 기술을 익히지 못해서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술을 익혔어도 억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사랑을 의지의 행위로 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몇 주 전 읽었던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연상하게 했다. 자신은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의 사랑의 언어가 ‘봉사’임을 알기에 기꺼이 청소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즐겨 하는 일은 아니지만 상대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고 행동이라는 말이 오늘 여러 번 반복해서 회자되었다. 나는 동일한 맥락에서 사랑은 노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을 위해 내가 싫어하는 쇼핑을 하는 것도 노동이고,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배우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칭찬할 것이 별로 없는데도 상대를 위해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것도 노동이다. 그리고 자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남편을 위해 스킨십해주는 것도 노동이며,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가사 일을 도와주는 것도 노동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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