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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시작하는 의식

5월의 첫날을 시작한 타로카드 - 원반의 딸

마더피스타로카드는 전통적인 유니버셜웨이트 타로와는 다른 체계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타로의 지혜를 포함하되 남성 우월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난 여성주의 타로가 마더피스 타로이다. 동그란 원형은 모든 것들을 품고 포용하는 이미지다. 동그라미는 여성의 가슴, 아이를 품고 있는 배, 자궁, 난자 등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우주의 모습도 원형으로 표현된다. 동그라미 형태의 타로는 네모난 전통 타로카드보다 자유롭고 유연하다. 사각형의 이분법적이고 극단적인 대립의 의미보다 섬세하고 포용적이다. 직관적이면서 이해하기도 쉽다.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과 역사의 부당함을 바로잡으려고 한 일부의 예술가, 창작자 집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더피스 타로는 젠더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자기치유와 탐구의 과정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가부장제 이전의 세상까지 거슬러 올라가 평화롭게 자연과 더불어 살던 고대인들의 모습을 타로카드에 담아내었다. 마더피스 타로에는 평화주의적인 해석이 담겨져 있으며, 고고학적으로 측정되기 힘든 과거의 문명까지도 담아내려고 한다. 좀더 문제의 근원을 바라보게 하며, 맞다 틀리다 이중적인 답이 아니라 현명한 지혜를 찾게 만드는 도구가 마더피스카드가 아닐까.


오늘은 5월 1일. 새로운 한 달의 시작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면 기분이 좋고, 벅차오른다. 시작은 곧 탄생이다. 그래서 입학식이나 개학 등 처음을 시작할 때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앞날의 승리와 성취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첫 걸음을 떼는 시작을 통해 앞으로의 일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게 된다. 시작을 행하는 의식을 통해 신비로운 시, 공간을 스스로 창조하게 된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은 매일 달리기를 하거나 기도와 명상을 하기도 한다. 커피를 한 잔 내리는 의식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운동선수들은 새벽에 기상하여 스트레칭과 달리기를 하기도 하며, 성직자들은 새벽부터 경전을 읽고, 기도를 드린다.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책상정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전 산책을 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회사원들도 업무 시작 전 간단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마음의 예열을 한다.


나는 타로카드로 하루를 시작하고, 타로카드로 한 달을 시작한다. 타로카드 한 장을 뽑는 것은 기도가 되기도 하고, 명상이 된다. 마음속의 염원이 그림으로 나타날 때 설렘과 흥분을 느낀다. 5월의 시작이니 한 달을 시작하는 카드 한 장을 뽑아볼까. 보통 타로를 뽑을 때 가볍게나마 심호흡을 하고,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 뽑으면 좋다. 서둘러 아무 카드나 뽑을 때도 있지만, 좀더 기운을 모아 나름 간절함을 담는 것이다. 마더피스 타로는 동그라미 모양으로 카드를 펼치게 되는데, 그 때 유난히 반짝거리거나 눈에 들어오는 카드를 뽑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떨림으로 카드를 뽑기도 한다. 질문을 생각하면서 내면의 지혜를 모아 타로 카드 한 장을 뽑는다.


오늘 뽑은 카드는 ‘원반의 딸’ 카드이다. “나의 5월은 어떠한 한 달이 될까?” 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한 장을 뽑았다. 원카드 리딩이라고 불리는 한 장 뽑기 방법은 매우 쉽고 간단하다. 누구나 스스로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하나의 질문으로 한 장의 카드가 완전한 대답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질문의 의미를 생각하고 뽑은 한 장의 카드는 그것 자체로 의미심장할 때가 있다.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면 되니 말이다. 내 인생에 분명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오늘 뽑은 ‘원반의 딸’은 내가 꿈꾸는 이미지 같다. 카드의 의미를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딸이 시파푸니(호피족의 말), 곧 ‘탄생혈’ 옆에 있는 힘의 자리에 서 있다. 그녀는 자신의 메디슨 파이프를 신성한 원 안에 내려놓는다. 뒤쪽 동굴 안에 그녀의 집이 있다. 해는 졌고 보름달이 떠올라 그의 흑요석 거울을 비친다”


정방향 의미는 ‘용감하고 결의에 차 있고 열려있고 수용적인 상태. 자신의 삶을 진척시키거나 필요한 영감이나 정보를 기꺼이 기다리는 모습. 자신의 몸을 통해 오는 진실에 기반을 둔 지식을 추구’ 라고 한다. 매우 좋은 의미가 많다. 북미 인디언 전통과 연관 있는 카드의 이미지 속에는 고독한 시간과 홀로 있는 고립을 온 몸으로 겪어낸 후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여성이 당당해보인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했으며, 자기만의 광야에서 시간을 견디고 보내온 모습이다. 굴처럼 보이는 집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냈을 수도 있고, 수행하면서 고독을 참고 인내했을 수도 있다. 영적인 힘을 갖춘 여성은 흑요석 거울을 비추면서 세상에 빛을 전하고 있다. 내면의 비전이나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아는 것 같은 상태다. 스스로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5월의 시작 카드로 너무 좋다. 이 카드는 ‘칠전팔기 오뚜기’ 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아무리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금 일어서는 오뚜기 정신을 담고 있다. 5월 한 달 동안  ‘원반의 딸’의 이미지를 심상으로 지녀야겠다. 나의 세계는 긍정적인 파장으로 확장된다.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해나가는 법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이다. 남들의 비판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당당히 선택하는 용기를 지니면 된다. 흙의 색깔로 그려진 배경이 사막이나 거칠고 건조한 자연환경같다. 척박해보이기도 하며, 식물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내가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똑같은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끊임없이 일의 형태가 바퀴었고, 의뢰하는 기관이나 학교 등도 바뀌었다. 강의 의뢰나 인터뷰, 글 등의 작업에 대해 의뢰해주는 곳들이 매해 바뀐다. 새로운 일을 즐겁게 진행하고 잘 마무리 되면, 그 다음 프로젝트 역시 완전히 새롭다. 새로움이 연속되는 일이지만 피곤하지 않다. 언제나 새롭다는 것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배우게 만든다.



오늘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면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었다. 길가에 버려진 돌에 글씨를 쓰고, 사진을 찍어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도 있었다. 해양 쓰레기를 아름답게 모빌 형태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도 있고. 강아지풀을 모아 수백개의 조형물을 만들기도 하고, 녹슨 철대문을 그대로 작품으로 걸어 놓은 것도 있다. 30년간 작업을 해 왔던 흔적이나 물건 등을 하나의 조형물로 만든 것도 있으며, 어머님이 바느질하다 남은 천으로 회화 작품에 오브제로 더한 것도 있다. 멸치비늘을 모아 만든 작품, 캔버스 살 돈이 없어서 버려진 종이나 합판이나 신문지 등을 이용한 작품 등 다양하다. 쓸모없는 것들 속에서 새로운 쓸모와 창조적인 영감을 얻은 예술작품을 보면 항상 감탄하게 된다. 그러한 작업들은 예술가 자신에게 새롭기도 할 테지만, 보는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배우게 되니 말이다. 5월의 첫날의 의식으로 미술관을 다녀온 것도 잘 한 일이다.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에게 자주 주어야 한다.


시작을 시작하는 의식으로서 타로카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나만의 시작 의식, 창조적 시작의 리추얼을 만들어보기. 바로 타로카드 한 장에서부터. 나의 운은 내가 만드는 것이며, 운을 느끼고 변화시키는 것도 나 스스로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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