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책방의 이름은 <랄랄라하우스>이다. 김영하 작가가 쓴 에세이의 제목에서 따온 책방의 이름이다. 랄랄라, 그냥 입으로 소리내어 보면 신이 난다. 랄랄라 웃을 수 있는 책방이길 바랬다. 오늘은 오전부터 모임이 있었다. 6명이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대화일지 모른다. 왜냐면 책 안팔리는 책방을 시작해놓고선, “책이 진짜 안 팔린다”고 하소연하는 격. 이미 책 안 팔릴 줄 알았으면서 책방을 차린 건 또 뭔가. 그리고 또 책을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얘기해보자고 한다. 책방 운영의 팁 같은 것들을.
담해북스는 망포동에서 출판사를 겸하고 있는 책방이다.
아뮤컨셉은 우만동에서 가죽공예와 목공을 겸하고 있는 책방이다.
탐조책방은 서둔동에서 새관찰과 새를 듣는 시간이라는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책방이다.
글온언어는 곡반정동에서 언어치료상담실을 겸하고 있는 책방이다.
아티스트웨이는 광교에서 곧 문을 열게 될 타로카드와 예술적인 창조적인 일을 하는 책방이다.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랄랄라하우스는 작업실 겸 모임공간으로 운영하는 책방이다.
모두 다 겸업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카페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푸념 혹은 하소연같은 이야기지만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건넨다. 책방을 하면서 고충을 나눈다. 함께 뭘 해보아도 좋겠다고 하면서 기대에 찬 감정을 나눈다. 대단히 부지런하거나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이 아니어서 오히려 편안하다. 두 시간 정도 이야기한 후 각자의 일터로 헤어졌다. 모이기만 해도 할 말이 넘치는 책방 대표님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웠다. 쓸모없는 일 속에서 쓸모를 찾아나가는 사람들이다. 2주 뒤 모임을 다시 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 ‘시티메이커스’라는 수원문화재단의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책방모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 돈 안되는 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흔치 않은 사람들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오늘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의 에너지가 ‘태양’(sun)으로 가득 찬 것 같다. 마더피스 타로카드 19번 카드를 뽑았다.태양의 에너지가 충만한 하루였다. 사람들이 모여 유희를 즐기는 모습. 기운이 밝고 환하다. 태양은 생명의 빛이며, 만물을 소생시킨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나를 선보이는 것 같다. 본능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상태이다. 마더피스 타로카드에서 ‘태양’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욕망과 원함대로 마음껏 자유를 발산한다. 느긋하고 좋은 날이 될 거라는 의미도 있다. 우정의 카드라고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다. 춤추거나 노래부르거나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해 빛나는 태양이라는 이미지가 가슴 속에 깊이 남는다.
책방 주인장들과의 신명나는 하루. 두 시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고충을 나누면서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 자랑도 하고,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는 밝은 분위기였다. 아마 책방을 하는 이유 역시 ‘태양’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열린 마음으로 만나고자 하는 투명하고 빛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책방을 하는 건 아닐까. 동네에서 책방을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싼 월세를 치루면서 매달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더더욱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만난 책방 대표들은 그저 자신의 삶의 한 영역으로 책방을 생각하고 있다. 전적으로 책판매만의 수입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놓기 싫어하는, 책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것이 무거운 의무감이 아니라 마더피스 타로에 등장하는 그림처럼 가볍고 통통 튀는 풍선처럼 즐거운 이미지 같다. 하루에 한 권도 안 팔리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평가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책방으로 그저 살아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