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언니 Jul 18. 2024

영화 <더웨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무언가...

영화<더웨일>을 통해서 보게 된 나의 마음 


어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넷플릭스에서 추천 영화로 뜨길래 호기심에 눌렀다가 끝까지 울면서 보게 된 영화 <더 웨일>     


네이버 영화 (이미지 참조) 


아카데미 수상작이기도 한 <더 웨일>은 ‘찰리’라는 270킬로그램 거구의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소파와 집 안의 배경이 전부이다. 영화의 시작에서 찰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모비딕’의 한 부분을 낭독하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모비딕’을 읽고 쓴 딸의 독후감 같은 글이었다.    

  

찰리는 대학에서 에세이를 가르치는 강사이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어서 화면을 꺼 놓은 채로 수업을 한다. 몸도 마음도 망가진 채로 살아가는 찰리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알고 보니 딸 앨 리가 8살 때 대학의 남자 제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갔던 대책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극 중에 나오지 않았던 애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앨런은 새생명선교회 목사의 아들이었는데 동성애자가 된 것을 괴로워하고, 집안에서도 내쫓김 당한 후 아마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찰리를 돌봐주는 간호사 리즈가 집으로 찾아오는데, 그녀는 찰리의 연인이었던 앨런의 여동생이었다. 오빠의 죽음 이후 찰리를 돌봐주는 것 같다.      


찰리는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지만 절대 문 밖을 나가지 않는다. 매번 치킨과 피자와 치즈가 잔뜩 든 샌드위치를 먹는다. 초고도 비만이 되어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딸 앨리가 집으로 찾아와 폭언을 퍼붓고, 아버지에 대해 반항하고, 돈을 내놓으라 하거나 대마초를 피운다. 아버지의 기괴스러운 모습을 sns에 올리는 악한 일도 서슴없이 한다. 그렇지만 찰리는 딸 앨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앨리가 한 편의 글을 가장 진실된 글로 여기며 소중히 여길 정도였다.    

  

영화는 묘하게도 흡입력 있었다. 찰리는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거구의 몸으로 좁은 집을 움직이고 고통에 눈물겨워하는 장면 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특히 찰리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인데 학생들에게 진실을 마주하라, 진정성 있는 글을 쓰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이고 노트북을 던져버렸다.      


인생이 파탄나고 끝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마지막의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끝나버린 자신의 삶에 유일한 빛이 앨리였다. 극 중 앨리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온갖 사고 사건을 저지르는 10대 소녀이면서 비뚤어진 아이로 나온다. 그럼에도 아버지 찰리는 앨리가 분명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 거라고 믿는다. 애인 때문에 딸을 떠난 것을 미안해하고 사죄한다. 영화의 마지막 문을 박차고 떠나려는 앨리를 향해 손을 뻗고 간절한 얼굴을 보이는 찰리. 숨길 수 없는 아빠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앨리의 표정에서도 나타난다. 앨리는 문 앞에 서서 자신이 여덟살 때 쓴 모비딕 에세이를 읽는다. 찰리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한 발짝씩 떼고 앨리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났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딸과 아버지간의 사랑, 전부인과의 연민과 슬픔, 죽은 애인과의 추억, 학생들의 글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체념, 세상과의 격리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생을 이어가는 고통. 그 중 에세이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강의를 하면서 “진실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거짓 연기하며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는 글을 쓰라는 것. 거짓이 아닌 진실의 삶을 향해 나가라는 외침이었다.      


영화 속 에세이 강사 찰리의 삶이 대단히 본이 되고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놓치 않았던 것은 글에 대한 사랑이다. 딸이 8살 때 쓴 에세이를 읽고 또 읽으며 외워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허먼 멜빌이 쓴 걸작 ‘모비 딕’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책의 초반부엔 작중 화자인 이스마엘이 작은 어촌에서 퀴케크라는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다. 이스마엘과 퀴케크는 교회에 갔다가 배를 타고 출항하는데 선장은 해적인 애이해브다. 그는 다리 하나가 없고 어떤 고래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 고래의 이름은 모비 딕. 백고래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애이해브는 많은 난관에 직면한다. 그는 평생을 그 고래를 죽이는데 바친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래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길 죽이려는 애이해브의 집착도 모른다. 그저 불쌍하고 큰 짐승일 뿐. 애이해브도 참 가엽다. 그 고래만 죽이면 삶이 나아지리라 믿지만 실상은 그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될 테니까. 난 이 책이 너무 슬펐고 인물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고래 묘사만 잔뜩 있는 챕터들이 유독 슬펐다. 자신의 넋두리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배려인 걸 아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더웨일은 ‘고래’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주인공 찰리를 상징한다. 그리고 앨리가 쓴 ‘모비딕’ 에세이의 일부가 인용되면서 스토리의 전체를 관통한다. 애이해브의 집착은 가엽다고 하고, 슬프다고 한 앨리의 감정은 찰리를 향한 것이리라.      


네이버 영화 이미지 참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무언가를 생각했다. 깊이 알고 싶은 분야라고 해야 할까. 거창하게 말하면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다. 단순히 심리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측면 뿐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내면의 지혜를 얻어가는 법, 결국 내 마음과 몸과 세계의 작용을 이해하고 통찰해나가는 과정을 배워가는 삶.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