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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언니 Jul 23. 2024

운전면허로 시작하는 스무 살

요즘 운전면허 학원은 

    

스무 살이 된 아이는 운전면허증을 따고 싶다면서 운전 학원을 등록했다. 직접 면허시험장에 가서 개별적으로 필기 및 기능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학원에서 빠른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대부분 고액의 학원비를 지불하여 면허증을 따려고 한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결국 돈과 시간 혹은 정보력이 필요한 건가 싶다.      


1종 보통 면허는 필기와 기능 모두 70점 이상되어야 합격이고, 도로주행까지 패스하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필기 시험을 공부하는 것을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유튜브와 인터넷 정보 등으로 인해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학원에서 3시간동안 필기 시험을 위한 이론 강의가 있지만 대부분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동안 유튜브에서 찾은 예상 문제와 도로 교통법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더 낫다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문제집을 얼핏 읽어보니 생각보다 까다롭고 헤깔리는 문제가 많았다. 나 역시 분명히 25년 전쯤 면허증을 땄지만 도로의 운전에서 적용되는 부분이 아닌 이론상의 내용이라서 혼동스러운 것이 많았다. 아이는 시험을 보기 전날 꼬박 밤을 세워서 공부했다. 인터넷의 예상문제를 계속 풀어 보면서 숙지했다는 것이다. 왠지 불안함이 느껴졌다. 아무리 운전면허 시험이라지만, 공부하고 하루 만에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시험 당일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접수를 해야 하는데, 면허증에 들어갈 사진이 없었다. 하루 이틀 전 미리 찍어두어야 했는데 준비성이 없는 아이는 필기 시험 당일 수원역까지 가서 사진 인화하는 곳을 찾아 규격에 맞는 여권사진을 찍어야 했다. 얼굴이 ‘찐빵’처럼 나왔다면서 사진이 맘에 안 든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던 몇몇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시험 접수를 하고, 대기한 다음 곧바로 시험을 보았다. 시험이 끝난 후 전화가 왔는데, 아이는 들뜨고 신이 난 목소리로 “엄마! 나 합격이야” 하고 외쳤다. 대학 입시 합격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공모전 등에 당선한 것도 아닌 고작 운전면허 필기 시험 합격한 것인데 그렇게 기쁠 수 있다니. 아마 스스로 해낸 작은 성취였기 때문에 더욱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리라.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내 점수가 몇 점인줄 알아? 맞춰봐”

“글세, 합격이니까 75점이나 80점?” 

“아니~ 딱 70점으로 합격했어. 1점도 넘기지 않고, 1점도 모자르지 않고. 학원에서 같이 간 사람들이랑 강사님이 모두 박수를 치더라고. 합격 커트라인 70점 맞는게 더 힘들다고 하시더라고”      


더 높은 점수를 맞아도 어차피 필기 시험 합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주 잘 본 것도 아니고, 아주 못 본것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의 점수를 얻은 셈이다. 아이는 오히려 점수가 높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딱 공부한 만큼만 점수를 받았다고 하면서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고 말한다. 100점을 맞지 않아도 운전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상식적인 이해만으로 기본 지식을 갖춘 뒤 전문성을 쌓는 것은 그 이후에 이어나가도 된다.       


필기 시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다음 학원 내에서 치르는 기능시험은 이틀 만에 쉽게 딸 수 있었다. 연습 시간을 채운 뒤 시험을 보면 되는데, 1종은 클러치와 엑셀을 밟으면서 수동으로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작동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4시간 연습 후 아주 수월하게 기능 시험도 합격했다. 스무 살이 되어 나름 첫 도전이었기에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곧바로 새차를 구입하여 운전을 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 어느 때에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내가 운전을 제대로 시작한 것은 결혼 후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유모차나 밀거나 아기띠를 맨 채 아이와 대중교통을 타면서 이동하는 것은 고난이도 행군이었다. 생후 6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10kg이상이 되는 무게의 아이와 온갖 육아용품을 넣은 기저귀 가방을 매고 돌아다니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외출만 하고 돌아오면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예방접종을 한 번 맞추려고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다니는 일이나 지하철을 타고 가끔 서울을 갈 때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고심 끝에 중고차 한 대를 구해 운전을 시작하면서 기동력이 생기자 생활은 좀더 수월해졌다.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것은 나의 오감으로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것을 말한다. 수많은 자극을 느끼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운전을 하기 전과 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운명(運命)과 운전(運轉)은 모두 같은 운(運)자를 사용한다. 운(運)은 ‘돌다’, ‘움직이다’는 뜻이다. 내 삶을 운전하는 것은 운명을 개척하는 일이기도 하다. 도로위의 모든 자동차들은 각자의 삶을 운전해 나가는 개개인이다. 저마다 방향도 다르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도 다르다. 핸들을 돌리고, 엑셀을 밟고, 브레이크를 밟고, 신호등을 지키고, 정지선에 서서 기다리는 등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운전이 곧 인생의 축소판임을 알게 된다.      


맨 처음 면허증을 따고 도로 위에 나섰을 때의 두려움은 100퍼센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은 90, 80, 50, 30%로 점점 줄어들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반대로 늘어났다. 왕초보에서 능숙한 운전자가 되어가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얻게 된 인생의 성과다. 카시트에 태워서 조심스럽게 아이와 이곳 저곳을 다녔던 나는 조만간 조수석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길 날이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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