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에서 파는 무언가를 잘 산다. 특히 구부러진 허리로 열심히 좌판을 이곳저곳 움직이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 마트도 잘 안 가고, 백화점도 멀리하는 편이다 했다. 속초 여행 갔다가 집에 오는 길이었다. 북양 양 ic 인근에서 복숭아랑 옥수수 파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차를 세웠다. 복숭아는 달고 아삭했다. 핑크빛 색깔이 탐스러웠다. 말랑한 복숭아도 부드럽고도 달콤한 즙이 흘러나왔다. 복숭아를 3만 원어치 사고, 옥수수 한 봉지 샀다. 언제나 좌판에서 농산물 파는 할머니들은 벌레 먹은 것들을 더 챙겨주신다. 복숭아는 벌레 먹은 게 더 맛있다는 게 진리... 이렇게 좌판을 지나치지 못하는 건 오래전 살아계시던 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가 농사지은 노동의 시간이 담긴 것 같기도 하여 서다. 하루 종일 저 복숭아를 다 판다고 하면, 10만 원? 20만 원을 벌까? 복숭아를 따고 분류하고 손님들이 사고 싶게끔 진열하고 조금이라도 맛보게 하여 하나라도 더 팔려는 수고로움. 그 마음이 닿은 누군가는 복숭아를 덥석 살 것이고 대다수는 스쳐 지나갈 것이다. 보지도 못 한 채... 올해 내가 사 먹은 복숭아들은 이렇게 모두 길거리에서 산 것들이었다. 충주에서 원주와 횡성, 그리고 속초에서 복숭아 천막이 보미면 달려가서 맛보고 만원, 이만 원어치를 샀다. 거리의 복숭아는 생각보다 더욱 신선하고 맛이 좋다. 나의 경험상의 진리. 바로 잘 익은 것을 따서 도매, 소매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바로 복숭아나무에서 따 온 복숭아들이어서 생명력이 더욱 느껴지는 맛이랄까. 앞으로도 나는 길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에게 복숭아를 살 것이다. 한 두마다 이야기를 주고받고, 덤을 더 챙겨 오곤 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 복숭아는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다. 짧은 계절의 달콤함이 복숭아가 아닐까. 말랑거리고 보드라운 복숭아 속살을 먹을 때마다 여름의 향기를 느낀다. 이제 복숭아를 한 번쯤 더 사 먹음 진짜 선선한 가을이 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