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안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복잡다단하다. 고대에는 동북아 정세만 영향을 미쳤다면 20세기 들어서는 해양 세력(미국, 일본)과 대륙 세력(중국, 러시아)의 각축장이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남북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미·소 냉전시대에는 전쟁의 위협에 시달렸다. 소련의 붕괴 이후 잠시 해빙 모드가 조성되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다시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열강 중에서 가장 큰 2개의 축은 미국과 중국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 경쟁 관계가 심화되면서 한·중 관계는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가 얼어붙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지나친 친미, 친일 외교로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이웃으로 전략적 접근과 실리적 외교 정책이 필요한 나라다. 더구나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한·중 외교 정책의 방향이 중요해졌다.
사실 중국의 급작스러운 부상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수반해왔다. 과연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인가? 중진국 함정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국 경제, 투자하기에 안전한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중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무엇인가? 중국에 관심 있는 인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자 하는 네 가지 쟁점들이다.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은 바로 이 네 가지 쟁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책이다. 네 가지 질문은 4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 중국의 반패권주의는 유지되고 있는가?
2장 중국에 대한 투자는 안전한가?
3장 북한 핵·미사일이 중국의 국익(國益)에 부합하는가?
4장 동북아 평화 유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1장에서 저자는 중국이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그리고 전랑 외교 등 공세적 대외 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승자독식의 패권국으로 가지는 않으리라 전망한다. 아직도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화평발전(和平發展)의 전통적 외교 노선이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안팎으로부터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나 쌍순환 전략, ‘고품질(高品質)’ 발전, 그리고 ‘자립적 기술혁신’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동 부유론’ 등이 중국을 개혁·개방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으며,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정부와 관련된 ‘정치 리스크’로 이를 최소화해야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본다.
3장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핵 군축에 주도적·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대화와 설득은 물론 원유 수급 조절과 국경 통제 등과 같은 지렛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대만 문제, 영토 분쟁, 일본의 재무장, 해로 안전과 미·중 군비 경쟁 등 동북아의 다양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쟁점들을 검토하고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중국 외교 정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중국이 북·중·러 북방 3각 구도와 한·미·일 남방 3각 구도의 대립과 같은 신냉전 구도의 등장과 공고화를 막는 데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미래를 위해 도광양회의 정신으로 돌아가라!” 저자가 이 책에서 중국에 주는 교훈이다. 그리고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중국을 제대로 알고 시대착오적 이념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라는 것이다.
저자 노영민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하여 사드 배치 등 한중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2019년 초 귀국하여 2020년 말까지 대통령비서실장직을 수행하였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한학을 공부했던 것을 비롯해 오랫동안 중국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기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중대사로 임명되었다. 외교가의 평에 따르면 노영민 대사 시절 한·중 관계가 가장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외교 현장에서 쌓은 중국에 대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한·중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외교적 협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풍부하게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해법을 풀어가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정치학자 문정인 교수는 저자의 중국에 대한 식견과 경험적 깊이가 웬만한 학자를 능가한다는 극찬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 설득력 있는 논지 덕분에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걸림 없이 술술 쉽게 읽을 수 있다.
대부분 독자들처럼 나도 중국의 정치 경제 현안에 무지했다. 그러나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파악하면서 ‘이 책 한 권이면 나름대로 현재 중국에 대해 밑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중국 현안에 관심 있는 사람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독서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