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영미시 세계로의 초대
남도에 봄 소식이 들려오던 3월 어느날. 고창에 있는 책마을 해리에서 작은 북콘서트가 열렸다. 책마을 해리는 폐교를 단장해 북스테이 공간과 서점으로 꾸민 곳으로, 북콘서트나 작은 음학회 등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유난히 따뜻한 주말이라 봄나들이 하는 기분에 마음이 설렜다.
층고가 높은 교실 사방은 책으로 빼곡히 가득차 있고 북콘서트를 앞두고 미리 자리 잡고 기다리는 사람들. 과연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두둥
다름 아닌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희망은 한 마리 새> 를 쓴 정경심 작가님이 그 주인공이다. 책 2권이 다 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일까? 북콘서트 표지판에 '작가'가 아닌 '시인'으로 표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4시 정각에 책마을 해리 이대건 대표님의 사회로 정경심 작가님의 책 2권 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하는 최초의 북콘서트로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정경심 시인이 두 권의 책 집필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고 나서 독자들이 손을 들고 각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골라 읽었다. 그 시를 듣고 정경심 시인은 그 시의 배경과 함께 왜 그 시를 골랐고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사연을 들려주었다.
오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한 편씩 읽고 질문을 했고, 시인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지만 모두 몰입해서 즐겁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
북콘서트가 끝나고 저자 사인회와 기념 촬영이 이어졌다. 오신 분들이 모두 줄을 서서 사인을 받고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정읍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봄꽃의 향기만큼이나 향기로운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 기차에서 독자 한 분이 낭송했던 <희망은 한 마리 새>에 실린 시 한편을 떠올렸다.
'황금이라고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J.R.R. 톨킨)
황금이라고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이라고 다 길을 잃은 것도 아니다.
강한 것은 오래되어도 시들지 않으며,
뿌리가 깊으면 서리가 닿지 못한다.
타버린 재로부터 불꽃이 하나 깨어나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으로 솟구치리라.
무뎌진 칼날을 대로이 벼릴지니,
왕관을 잃은 자 왕좌를 탈환하리라.
정경심 시인은 이 시를 이렇게 해석한다. 황금이라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그 황금을 연마하여 반짝이게 할 수 있는 내면의 강인함이라고...
인생은 장애물 없는 고속도로('황금')도 아니고 장애물만 가득한 가시밭길도 아닙니다. 이 다사다난한 인생길을 위해 한 번 더, 아니 골백번이라도 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손환해 봅시다. 결국 살아남은 자만이 영광의 시간을 다시 볼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