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o'clock 보태니컬 아트

25.08.02

by 글날 스케치MOON

8월 2일25.

8월 2일

지난 7월 5일부터 첫 스케치를 시작한 백합이 어느새 색을 입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작품들을 그렸지만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서 그리는 첫 작품이라 기분이 조금 남다르다.

이미 한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항상 그렇듯이 보태니컬은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더디므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다고 마음놓아야 편하게 그릴수 있다.

지난 구정연휴에는 봄을 기다리는 설렘 때문일까 하염없이 내리 4일동안 매일 8~10시간 색연필만 계속 쥐었다가 손가락에 무리가 왔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학생때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지 않는데 입시를 앞둔 수험생마냥 마냥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가 결국엔 탈이 났다. 그 이후로는 색연필을 하루에 2시간이상 잡지 않으려 하지만 한번 잡으면 수시로 경이로운 몰입에 빠져서 한자세로 3시간이 훌쩍 넘기기 일수다.

나에게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시간이기에 이 순간이 정말 귀하다.


보태니컬 아트는 강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나 색연필은 정말 대하드라마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한작품 완성하려면 처음 식물의 구도 스케치부터 최종 완성까지 대략 80~100시간 걸린다. 누군가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그리는 것도,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려내는 것도 모두 시간은 아주 넉넉하게 잡아야 했다. 그래서 나처럼 2년차 초급자는 1년에 4~5점정도밖에 완성을 못하지만, 주변에 머무는 꽃과 나무와 열매를 다양하게 그려낼 수 있어서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면 더 없이 훌륭하다. 물론 지그시 오래 앉아야 하는 힘이 필요하지만 식물을 좋아하고 세밀함이 주는 매력과 나만의 느린 속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되는듯하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 후에는 오랜시간의 정 때문이랄까 그 여운 역시 깊을뿐만 아니라 상당히 아주 오래 지속된다.

보태니컬 아트에서 색연필 3시간 잡아도 꽃잎 하나 겨우(간신히) 완성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 이런 활동을 마다할 사람이 더 많을테지만, 땅에서 식물이 자라는 시간만큼 그 느림의 미학까지도 배울 수 있으므로 나는 보태니컬 아트를 사랑한다.


집앞 화단에 피어있는 백합이 눈에 들어 여러구도로 사진을 찍고 꽃입과 잎의 특징을 수집하고, 그 틈에서 괜찮을만한 구도를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백합이 7월에 이리도 활짝 피어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으니 나의 관찰력과 계절의 흐름을 인지하는 능력도 백합의 에너지를 받아 함께 상승했을꺼라 생각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설레임때문에 30분 앞서 제일 먼저 강의실 문을 열고 선생님과 수강생들을 기다린다.

일주일 한번 만나는 선생님의 세심한 선 몇줄이 꽃에게 숨결을 더 불어넣어 주고, 백합은 더 생동감 있는 꽃으로 단단히 꽃잎을 펼친다. 생명을 얻은 꽃은 나의 집으로 돌아가 내게서 또 한장의 꽃잎을 선물 받을테니 백합도 나처럼 설레일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나의 백합은 숨을 한아름 선물받아서 조만간에 향을 내뿜을 준비가 한창이다.

나의 도화지에 꽃이 활짝 피어날때까지 매일 조금씩 들여다보며 생명을 불어 넣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