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o'clock 샹그리아

25.11.06

by 글날 스케치MOON

북클럽에서 추천한 11월 도서 <와인은 참치마요>를 읽을수록 점점 괴롭다.

와인은 마셔서 음미해야지 눈으로 글씨를 담고 답답한 머리로 맛을 상상하려니...

책도 생각의 확대에 이렇게 도움이 안되기도 하는구나...

생소한 와인 브랜드, 포도 품종, 나라별 브루어리가 있는 지역의 이름들을 접하니 어떤 단어가 브랜드인지 지역이름인지 머릿속은 온갖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까지 혼합짬뽕이다.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고 맛의 경험치가 다른 법인데 어찌 이것을 단조로운 글로써 이해할 수 있으랴.

얇은 종이 한장이 한동안 손가락에서 머물다가 다음장으로 간신히 넘어간다.

하지만 막상 다음장에 넘어갔어도 다시 앞장에 돌아오기를 수차례.

책을 읽는동안, 문득 생각나는 와인이 있었다.

샹그리아.

정통 와인의 범주라고 보기에는 와인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나 소믈리에들께서 반기를 드실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샹그리아는 추억이기에 이를 빼고는 와인의 시작을 설명하기 어렵다.

어린 대학시절에는 그저 싸구려 생맥주만 마셨고,

회사 취직후에는 반 강제로 소주 아니면 소맥...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한동안 술을 마시지 못할때는 그냥 섭섭하던 시기였다.

와인의 즐거움을 처음 경험한 곳은 8살 아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지에서 마신 샹그리아.

스페인 마드리드 광장 한복판에서 마셨던 샹그리아.

지금 이순간에도 '샹그리아' 단어는 스페인을 통채로 나의 기억에서 소환할만큼 강렬하다.

노천에 앉아서 마시던 음식에 곁들여진 샹그리아 저그안에는 파인애플, 망고, 레몬, 오렌지가 들어 있었다.

향기로웠고, 달콤했고, 나의 여행만큼이나 풍부한 색깔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

늦은 밤 노천의 화려한 불빛과 옹기종기 외부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우리가족들의 도란도란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와인책을 읽으며 그때 마셨던 샹그리아가 그리워 이번에는 내가 샹그리아를 만들었다.

마트에 가서 저렴한 와인(8,990원) 1병을 사고, 파인애플(6,500원), 황도(2,500원),샤인머스캣(5,000원), 귤(3,000원)을 넣고는 냉장고에서 숙성하기로 했다.

재료만 보면... 저렴한 와인의 화려한 변신이라고 해야 할까나?


오전 8시경에 만들었으니 오늘 저녁에 먹으면 대략 8시간 숙성으로 적절히 맛나게 먹겠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