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o'clock 향기와 냄새는 다르다.

25.11.11

by 글날 스케치MOON

얼마전 찬거리를 위해 장을 보다가 신선코너쪽에서 은행이 눈에 걸려 한봉 사들고 왔다.

오랜만에 은행이 들어간 무언가를 해볼까 하여 신나는 마음으로 사들고 와서는 조리법을 고민한다.

보통 은행은 영양밥(또는 약밥)에 넣어서 밥을 짓기도 하고, 프라이팬에 기름둘러 볶아 먹기도 하고, 쪄먹기도 하고 두루두루 조리법이 다양하다.


프라이팬에 오일을 살짝 둘러서 약한 불에 익히면 저항없이 오일을 스며들인다.

불투명하던 은행의 빛깔은 점차 뜨거워진 팬에서 투명한 연두로 색이 바뀌고, 익어가는 은행위로 소금 한꼬집을 뿌려주면 과하지 않게 간이 밴다.

일반 식용유나 올리브오일을 사용해도 좋고, 조금 더 풍미를 원한다면 트러플 오일도 좋겠다.

은행의 쌉싸름함과 옅은 소금의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영양가도 높은 좋은 음식이다.


나는 담백하게 먹으려고 물에 삶았다.

익은 은행은 껍질도 부드럽게 잘 벗겨졌고, 쫀득쫀득한 질감이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탱탱볼 같다.

식감이 좋아서 소금없이 몇알을 집어 먹으니 맛나다.

은행은 독성이 있어서 과하게 먹으면 안된다고 하여 5알만 먹었는데...

다시 쫀득한 식감이 좋아 한개 더 집어 먹었다.


이렇게 식탁 위에서는 사랑받는 은행인데 길바닥에서는 극한 냄새로 심한 천대를 받기가 일수다.

특히 요즘처럼 가을이 되면 길거리에는 냄새나는 은행이 지천인지라 발걸음에 은행이 밟힐까 까치발을 하고 다니기가 두세달은 된 듯하다.

어른인 나도 자꾸 은행이 밟히는데 철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오죽이나 할까?

특히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앞 가로수에서 수십개 떨어진 은행은 아이들의 발걸음에 짓밟혀 신발과 은행이 만난 그 지점에서는 고약한 냄새를 피할 수 없다.


식탁위에서는 음식의 풍요로움을 주는 좋은 식품이나 길에서는 강렬한 냄새를 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한 냄새를 발사한다.

오묘한 성질을 가진 은행의 두 얼굴이다.


나도 때론 두가지의 모습을 보일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있어야 하는 위치와 적절하지 않은 위치에 있을때 명확하게 구분된다.

나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때론 불편한 모습으로 드러날때가 있다.

이 또한 나의 두가지 모습인 듯 하다.


이제는 나도 나의 위치와 필요한 적소를 알아야 한다.

나에게 맞는 말과 태도도 지녀야 할 것이다.

나에게 적합한 위치에서 내가 온전한 ‘나’로 되었을 때 나 역시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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