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o'clock 현재는 과거를 지키고 품는다.

25.11.14

by 글날 스케치MOON

내가 그 곳에 머문 듯이 어느 도시의 모습을 그린다...


내 나이 37세가 되던 그 해에 생에 처음으로 유럽을 여행했다.

긴 비행의 시간이 데리고 간 그곳은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었다

타임머신을 탄 듯 순간적인 수백년 시간의 이동, 유럽 도시로의 여행은 해외여행이 아닌 역사의 여행이었다.

파란 하늘, 저층의 오래된 건물, 길가에 있던 고풍스러운 조형물, 평화로운 그곳...

내가 바라보던 노천의 어느곳은 과거에 헤밍웨이가 자주 즐겨 찾아오던 곳이었고,

카푸치노 또는 라떼가 머물러 있는 그 광장의 카페거리는 과거 어느 시민들의 역사가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거리의 모습은 그냥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오랜 과거를 지키고 앞으로의 미래를 향해가는 역사책 한 페이지 같았다.

평소 도심에서 늘 보던 고층건물이 아닌 3~4층의 건물들이 거리를 채웠다.

낮은 건물은 내 눈에 푸르른 하늘이 충분히 보이는 시야를 열어주었고,

그 곳의 길거리 풍경은 대한민국 서울에서만 살던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첫 유럽에서 느끼던 그 기억이 이번 그림을 그렸다.


잎이 다 떨어져 있는 나무의 모습은 추운 계절이겠다.

분수대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아직은 영하의 날씨가 아니겠지만,

혹여 물이 얼게 되면 어쩌나 하는 사사로운 염려가 앞서기도 한다.

상점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여 현재 12월의 어느 날일 듯, 또는 크리스마스 전이거나 지났을수도 있다.


오래된 가옥을 채색하기 위해 여벌의 도화지에 건물색의 농도를 조절한 후에 원 밑그림에 색을 입힌다.

물론 바로 색을 올릴수도 있겠지만, 아직 색의 경험이 부족하여 테스트컬러를 확인한 후에 물감색을 칠한다.

도시에만 살던 나는 오래된 건물을 칠하는 것에 매우 서투를 뿐이다.

반듯한 건물이 아닌 부식된 부분까지 여전히 품고 사는 유럽 어느 도시의 모습.

오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의 마음과 그들이 가진 수용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지붕의 귀퉁이나 벽의 구석진 부분은 건물에서 외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므로 오래된 느낌이 나야 할 것이다.

이웃 건물로 햇빛이 가려진 부분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위해 진한 색을 입히고,

얼룩을 만들어 오염된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다.

건물과 건물간에는 색상의 이질감 없이 아주 비슷하게 채색했다.

어쩌면 이웃 건물들은 대부분 유사한 시기에 만들어졌거나 또는 건축법에 따른 규제가 있을수도 있다.

나는 현지인이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그저 사진을 통해 추측해보고 내 사고가 더듬는 그 감각을 통해 도시의 언어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오전 8시 나는 유럽의 작은 마을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는 내 손 언저리에 닿는 아침 따스한 아침햇살이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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