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5
정성스레 제공되는 음식은 재료의 준비부터 시작이 된다.
내가 알바를 하고있는 스시집에서 제공되는 주재료 생선은 매일 아침마다 공급되거나 사장이 직접 수산시장에 방문하여 구매해오고 있다.
대형어류인 참치 또는 연어를 제외하고는 당일 오전에 준비한 재료로 당일에 모두 소진토록 하는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생선을 제외한 기타 반찬이라던가 장국 또는 계란찜, 소스, 푸딩 등의 밑재료는 소량씩 주 2~3회 주기로 준비되지만, 기본 원칙은 대부분 나가는 요리의 90%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직접 수제로 만들어 제공한다.
습관처럼 늘 손님이 돌아간 뒷자리를 살펴본다.
무엇을 남기고 갔는지를 통해 손님들의 식성과 연령대와 성별, 취향이 보일때도 있다.
스시를 먹는 고객들중에 계란초밥이 가장 빈번하게 남는데 익은계란과 달큰함이 날것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는 생선보다 선호도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때로는 고급재료인 성게알 초밥이 남는 경우도 종종있는데 그 특유의 성게향이 누군가에게는 비릿하고 거북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젊은 20대 층일수록 메인요리 외로는 다른 밑반찬에 손대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연령대가 50대일수록 그리고 특히 여성일수록 샐러드, 궁채, 장국을 리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마 20~30대 층일수록 메인디쉬 문화가 일반적인 해외 경험들이 많거나, 간단하게 빨리 먹기를 좋아하는 평소의 식사습관이 영향일 것이며, 1인 가구일수록 더욱 식단이 단촐하다고 보여질수 있겠다.
물론 50대 이상의 여성분들은 가정에서도 기본적으로 한식을 즐길것이므로 리필은 필수선택이 된다.
1인 반상으로 나오는 반찬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테니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사이드로 나오는 튀김의 경우, 남성들일수록 남기는 사례가 거의 없고,
여성은 젊은 층일수록 많이 남기거나 튀김 대신 스시 한점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40대의 남성 3인 이상이면 보통 반주로 생맥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오마카세를 주문하는 고객들은 연령과 성별에 구분없이 90% 이상이 생맥주를 겸한다.
샐러드같은 풀떼기는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들에게 전혀 사랑받지 못하나,
여성 손님들 중에는 샐러드가 남아있는 일은 거의 일어날수가 없다.
특히 50대 여성의 80%는 샐러드 리필이 반드시 일어난다.
30대까지는 남녀 모두 초생강을 거의 먹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아마 생강의 새콤하면서 매운맛이 젊은 층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기에 매력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반찬이다.
매순간 식사 세팅을 하면서 내가 반상에 올린 모든 음식들이 남지 않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와 매일 손질하는 사장의 손길, 그리고 아침마다 누군가의 어깨에 짊어져서 들어오는 식재료를 보고 있기에 그 정성을 알고,
나 역시 작은 종지에 조금조금 담아둔 내 모든 손길에도 작은 애씀들이 담겨져 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난 뒷자리를 정리하면서 생각해본다.
이 분들은 오늘의 음식을 드시면서 몸의 허기도 채우고 마음의 허기도 채워졌을까.
어떤 즐거움이 곁에 놓였을까.
함께 온 상대와는 어떤 대화가 가장 마음에 남았을까.
오늘도 나는 식사를 마친 고객의 뒷정리를 하며 주방으로 그들의 흔적을 이동시킨다.
다행히 오늘 대부분의 고객들은 식사를 잘 마치신듯 하여 잔여음식이 거의 없는 빈그릇들만 주방으로 들어갔다.
4명의 고객이 깔끔하게 마신 맥주컵도 치우며...
저 청량했을 맥주의 탄산은 오늘 그들의 갈증에 해소가 됬을까...
궁금함과 사적인 부러움을 맥주컵을 향한 내 시선에 모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