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o'clock 달잔에 막걸리나

25.09.02

by 글날 스케치MOON

별친구와 둘이서 달 잔에 담은 막걸리를 음미하고 있었다.

분명히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틈 사이로 내곁에 볼빨간 사춘기가 찾아오더니 6시에 꾸벅 나를 잠재웠다.

허기짐이 깊어질만큼 꽤 늦은 점심식사 이기도 했고, 생각하기에 따라 초저녁이라고 볼 수 있을 애매했던 시간에 시작한 막걸리.

긴 공복에 들어간 막걸리가 허기를 달래주는가 싶더니 오늘 이른 새벽부터 하루종일 품을 판 내 육신의 허기마저 달래주려 했나보다.


내가 애정하는 달 잔에 막걸리를 따라두면 첫 채움은 만월, 한 모금 마시면 반달, 두 모금 마시면 초승달이다.

눈에 달을 담을때 막걸리의 멋스러움은 상승하고, 입에 한 모금 담을 때 막걸리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진다.

첫 맛은 달짝, 뒷 맛은 발효주 특유의 살짝 톡 쏘는 감촉에 혀 끝까지 막걸리의 맛이 맴돈다.

이리 일찍 하루가 끝나면 허무하지만, 달잔에 가득찼던 막걸리는 달콤하게 내 하루를 달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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