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특히 바느질을 잘해서 천과 실로 작은 소품들을 만들고, 나중에는 옷까지 만들게 됐던 것 같아요.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지 않았을 때 혼자 동대문 원단시장에 가서 다이마루 원단을 샀고, 집에 있는 안 입는 티셔츠를 봉재선대로 잘라서 그걸 본으로 두고 만들었던 옷이 제 첫 작품이에요. 옷을 해체하면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궁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월간 고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불안함. 어쩌면 이거 때문에 제가 요새 자꾸 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을 하는지, 자꾸만 일을 벌이고 힘들어 하곤 해요. 하지만 그 덕분에 나중에 포트폴리오에 사진 하나라도 더 넣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고 봐야 할까요? 언젠가는 꼭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이제서야 시작한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만둔다’는 모토를 가지고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9월호에 소개된 작품을 설명해 주세요
- 이번에 소개하게 된 작품은 <비대칭 셔츠>에요. 크롭 기장의 기본 화이트 셔츠에 언발란스 디테일이 들어가면서 움직임에 따라 여러 실루엣 연출이 가능해요. 이 옷을 디자인 하게 된 계기는 언발란스를 무조건 해보고 싶었고, 저는 그게 왜인지 모르게 끌렸어요. 일반적인 셔츠의 디폴트 값, ‘대칭’이 아닌 ‘비대칭’의 셔츠를 가장 처음 디자인했어요. 그동안 나 혼자 다른 박자를 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나는 혼자 다른 길을 가는 걸까? 소속되지 못한 우울감이 나를 짓눌렀고, 지난 몇 달 동안 그렇게 우울에 잠겨있었어요. 우울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미련 없이 떠나고 싶은 순간이 매일같이 이어졌는데, 이 옷은 그랬던 시기를 지나고 처음 디자인한 옷입니다. ‘언발란스’ 균형이 흐트러지고, 홀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 월간 고독의 계획은?
- 앞으로 매월 1개 이상의 작품을 화보로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중간에 힘들고 지치면 쉬어가거나 끝을 낼 수도 있구요. 너무 어렵게 생각 말고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을 하게 된 프로젝트입니다. 내년 8월호까지 총 12회를 목표로 두고 있고, 계획은 거창하게, 실천은 소소하게 스트레스 없이 진행을 하려고 해요.
이번 작품에 아쉬운 점이나 잘한 점은?
- 우선 정말 오랜만에 재봉틀을 다루었지만 실력에 녹이 슬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놀랐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디자인과 재단 재봉을 하니까 퀄리티가 확실히 올라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동대문에 직접 가지 못하고 원단을 인터넷으로 구입한게 조금 아쉽네요. 다행히 원단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작품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화보 촬영 주제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이번 화보 주제는 비대칭과 우울(blue)이었어요. 첫 화보라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파란색 물건들을 통해 일상에 스며든 우울감을 나타내려고 했어요. 우울하면 세상이 모두 우울해 보이잖아요, 그걸 표현하려고 파란색 셀로판지를 눈 주위에 대고 촬영을 진행했는데, 임팩트가 부족해서 나중엔 셀로판지를 입에 구겨 넣는 촬영까지 진행을 했었어요. 그리고 파란색 보석을 입에 한가득 물고 촬영한 사진도 있었는데 생각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개인소장으로 끝나게 되었어요. 여건상 세트를 빌릴 수가 없어서 배경이 조금 아쉬웠는데, 다음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