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모임에 대한 단상
어른들과 더 정확히는 어른 여자사람과 드로잉 수업을 한 지 2013년 경에 시작했으니 십 년이 넘어간다. 십 년 동안 느리게, 그러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생계의 방편으로, 페미니즘 공부에 흥미와 재미를 더하던 시기에는 페미니즘 공부모임의 반영, 확장이기도 했다. 인문교양 강좌에서 늘 모이는 여자사람들, 문화예술 클래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특히 중년 여성들. 그녀들은 왜 그렇게 공부에 열중하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나의 드로잉 모임은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 물론 열심히는 아니지만 중년 여자인 나 역시 뭔가를 늘 얼렁뚱땅 공부하는 중이다.
친절하고 수용적인 사람 중년 여자사람들. 내가 많은 이들을 만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세대 집단보다 다정하고 친절하고 너그럽고 겸손하며 무엇보다 지적이다. 그래서 그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거운데 내가 존중받는 느낌, 수용되는 기분을 그녀들이 전해 준다. 그녀들의 경제 사정이야 잘 모르지만 물질에서든 마음을 내어 주는 것에서든 인색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녀들을 만나면서 자기 서사를 표현하는 한 방편으로서의 드로잉, 여성이라는 젠더, 존재를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드로잉을 하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있긴 하지만 특별히 뭘 가르친 적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림이라는 거, 예술이라는 걸 가르칠 수있는 것일까, 자주 생각한다.
이 드로잉 모임 이야기를 글로 써보려고 예전의 토막글과 사진들을 찾는데 다 흩어져 있고 정리도 해둔 게 없어 엉덩이를 붙이고 해야지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십 년의 시간 동안 내가 주로 생각하는 방향성으로 드로잉의 주제도 흘러가는 것 같다. 페미니즘의 자장 속에서 '여성'에 대한 이모저모를 주제로 삼아 드로잉 모임을 꾸리다가 어느새 명리라든가, 타로, 별자리로 넘어가 있었다. 물론 일상, 여성, 동서양의 신비학?! 은 앞으로도 드로잉 모임의 키워드가 될 테지만 앞으로는 뭘 더해갈지 혹은 그 흥미에서 사라질지 나도 궁금하다.
*이렇게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드로잉 모임에 대한 에세를 영원히 쓰지 않을 거 같아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