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작업의 아카이브_철산동 언덕을 오르던 날
오래 전 철산동 언덕을 오르던 날을 기억한다. 철산역에서 올려다본 하늘 아래 철산 4동이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단 멀지 않았다. 가뿐 숨을 고르며 오르막 위에 다다르자 방금 전 올라왔던 철산역이 보이고 저 멀리 안양천이 보이고 더 멀리 서울이 보였다. 하늘 아래 첫 동네처럼 철산 4동과 만났다. 오래되고 낡은 골목길과 회칠이 벗겨지고 있는 담벼락과 동네보다 오래된 노인들이 이 빠진 살림도구에 푸성귀를 가꾸고 있었다. 집과 집들이 이어진 담벼락 아래에 잡초들도 푸성귀 사이에 태연히 섞여 자라고 있었다. 첫눈에 이곳이 좋아졌다.
철산역 2번 출구로 올라와 횡단보도 앞에서도 보이는 은하연립은 나에겐 철산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철산동의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외벽에는 이곳에 사는 이의 이야기가 눅진하게 붙어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따뜻한 노란색과 핑크기가 도는 붉은 벽돌 아래를 걸을 때면 멀리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