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작업의 아카이브_빛과 바람, 흔들림으로 만들어진 흠
동네 곳곳엔 오랜 시간 빛과 바람, 흔들림으로 흠들이 많았다. 갈라지고 부서진 흠에서는 그 흠을 채우듯 푸른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 타르와 시멘트를 뚫고 나온 초록이 씩씩했다.
오르막을 올라가면 담장 밖으로 대추나무가 연초록을 풍성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담벼락 아래 길게 늘어놓고 키우는 풋고추들과 이르게 말리고 있는 붉은 고추가 신기하기도 했다. 넓게 펼쳐진 하늘아래 내가 걸어올라 온 도심이 먼 곳처럼 느껴졌다.
철산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문 앞에, 담벼락 아래 다들 화분을 내어 놓고 기르는 거였다. 색 바랜 화분에, 스티로폼 박스에, 이 빠진 그릇에서 푸른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 낡고 오랜 된, 효용이 다 된 것들에서 자라는 초록들은 더 푸르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