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과 타인의 행동 구분하기

심리상담 5회 차

by 소로까

"지난 한 주 좀 어떠셨어요?"


이 질문으로 상담이 시작된다.


상담받으러 가는 날 나의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상담 때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내 처지에 대한 한탄과 불안감이 컸기에 눈문을 흘리며 마음속 응어리 같은 걸 쏟아내었다.


하지만, 상담의 효과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이번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센터를 찾았고, 지난 한 주 동안 나의 마음상태를 되돌아보니 그때그때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사실 지난 주말 남편, 아이와 외출을 했다가 언성을 높이고 기분이 상해 들어오긴 했지만, 안 좋은 상태를 깨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별것 아닌 일에 화가 났다가도 또 금방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자고 되뇌곤 한다. 몸이 피곤하다거나 어떤 일이 있어 예민할 때, 또는 생리 전 호르몬의 영향으로 별일 아닌 것에 짜증을 냈다가도 컨디션이 좋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상담사는 이런 나의 상태에 대해 남편과 아이에게도 얘기를 할 것을 권했다. 가끔 남편의 어떤 행동이 내 짜증을 유발하게 되어 말싸움으로 이어지면 그다음 날 여자의 마법이 시작될 때가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불순물을 배출하고 나면 기분은 나아진다. 그래서 남편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이런 여자의 신비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아이는 왜 그런지 물어보다가 눈물을 보일 것 같다고 대답했다. 딸아이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종종 있었고 난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곤 했었다.


"아이가 울 때 왜 당황하게 되나요?"


한참을 생각했다.

아이가 울 때 우는 이유에 대해 해결을 해주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할 경우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다가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다른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데 내 아이만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우선, 그 상황에서 왜 눈물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울음으로 인해 즐겁게 노는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창피하다.


여기서 또 드러난 나의 수치심. 무엇 때문에 이토록 부끄러움을 느끼는 걸까.


어릴 적 아빠의 술주정과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누구에게도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못했다. 친척들이 아빠를 싫어하는 것 같았고, 자연스레 나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눈물이 많은 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울 때 제대로 위로를 받은 기억은 없다. 그래서인가 나도 아이가 울 때 감정을 잘 추스르도록 타이르기보다는 상황을 해결하고 화제를 전환한 적이 많았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많은 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런 상황에서 부끄럽구나 하는 걸 잘 살펴주세요.


지난 주말 외출했다가 남편과 언쟁을 벌였을 때도 남편의 행동이 창피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내 마음이 동요하여 목소리를 높인 것이었다. 이렇게 수치심을 잘 알게 되면 나의 감정과 타인의 행동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상황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봤던 심리 관련 책이나 영상에서는 화, 분노, 슬픔 등의 감정만 다루었는데 수치심, 부끄러움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보살펴 갈 수 있을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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