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이 신중한 이유

심리상담 6회 차

by 소로까

지난주 일이 있어 상담을 받지 못해 2주 만에 센터를 찾았다.

그 사이에 나는 일자리를 구했고, 약 한 달 후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세 가족이 모두 감기에 걸려 몸을 추스를 수 없었고, 그래서 기분과 감정을 신경 쓰지 못했다.

갑자기 출국을 하게 된 상황을 얘기하는데 상담사는 내가 너무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난 이런 개인적인 일을 남에게 잘 떠벌리지 못하겠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리부터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괜히 모두 다 알게 되었다가 그것과 반대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무엇이 신경 쓰이는 걸까요?


어디 간다고 했다가 못 가면 그만인 것을... 세상이 변하고 계획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인데 결정이 달라지면 무엇이 그렇게 크게 바뀔 것인가.


그럼에도 난 항상 신중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가 그랬던 것 같다.

내 성격이 예민하고 타인의 말로 마음이 상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도 의도하지 않게 남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도 신경 쓰고 말하는 것, 메시지를 보내는 게 조심스럽다.


말을 잘못했을 때 무엇이 걱정되나요?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쟤는 왜 저런 말을 하지? 쟤 왜 저래?' 하는 평가가 두렵고, 그래서 나와 알고 지내고 싶지 않게 될까 봐 두려웠나 보다. 외면받을까 봐, 소외될까 봐...


초등학교 5학년때 7명이 몰려다니며 친하게 지냈었다. 그때 한창 집단 따돌림이 유행하던 시절이었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몰려다니지 말라고 하시곤 했다. 7명 중 한 명이 주동자가 되어 한 명씩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왕따를 시켰다. 주동자는 한 명씩 왕따를 시킬 때마다 이유가 있었고, 당하는 친구는 무릎까지 꿇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는 그 무리에서 나오거나 당하는 친구 편을 들 용기는 없었지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 책상에 제출했던 내 일기장에서 친구들에 대한 내용을 읽은 주동자가 선생님께 자기들 얘기를 이르기 위해 일기에 썼다며 나를 몰아갔고, 또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 발표할 때 내가 다 맞춰서 재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사과나 변명을 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대신 옆반의 다른 친구들과 노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친구들은 다시 나와 놀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왕따를 경험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때를 되돌아볼 때도 화가 난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이 성인이 된 나의 마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나요?


친한 친구들에게 외면받은 어린이가 혼자서 얼마나 끙끙댔을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울했겠네. 같은 반에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겠다.


이 경험 때문인지 딸아이가 친구 관계로 속상하다고 했을 때 내 마음도 많이 싱숭생숭했었다. 딸아이는 누구누구랑 놀고 싶은데 그 아이들은 놀이에 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다른 친구들이랑 놀라고 했지만 어린 마음에 그게 쉬웠을까?


굴복하지 않는 강함이 있으시네요.


어쩌면 그때의 그 마음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얘기하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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