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구는 그래도 평평하다

평평한 지구의 삶이 행복한 음모론자들

by 문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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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정말 둥글까요? 인류의 대부분은 아직 지구를 육안으로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요? 1972년 아폴로 17호가 찍은 ‘푸른 구슬’이라는 사진을 보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요? 하지만 과연 이 사진이 진짜일까요? 미국 정부. 혹은 세계의 질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비밀 단체가 대중을 세뇌시켜온 것은 아닐까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혀를 차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는 그래도 평평하다>의 주인공 마크 사전트는 이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구평면론자입니다. 사실 ‘이 업계’에서 그는 꽤나 유명한 사람입니다. 유튜브 방송이나 직접 사람들과 만나며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해왔고 그로 인해 유명세를 얻었죠.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평평한 지구 학회’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계가 자신의 학회에 반박을 못하는 이유도 거짓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까지 합니다. 심지어 지난 2017년에는 ‘제1회 평평한 지구 콘퍼런스’를 열고 학회원들과의 자유로운 토론과 교류까지 이어갔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지구가 평평한 것을 주장하는데 열을 올릴까요. 이에 대해 <지구는 그래도 평평하다>는 그들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영화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고, 음모론자들을 ‘계몽’ 하려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영화는 음모론자들이 지적(?) 공동체로서 교류하는 모습을 강조하죠. 가령 이들은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적 논리에 바탕을 둔 실험들을 이어나갑니다. 실험의 오차를 줄이고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고가의 과학 장비들을 사는 것도 당연합니다. 진실을 증명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보고 있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감탄이 흘러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로서 음모론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이들을 전적으로 긍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상에 대해 허물없이 다가가지만 이들이 주장에 거리를 두는 영화의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이기에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들의 열성적인 콘퍼런스 장면의 사이사이를 헤집는 과학 전문가들의 발언은 이들의 공동체가 결국에는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란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아닌 건 아닙니다. 대다수가 등진 외톨이들의 교류가 아무리 보기 좋아도.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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