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캡틴마블-때론 증명도 필요하다

by 문병곤

<캡틴 마블>은 증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힌트가 되어야 했고, 누군가에겐 페미니즘 영화가 되어야 했으며, 누군가에겐 배우가 하차해야 할 영화여야 했고, ‘제발 망했으면 좋을’ 영화기도 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너무 많은 요구들이 쏟아진 셈입니다. 이에 대해 <캡틴 마블>은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난 너에게 증명할 것이 없어.”라고 말이죠. 무언가에 증명이 아닌 그저 <캡틴 마블>의 정체성만 가지면 된다고 말한 겁니다.



영화는 주인공 비어스(브리 라슨)가 기억을 잃은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비어스는 할라 행성에서 크리 종족의 특수부대인 스타포스로 활동하고 있죠. 그는 스타포스의 리더 ‘욘-로그’(주드 로)를 따르며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계획이 엉켜 스크럴 종족에게 납치됩니다. 마음대로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비어스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중요인물로 로슨 박사(아네트 베닝)를 지목하고 지구로 향합니다. 이를 알게 된 비어스 또한 스크럴을 막고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지구로 향하게 됩니다.



<캡틴 마블> 키워드는 ‘정체성’입니다. 캡틴 마블은 자신을 통제하던 것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원래 강한 인물이었음을 깨달으면서 강해집니다. 하지만 과거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영화는 이를 다루는 것에 소홀합니다. 영화 속에서 과거 장면들은 스크럴이 비어스의 기억을 추적할 때나 사진과 같은 기록들 그리고 비어스의 회상 정도로 등장하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조각나 있고 스쳐 지나갑니다. 정체성이 밝혀진 이후에도 이 기억들의 파편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결국 과거를 찾는 일은 목적이 아니라 그저 강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면서, 당위성을 잃어버립니다.



또한 영화의 주제가 ‘자아 찾기’ 임에도 불구하고, <캡틴 마블>은 개성이 없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개성은 ‘강하다’는 것과 ‘여자’라는 것뿐이어서, 개별 작품으로서 특별한 매력은 느끼기 힘듭니다. 물론 개성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있습니다. ‘1990년대’가 그것입니다. 영화는 비어스를 다른 곳도 아닌 1995년도 지구. 게다가 프랜차이즈 비디오 가게에 떨어뜨리는데, 이후 영화는 90년대 영화들을 오마주 하거나 (가령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스타워즈>) 90년도 락밴드의 음악을 들려주고, 당시 유행했던 소품들을 보여주면서 당시의 향수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이 또한 특수한 시대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 뿐, 영화에 완벽히 녹아들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영화의 전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 인상이 옅습니다. (새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가 80년대 음악으로 이뤄낸 전개 방식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매력은 조연들에 있습니다. 신입시절의 닉 퓨리(새뮤얼 L 잭슨)는 전작들의 모습과 달리 다소 방정맞은 모습으로 비어스와 호흡을 맞춥니다. 아날로그적인 수사 스타일도 재미를 줍니다. 이 밖에도 그리고 스크럴 종족의 리더 탈로스. 그리고 고양이 구스 또한 영화에 매력을 주네요. <캡틴 마블>은 첫 단독 작품이었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란 점은 아쉽습니다. 가끔 영화는 정체성을 갖는 것보다 무엇을 증명해나가는지가 중요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영화들에서 캡틴마블이 어떻게 활약하는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




p.s

<캡틴 마블>의 중요 전투 씬에는 밴드 NO DOUBT의 (1995)이란 곡이 나옵니다. 가사는 “넌 그냥 소녀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주위의 속박이 지겹다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주제를 잘 반영했네요. “의심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욘-로그의 대사도 밴드 이름과 겹쳐보면 잘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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