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5년째 거주 중인 나에게 태국 국내 여행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A)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수영하는 휴양 여행, 그리고 B)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는 도시 탐방 여행.
그리고 위 두 가지 옵션은 또 교통수단에 따라 각각 두 갈래로 나뉜다. 1) 비행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여행지와2) 방콕에서 소소하게 차로 갈 수 있는 근교 여행지.
이번에 다녀온 '나콘라차시마' (짧게는 '코랏'이라고 불린다)는 B-2 카테고리에 속하는 도시다.
우선 삼림이나 바다가 없는 뽈뽈거리며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도시 탐방형 여행지이고, 방콕에서 차로 3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어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가 비행기 대신 택시로 갈 수 있는 마지노선 위치의 근교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코랏은 태국 북동부 지방인 '이싼' 지역의 4대 도시중 하나인데, 인구 수로는 태국에서 5위 안에 드는 결코 작지 않은 도시다.
호텔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코랏의 야경. 고층 빌딩이 거의 없어 탁 트인 도시 전경이 인상적이다.
이런 태국의소도시를 여행하는 것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많이 관광지화되지 않아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그 안에 짧게나마 머물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불에 구운 간식을 팔고 계시던, 미소가 아름다우신 어머님. 맛있는 바나나 찹쌀 디저트와 고구마를 샀다.
쩝쩝박사답게 나의 현지 체험은 시장, 동네빵집, 카페위주로이루어졌다.도시 전체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친절한 이들과의 만남과맛있는 간식들로 몸과 마음 모두든든히채운 주말을 보냈다.
코랏에 머무르는 동안 발견한 보물 같은 동네 빵집 및 카페 다섯 곳을 아래 소개한다.
1. Sweet Home Bakery
Sweet Home 베이커리는 자그마치 60년, 3대째 운영해오고 있는 코랏의 터줏대감 같은 동네 빵집이다.
Sweet Home 베이커리의 외관
지금 가게의 주인이신 할머니의 조부모님께서 시작하셨다고 하니, 그 역사가 가게 내부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그저 자연스럽다. 버리지 않고 소중히 지켜온 세월의 흔적이 가게 곳곳에서 보인다.
3대째 가게를 운영해오고 계시는 현재 주인 할머니
이곳의대표 메뉴는 흰 식빵을찍어 먹는 판단 커스터드 크림이다.태국어로는 "상카야 바이떠이"라고 부른다. 가격은 한 컵에 40밧 (약 1,500원). 식빵과 함께 한 상자 세트로 구입하면 90밧(약 3,500원)이다.
90밧짜리 세트 한 상자
대표 메뉴의 가격을 설명해 둔 정겨운 사인
판단 커스터드 크림은 에그 커스터드 크림의 동남아 현지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바닐라'라고도 불리는 부드럽고 중독적인 향의 판단잎과 꼬소함 극강인 코코넛밀크와계란 노른자를 섞어 부드러운 크림을 만든다? 극락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멋진 크림을 굳이 식빵에 찍어 먹는다? 아쉽지만내 취향이 아니다. 이 판단 커스커드 크림과 흰 식빵 조합이 사실 내가 제일 관심 없어하는 태국 전통 간식 중 하나다. 모닝빵이나 도넛 조합이 훨씬 더 판단 커스터드 크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낮은 기대감을 뒤집는 반전이 있었다. Sweet Home 베이커리의 흰 식빵은이 전에 먹어본 것과 다르게 정말 퐁신하고 촉촉하고 보들보들했다. 혼자서 게눈 감추듯 다 먹었다. 어쩌면 그냥 저 커스터드를 통에 담긴 채로 씹어 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생각이 들었다.
판단 커스터드 크림을 듬뿍 찍은 흰식빵
그리고 지나치지 말고 꼭 먹어봐야 할 아이템은 파인애플 페이스트리와 잭프룻이 들어있는 버터케이크다. 잭프룻이 들어간 베이커리는 처음 봤는데 독특해서 좋았다.
왼쪽이 파인애플 페이스트리. (개당 10밧, 약 380원)
잭프룻 버터케이크 (개당 10밧, 약 380원)
"인스타각" 소리 나오는 엄청난 비주얼은 없을지라도, 코랏의 진짜 로컬들이 몇 대에 걸쳐 즐겨 찾는 동네 빵집 바이브를 느껴보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30년 넘게 코랏 시내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빵집 스리윌라이 베이커리 (ศรีวิไลเบเกอรี่)
스리윌라이 베이커리의 외관. 구글맵이 아니었다면 지나칠 뻔.
시리윌라이 베이커리의 베스트셀러는 "카놈빵 상카야 바이떠이"인데,위에도 소개한 판단 커스터드크림이 들어간 부드럽고 쫄깃한 빵이다. 개당 15밧 (약 600원)으로,최근에 13밧에서 올랐다고 한다.베스트셀러답게세트로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다섯 개들이 한 봉지 또는 20개들이 상자를 살 수 있다.
세트로 묶어 판매중인 카놈빵 상카야 바이떠이
태어나 먹어본 카야빵 중에 제일 맛있었다. 눈이 번쩍 떠지는 맛. 빵이 정말 부드럽고 촉촉한 데다 갓 구워낸 버터향이 정말 진하고 빵과 크림의비율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