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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May 29. 2023

태국은 소도시 동네 빵집도 근사하다

태국 동북부 지역 4대 도시 '코랏'에서 만난 동네 빵집과 카페들


방콕에 5년째 거주 중인 나에게 태국 국내 여행은 크게 가지 종류로 나뉜다. A)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수영하는 휴양 여행, 그리고 B)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는 도시 탐방 여행.


그리고 위 두 가지 옵션은 또 교통수단에 따라 각각 두 갈래로 나뉜다. 1) 비행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여행지 2) 방콕에서 소소하게 차로 갈 수 있는 근교 여행지.


이번에 다녀온 '나콘라차시마' (짧게는 '코랏'이라고 불린다)는 B-2 카테고리에 속하는 도시다.


선 삼림이나 바다가 없는 뽈뽈거리며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도시 탐방형 여행지이고, 방콕에서 차로 3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어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가 비행기 대신 택시로 갈 수 있는 마지노선 위치의 근교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코랏은 태국 북동부 지방인 '이싼' 지역의 4대 도시중 하나인데, 인구 수로는 태국에서 5위 안에 드는 결코 작지 않은 도시다.

호텔 루프탑에서 내려다본 코랏의 야경. 고층 빌딩이 거의 없어 탁 트인 도시 전경이 인상적이다.


이런 태국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많이 관광지화되지 않아 현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그 안에 짧게나마 머물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불에 구운 간식을 팔고 계시던, 미소가 아름다우신 어머님. 맛있는 바나나 찹쌀 디저트와 고구마를 샀다.


쩝박사답게 나의 현지 체험은 시장, 동네빵집, 카페 위주로 이루어졌다. 도시 전체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친절한 이들과의 만남과 맛있는 간식들로 몸과 마음 모두 든든히 채운 주말을 보냈다. 


랏에 머무르는 동안 발견한 보물 같은 동네 빵집 및 카페 다섯 곳아래 소개한다.




1. Sweet Home Bakery


Sweet Home 베이커리는 자그마치 60년, 3대째 운영해오고 있는 코랏의 터줏대감 같은 동네 빵집이다.

Sweet Home 베이커리의 외관


지금 가게의 주인이신 할머니의 조부모님께서 시작하셨다고 하니, 그 역사가 가게 내부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그저 자연스럽다. 버리지 않고 소중히 지켜온 세월의 흔적이 가게 곳곳에서 보인다.

3대째 가게를 운영해오고 계시는 현재 주인 할머니


이곳의 대표 메뉴는 흰 식빵을 찍어 먹는 판단 커스터드 크림이다. 태국어로는 "상카야 바이떠이"라고 부른다. 가격은 한 컵에 40밧 (약 1,500원). 식빵과 함께 한 상자 세트로 구입하면 90밧 (약 3,500원)이다.

90밧짜리 세트 한 상자
대표 메뉴의 가격을 설명해 둔 정겨운 사인


판단 커스터드 크림은 에그 커스터드 크림의 동남아 현지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바닐라'라고도 불리는 부드럽고 중독적인 향의 판단잎꼬소함 극강인 코코넛밀크와 계란 노른자를 섞어 부드러운 크림을 만든다? 극락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멋진 크림을 굳이 식빵에 찍어 먹는다? 아쉽지만 취향이 아니다.  판단 커스커드 크림과 흰 식빵 조합이 사실 내가 제일 관심 없어하는 태국 전통 간식 중 하나다. 모닝빵이나 도넛 조합이 훨씬 더 판단 커스터드 크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낮은 기대감을 뒤집는 반전이 있었다. Sweet Home 베이커리의 식빵은 이 전에 먹어본 것과 다르게 정말 퐁신하고 촉촉하고 보들보들했다. 혼자서 게눈 감추듯 다 먹었다. 어쩌면 그냥 저 커스터드를 통에 담긴 채로 씹어 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단 커스터드 크림을 듬뿍 찍은 흰식빵


그리고 지나치지 말고 꼭 먹어봐야 할 아이템은 파인애플 페이스트리와 잭프룻이 들어있는 버터케이크다. 잭프룻이 들어간 베이커리는 처음 봤는데 독특해서 좋았다.

왼쪽이 파인애플 페이스트리. (개당 10밧, 약 380원)
잭프룻 버터케이크 (개당 10밧, 약 380원)


"인스타각" 소리 나오는 엄청난 비주얼은 없을지라도, 코랏의 진짜 로컬들이 몇 대에 걸쳐 즐겨 찾는 동네 빵집 바이브를 느껴보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재료의 퀄리티와 제빵 과정에 진심을 다한다고 문 앞에 걸어둔 사인이 정성스럽다.


영업시간: 8 AM - 8 PM

휴무: 없음


https://goo.gl/maps/NaVeeQpfEa7BTedMA





2. Grandma House


"지라"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한 아늑하고 귀여운 카페.

따스하고 아늑한 카페 내부. 바로 맞은 편이 기차역이다.


Grandma Cafe의 주인인 Ni 씨는 수년간 일본 요코하마, 도쿄, 교토 등지를 오가며 차와 와가시(일본 과자)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9년 전 고향인 태국 코랏에 돌아와 도시 내 유일한 일본식 말차와 디저트 전문점을 차렸다.


카페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카운터에서 자세히 설명된 테이스팅노트를 보고 취향에 맞는 말차를 고를 수 있다.

다양한 말차 종류와 일본과자 메뉴


디저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Ni 씨의 손에서 탄생하는데, 일본에서 들여오는 재료들과 코랏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적절히 섞어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했다.


팥당고 식감이 정말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새로운 메뉴라며 함께 내어주신 타이 코코넛밀크 아이스크림도 천국의 맛이었다.


무엇보다 카페 내부 구석구석 어디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는 듯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남의 나라 과자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홀로 바다를 건너기로 결심한 이의 다부짐과 강단이 그녀가 만든 공간에서 촘촘히 느껴진다.

Grandma House의 내부


말차 레어 치즈케이크는 점심식사 뒤에 먹으려고 포장해 나왔다. 말차향이 진하면서도 씁쓸하지는 않고 어딘가 상큼함이 느껴졌다. 치즈가 정말 꾸덕하고 고소했다.

깔끔하게 포장해주신 말차 레어 치즈케이크

미소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게 주인 Ni 씨의 사진도 첨부한다. 그녀는 현재 코랏에서 카페를 직접 운영하며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데, 종종 방콕에서 말차와 화과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한다고 한다. 소식이 들리면 꼭 가봐야지.

환한 미소의 Ni 씨


영업시간: 10:30 AM - 5 PM

휴무: 화, 수


https://goo.gl/maps/3RajDpE1aorx1Kp9A




3. Degree Celsius Specialty Coffee 


코랏에서 가장 큰 호수공원 옆에 위치한 카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카페 외관


코랏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이른 아침 호수공원에서 조깅을 마치고 커피 한 잔 때리러 가기에 완벽했다. 사실 정말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너무 좋아서 나오기가 싫었을 정도다.

동화 속에 나오는 귀여운 집 같이 꾸며져있다.
카페 앞에 위치한 붕따루아 공원


먹음직스러운 쿠키, 스콘 등 구움 과자들이 잔뜩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날 과식으로 한참 뜀박질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배가 불러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특히 저 스콘. 아쉽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처럼 먹음직스럽다. 지금이라도 당장 내 입으로..
샛노란 커피잔이 정말 귀여웠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하는 거지?


태국 카페에서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그게 하필 또 내 취향인 한국 노래라면 여전히 반가워서 심장이 빨리 뛴다. 카페에 머무는 내내 백예린, DEAN, 크러쉬, SOLE의 음악이 나왔다.


따사로운 레몬색 오전 햇살이 커튼 뒤로 흩어지는 밝은 카페 내부. 거기에 흐르는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한국 알앤비 음악. 그 덕분에 카페가 더 인상에 깊게 남았다.

이런 레몬색 아침햇살을 맞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꿈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공간. 맛있는 커피. 깨끗한 화장실. (조깅하다가 화장실이 너무 급해 공원에서 화장실을 두 군데나 찾았으나 끝내 못 들어가고 포기한 사람.. 에게 필연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정말 완벽 그 자체.


영업시간: 9 AM - 5 PM

휴무: 없음


https://goo.gl/maps/JaXcWAQFW1XszCDW7




4. Sriwilai Bakery


30년 넘게 코랏 시내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빵집 스리윌라이 베이커리 (ศรีวิไลเบเกอรี่)

스리윌라이 베이커리의 외관. 구글맵이 아니었다면 지나칠 뻔.

시리윌라이 베이커리의 베스트셀러는 "카놈빵 상카바이떠이"인데, 위에도 소개한 판단 커스터드크림이 들어간 부드럽고 쫄깃한 빵이다. 개당 15밧 (약 600원)으로, 최근에 13밧에서 올랐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답게 세트로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다섯 개들이 한 봉지 또는 20개들이 상자를 살 수 있다.

세트로 묶어 판매중인 카놈빵 상카야 바이떠이


태어나 먹어본 카야빵 중에 제일 맛있었다. 눈이 번쩍 떠지는 맛. 빵이 정말 부드럽고 촉촉한 데다 갓 구워낸 버터향이 정말 진하고 빵과 크림의 비율도 최고다.

빵은 모닝빵의 버터리함과 촉촉함이 극대화된 식감. 보드랍게 결대로 찢어질 때의 쾌감이란..


가족이 운영하는 작고 귀여운 규모의 가게이지만, 그렇다고 얕잡아봐서는 안된다. 가게에 머무르는 잠깐 동안에도 동네 큰손들이 여럿 다녀가며 판단 커스터드 빵을 박스채로 한아름씩 사가는 동네 찐맛집의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카야 커스터드 빵을 여러 상자 구매하러 들어오신 손님


함께 구입한 단팥빵 역시 맛있었다. 쫄깃한 빵, 그리고 알갱이가 살아있고 단맛이 적당팥소의 조합이 마음에 쏙 들었다. 국에서 보기 힘든 홈메이드 단팥 느낌이었다. 가격은 마찬가지로 개당 15밧 (약 600원).

홈메이드 팥소 느낌으로 팥순이를 감동시킨 단팥빵
이 외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빵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가게 한편에서는 태국 시장 과자들을 함께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태국 특유의 '동네빵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태국의 시장 과자들. 저 가운데 오렌지색 막대과자 중독성 최고다. msg + 밀가루 + 오독오독 식감의 필승 조합.


영업시간: 6 AM - 6 PM

휴무: 없음


https://goo.gl/maps/D3MMsPjmwctiT8hv5





5. Vera Cafe & Gallery


시내에서 가까운 조용하고 한적한 거주지 한편에 위치한 카페.

힙스터 바이브가 느껴지는 외관


코랏 여행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 정오즈음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는 오후 느지막이 예약해 둔 택시가 오기 전까지 앉아 쉴 카페를 찾았다.


여러 카페를 두고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지막에 맘을 바꿔 이곳으로 발걸음이 이어졌는데.. 이렇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치즈케이크가 있을 줄 몰랐지.

타이밀크티, 아메리카노, 블루베리 크럼블 치즈케이크


코랏 출신인 카페 주인 Noon 씨가 독학으로 베이킹을 배워 매일 당일 만든 케이크를 판매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소 1인 1 케이크를 때리는 것이 마땅하다. (핑계 아님.) 그렇게 단맛에 취해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Noon씨가 구운 레몬 치즈케이크


Noon 씨의 베이킹 작업실은 카페 한편 창문 너머에 있는데, 작은 커튼 뒤에 비밀스럽게 가려져있다.

작업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음 메뉴, 초콜릿 케이크


꽤 넓은 카페 공간 곳곳에 식물로 장식을 했는데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비워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태국은 지방 소도시의 동네 카페마저도 감각적이다. 감동스럽다.


커피는 한 잔에 50밧(약 1,900원)부터 시작하고 케이크는 한 조각에 90밧(약 3,500원)으로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격인데, 동시에 가게가 조금 걱정스러워지는 가격대다.


4년 전에 오픈해서 기나긴 코시국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니, 행복하게 오래오래 장사하시기를.


영업시간: 월-금 7:30 AM - 4:30 PM / 토-일 8:30 AM - 5:30 PM

휴무: 없음


https://goo.gl/maps/qZPeFrYp6TWa4EAs5




더 많은 태국살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sorang.diaries 로 놀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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