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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May 22. 2023

다 같은 망고가 아니란다

5-6월 태국에 온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다양한 망고들


1년 365일 열대과일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태국에 살고 있지만, 이 과일덕후의 심장을 조금 더 설레게 하는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4월에서 7월이다.


이때 더 다양한 종의 과일들을 맛볼 수 있는데, 그중 특히 5-6월은 태국 슈퍼마켓에 온갖 다양한 종류의 망고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우리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태국 망고는 "마무앙 남독마이" . (태국어로 "마무앙"이 망고라는 뜻이니 우리말로는 남독마이 망고가 되겠다.)


태국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고, 1년 내내 슈퍼와 시장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또 태국의 유명한 디저트인 망고찹쌀밥에 올라가는 망고가 바로 이 망고다. 완전히 익었을 때 부드럽게 먹는다.

부드러운 과육을 보호하기 위해 그물망 포장재에 개별 포장되어있는 남독마이 망고
슈퍼마켓에서 썰어서 팔고 있는 망고도 대부분 남독마이 망고다.


하지만 5-6월 망고 시즌에 태국에 와서 남독마이 망고만 먹고 간다? 아쉽다. 아주 아쉽다. 왜?


사과는 부사, 홍옥, 홍로, 아오리 등등. 포도는 캠벨, 거봉, 머루포도, 샤인머스캣. 한국인이라면 모름지기 이렇게 과일 하나를 먹어도 종류별로 제일 맛있을 때 사다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 아닌가?


과일에 먹부심 있는 한국인이라면 더더욱 5-6월 태국 슈퍼에 진열되어 있는 온갖 종류의 망고를 보고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거다.

프롬퐁역 엠콰티어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5월의 망고들

이름도 특이하고, 각자 색 맛도 식감도 조금씩 다른 개성 있는 망고들. 짧은 시즌 동안에만 반짝 맛볼 수 있으, 마침 이 시기에 태국에 방문한다면 여러 종류를 먹어보고 취향에 맞는 망고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


몇 가지 망고들을 아래 간략히 소개한다.

각기 다른색에 모양도 다르지만 모두 망고입니다





1. 붉은 상아 망고 (마무앙 아창 댕, มะม่วงงาช้างแดง, Red Ivory Mango)

킬로그램당 99밧에 판매중인 붉은 상아 망고 (약 3,800원)


어린 코끼리의 상아 모양처럼 길쭉하고 붉은 외관 때문에 Red Ivory라는 이름이 붙었다. 껍질이 꼭 홍로 사과처럼 부드러운 선홍색을 띤다.


크기는 건장한 성인 팔뚝만 한데, 개당 2kg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왕 크고 왕 예쁘니까 왕 맛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망고는 아니다. 우리가 아는 보편적 망고 맛에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진 맛이다. 상큼한 과일을 선호한다면 아주 좋아할 맛.





2. 붉은 황제 망고 (마무앙 댕 짝끄라팟, มะม่วงแดงจักรพรรดิ์, Red Emperor Mango)

킬로그램당 89밧에 판매중인 붉은 황제 망고 (약 3,300원)


이 망고는 덜 익었을 땐 껍질이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듯한 색을 띠다가 완숙이 되면 진한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통통하고 묵직한 외관이 투박하면서 귀엽다.


맛은 아주 달콤한 편인데 거기에 살짝 새콤한 맛이 함께 있다. 붉은 상아 망고랑 맛이 거의 비슷한 듯하면서도 여름에 한국에서 먹는 자두 향과 비슷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영롱한 붉은 황제 망고의 속살!




3. 남독마이만 망고 (마무앙 남독마이만, มะม่วงน้ําดอกไม้มัน, Namdokmaiman Mango)


의 최애 망고 탑 3 목록에 있는 망고.


위에서 말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남독마이 망고 이름 끝에 "만"자 하나가 더 붙었다. 이름 뒤에 이렇게 "만"이 들어가면, 덜 익힌 상태에서 먹는 종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남독마이만 망고는 연노랑색인 남독마이 망고 보다 살짝 더 진하고 연두색에 가까운 노랑색을 띤다.

약간의 풋내와 함께 향긋한 망고 향이 나는데, 새콤한 맛이 전혀 없고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진한 홍시 맛에 망고 향과 달달함이 더해졌다고 표현하면 되려나? 처음 먹어봤을 때 망고에서 이런 맛이 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망설임 없이 3위 안에 듭니다. 꼭 먹어보세요!




4. 마하차녹 망고 (마무앙 마하차녹, มะม่วงมหาชนก, Mahachanok Mango)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에 가늘고 길쭉한 모양이다. 껍질은 개나리색과 옅은 붉은색이 섞였는데 그 색이 너무 귀하고 예뻐서 그냥 지나치질 못하겠는 망고다.

킬로그램당 49밧 (약 1,900원)에 판매 중인 마하차녹 망고

완전히 익혀 먹으면 달달하지만 살짝 덜 익었을 때 먹으면 꽤 셔서 얼굴 근육을 많이 쓰게 된다. 상큼한 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완숙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5. R2E2 망고


숫자와 알파벳이 들어간 이름이 특이해서 궁금했던 망고. R2E2 라는 이름이 마치 실험실에서 탄생한 이름 같이 느껴졌는데, 그게 사실이었다. 이 망고 품종이 개발된 연구시설에서 이 종의 나무가 위치했던 곳이 2번째 줄 (Row 2) 2번째 실험 나무 (Experiment 2)여서 R2E2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길쭉한 모양의 대부분 망고와 달리 둥그렇고 통통해 귀여운 R2E2망고


모양이 공처럼 둥글고 색이 불그스름해서 먹음직스럽다. 한국에서 "애플망고"라고 불리는 종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정확히 같은 종인 지는 잘 모르겠다. 애플망고를 먹어본 적이 없어 맛이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는 것.. 당연히 내 최애 망고 탑 3에 들어간다. 망고의 맛있음을 한 20배 정도 농축하면 이런 맛일까? 단맛뿐 아니라 그 부드러운 망고 향기까지 농축시킨 맛이다. 신맛도 전혀 없고 아주 달콤하다.


게다가 다른 망고들에 비해 과육이 정말 탱!글!탱!글!해서  칼이 들어가는 느낌부터 다르다. 마치 쫀득한 젤리나 도토리묵을 써는 듯한 기분. 또 통통한 사이즈에 비해 씨가 아주 작고 과육이 대부분이먹기 전 수확의 기쁨까지 주는 망고다.

R2E2망고는 6월이 지나면 마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한다.

킬로그램당 85밧 (약 3,300원)




6. 그린 망고


이 외에도 "나는 망고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먹어봤을 그린망고. 그린망고도 그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진열되어있는 여러 종의 그린망고들 - 왼쪽부터 킴홍, 키야우카민, 키야우삼롣

반전은 그린망고라고 모두 신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삭아삭하게 덜 익었을 때 고추소금이나 젓갈에 찍어먹는 새콤한 그린망고도 있고, 꼭 생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전분기가 많고 신맛이 전-혀 없이 달달한 그린망고도 있다.


모험심이 있는 편이라면 다양한 그린망고를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키야우삼롣 그린망고를 좋아한다.


키야우삼롣은 신맛이 거의 없고 살짝 물렁해졌을 때 먹으면 부드러운 단감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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