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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Jul 01. 2023

방콕의 무지갯빛 행운(雲)

모두들 좋은 기운 받아 가세요.


새 집으로 이사 온 뒤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내가 재택근무를 하며 저녁 여섯 시까지 꼼짝없이 앉아있는 책상이 해가 지는 방향으로 난 창문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 느지막한 오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와, 무슨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오는 것 같네" 하며 햇살이 내리쬐는 하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곧 그 감탄이 경외감으로 바뀌었다.


해가 지면서 구름 너머에 이런 무지갯빛 후광이 비추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는 동시에 구름이 움직이면서 그 후광의 빛깔과 모양도 시시각각 변화했다.


이 전에 살던 집에서도 지금 만큼은 아니어도 저녁노을 풍경을 종종 바라보곤 했었는데, 이런 무지갯빛 구름을 목격한 건 처음이었다. 내가 다시 이런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오래도록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그다음 날인 지난 목요일. 또 다른 모습의 무지갯빛 후광을 입은 구름을 보았다.

해가 지는 방콕 도시 풍경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구름
해가 거의 다 졌을 즈음엔 그 무지갯빛이 이렇게 크고 선명하게 번지기도 했다.


그렇게 해가 지는 내내 영롱한 무지개색 빛이 모양을 바꿔가며 비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나 말고도 저 빛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나처럼 압도되었을까.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각자 떨어져 있지만, 같은 순간에 똑같은 자연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우리는 사실,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 보니 이런 무지갯빛 구름은 '냉각된 물방울이 태양빛에 굴절돼 구름 가장자리가 무지개색을 띠는' 채운현상이라고 한다. (출처: 중앙일보 기사) 1 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니 지금 이 사진을 보는 모든 분들, 좋은 기운 나눠 받아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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