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랑 Aug 27. 2023

방콕에서 먹는 이스라엘 가정식

담백하면서 맛깔난 음식이 당길 때

방콕이 식도락의 도시인 이유는 물론 맛있고 저렴하기까지 한 태국 로컬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거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방콕 시내를 떠나지 않고 전 세계의 다양한 현지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


쩝쩝박사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이 도시, 방콕에 살면서 내가 즐겨 먹는 음식 카테고리 중 하나가 바로 중동 음식이다. 방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동 음식은 또 그 안에서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이스라엘 등등 각각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로 나뉜다. 각 식당은 저마다의 특징들이 있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후무스, 바비큐, 피타 빵, 팔라플 (병아리콩 반죽 튀김), 페타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 파슬리 샐러드 등을 서빙한다.


이 글에서 소개할 J Café이스라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인데, 방콕의 여타 중동 음식 전문점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가볍고 담백한 느낌의 요리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기름진 육류 없이 약간의 해산물과 달걀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간 샐러드, 샌드위치, 베이커리류 등에 집중된 메뉴 덕분이다. 깔끔하면서도 중독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당길 때 망설임 없이 찾을 수 있는 이스라엘 가정식 식당, J Café를 소개한다.





이스라엘 본토인들에게 검증된 맛집 


내가 J Café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였다. 첫 주문에 이 집 음식에 홀딱 빠져 주기적으로 배달시켜 먹기를 몇 달, 결국 직접 식당을 방문해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 지도 이제 꽤 오래되었다.


처음으로 식당에 직접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점이 바로 손님 대부분이 이스라엘 현지인들이라는 것이었다. 식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특별하고 분위기 있는 외식 장소라기보다는 방콕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편하게 집밥을 먹으러 오는 카페테리아 또는 가정식 식당 느낌이었다. 그 점이 왠지 더 끌렸다. 찐 본토인들이 인정하는 식당이라면 믿을만하겠다 싶었다. 방콕에서 한국인 손님이 대부분인 한식당은 찐 한식 맛집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J Cafe는 수쿰빗 소이 20에 자리한 Mille Malle 커뮤니티 몰 3층에 위치하고 있다.
J Café 내부





코셔 레스토랑, 베이커리, 식료품점이 한 곳에


또 J Café만의 독특한 점은 식당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와 식료품점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 내부에 이스라엘에서 직수입한 '코셔' 제품들을 판매하는 식료품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코셔'란, 유대교 율법에 따라 준비되어 섭취가 허용된 음식을 뜻한다. 유대교에서는 음식을 먹는 순서, 재료의 혼합, 준비 절차 및 섭취 가능한 음식 등에 대해 매우 세세하게 규정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조개류, 돼지고기, 올바른 방법으로 도축되지 않은 육류, 그리고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 등이 코셔 식단에 금지되어 있다. 유대교도에게 코셔 식단을 따르는 일은 신의 의지를 따르는 것과 같다.


식당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간식류, 차, 소스, 냉동식품, 시리얼, 심지어 샴푸와 생리대 같은 생필품까지 알차게 진열되어 있다. 구경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남의 나라 슈퍼마켓 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것. 히브리어로 빼곡히 적혀있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한 식품들도 많지만, 나처럼 해외여행 시 슈퍼마켓 구경을 꼭 하는 사람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서 구경할 수 있다.


레스토랑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식료품 섹션
브레드스틱, 프레첼스틱 같이 탄수화물 중독자들이라면 환장할 간식거리들이 바구니에 담겨있다.
이스라엘에서 건너온 간식들. 쿠키와 대추야자가 보인다.
올리브와 다양한 피클 통조림이 진열되어 있다.
'이게 이스라엘인들이 먹고 자랐을 불량식품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알록달록한 포장에 시선을 빼앗겼다.
Flavored Wheat Snacks (맛이 첨가된 밀 과자)라고 친절한 과자의 정체 풀이가 포장지에 적혀있다.
처음 보는 브랜드의 티백들. 크게 독특하거나 특별한 차는 없는 것 같았다.
조그만 냉동식품 섹션에는 고기류, 샐러드류, 피클, 소스, 요거트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의외의 방콕 빵 맛집


처음 J Café에서 음식을 배달시켰을 때 단번에 나를 중독의 길로 빠지게 만든 메뉴는 바로 이 집의 피타 빵과 이스라엘식 롱번 (길쭉한 빵)이었다. 내가 이전까지 중동음식점에서 시켜 먹은 피타 빵은 보통 맛이 강한 다른 음식을 중화시킬 목적으로 곁들여 먹는 "무맛의 탄수화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집의 빵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아마 식당에서 직접 빵을 매일 신선하게 굽는다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피타빵과 롱번 모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폭신한 식감으로 시작해서 중독적으로 고소한 맛으로 마무리한다. 빵순이라면 절대로 한 번 먹고는 만족할 수 없는 그런 맛.


통밀 피타빵과 그 뒤에 반으로 갈라진 이스라엘식 롱번
요렇게 도톰하고 폭신하고 고소한 피타빵 (왼쪽)을 처음 먹어봤다. 롱번 (오른쪽)은 촉촉하면서 쫄깃하고 고소하다.


하지만 페이스트리 류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특정 시간대에 방문하면 페이스트리를 오븐에서 나온 그대로 트레이에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븐 트레이에 그대로 두고 손님이 직접 집어가도록 진열해 둔 페이스트리들


판매 방식은 내가 먹고 싶은 페이스트리를 트레이에서 집어 골라 서버에게 건네면 그 자리에서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긴다. 나는 치즈, 바닐라, 시나몬이 들어간 페이스트리를 하나씩 맛보았는데, 페이스트리가 이미 눅눅해져 있어 실망스러웠다.


눅눅해 실망스러웠던 시나몬, 바닐라, 치즈 크림이 들어간 미니 페이스트리
냉장섹션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디저트들 - 왼쪽부터 카라멜 코코넛 쿠키 (alfajores), 초콜릿볼, 할바, 로투스, 파피시드 케이크





소랑의 J Café 추천 메뉴



1) 발칸 샥슈카 (Balkan Shakshuka)


J Café에서는 기본 샥슈카와 발칸 샥슈카, 이렇게 두 종류의 샥슈카를 판매한다. 내가 매번 주문하는 건 가지가 들어간 발칸 샥슈카다. 토마토와 구운 파프리카로 만든 매콤한 소스에 페타치즈와 달걀 그리고 가지가 들어간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지만 입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는 맛이다.


발칸 샥슈카를 주문하면 작은 사이드 샐러드와 피타빵이 함께 나온다. 피타빵은 일반 피타와 통밀 피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나는 거기에 롱번을 하나 꼭 추가해서 주문한다. 빵을 좋아한다면 꼭 추가로 주문해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지가 들어간 발칸 샥슈카, 260밧 (약 9,800원)
발칸 샥슈카는 나의 최애 메뉴다.



2) 베이글 토스트


베이글은 유대인이 발명한 빵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식당에 와서 베이글을 안 먹고 나가서야 되나? (안된다.) J Café에는 그냥 빵만 나오는 플레인 베이글, 차가운 신선 재료가 들어가는 베이글 샌드위치, 위아래로 구워져 나오는 베이글 토스트,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베이글이 있다.


나는 이 셋 중에서 바삭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베이글 토스트를 추천한다. 그 안에는 치즈, 계란, 가지, 토마토, 올리브, 참치 등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양이 상당해서 성인 두 명이 다른 메뉴 없이 나눠먹어도 배가 상당히 부를 정도다.


두 가지 종류의 치즈와 허브 시즈닝이 들어간 파머스 베이글 토스트 (Farmer's bagle toast). 240밧 (약 9,000원)
집에서 시켜 먹은 J Café 한상
삶은 병아리콩 토핑이 올라간 후무스 마사바하 (Hummus Masabacha). 180밧 (약 6,800원). 후무스는 무난하다.



3) 말라와흐 (Malawach)


알아챘겠지만 J Cafe는 탄수화물 맛집이다. 피타, 롱번, 베이글, 포카치아, 부레카스, 말라와흐 등 다양한 빵이 들어간 메뉴를 여러 개 시켜서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 독특하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무난히 잘 맞는 메뉴는 이 집의 시그니처 말라와흐다. 바삭하고 기름진 페이스트리 느낌이 나는 플랫 브레드 위에 후무스와 토마토 살사, 계란이 올라가 있다. 같이 서빙되는 피클과 매콤한 하리사 스프레드가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아준다. 든든한 한 끼로 아주 좋은 메뉴다.

J Café 말라와흐 (J Café Malawach) 가격은 190밧 (약 7,200원)





영업시간

토 휴무, 일-목 10AM - 8PM, 금 8AM - 5PM


구글맵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