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과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굿리스너이자 베스트프렌드였던 나의 팀장님에 대하여

by 건빵진소라

“팀장님 오늘 저녁에 댁에 가도 돼요?”

한때 내가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예전 회사 팀장님께 보냈던 메신저 내용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에 대한 답장도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이지!”

팀장님은 마더테레사 같은 분이었다. 클라이언트가 던진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와 달리 팀장님은 늘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침착하게 대응하셨다. 팀원들은 팀장님을 존경하고 잘 따랐다. 우리는 같이 일하는 동료와 트러블이 생기면 제일 먼저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한 번은 나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삐걱거리던 문제를 가지고 팀장님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팀장님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존경받는 존재여서 나와 동료 사이에도 그다지 크게 개입하지 않고 그저 듣기 좋은 말씀만 해주실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의외로 팀장님은 누군가에게 냉정해 보일지도 모르는 판단을 하셨고 그 사실을 공표하셨다. 팀장님은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경고성 멘트를 날리셨다고 한다. 너의 잠재력을 믿으며 오래도록 조용히 지켜봐 오고 있었지만 진짜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당시 일에 대해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그 점에 대해 우리 팀의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일에 대한 내 진심과 역량을 상대적이지만 나름대로 인정받은 것만 같아 남몰래 기뻐했던 것 같다. 팀장님께서 나와 갈등이 있었던 동료가 아닌 내 손을 들어주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가. 또 다른 한 번은 팀장님이 내게 네가 없이 프로젝트하는 걸 상상하기 어려워, 라고 말씀하셨었다. 팀장님과 나는 굿리더와 굿팔로워의 균형감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하는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뒤로도 깨닫게 된 부분은 팀장님은 그야말로 부드러운 리더십과 포용력을 가진 분이라는 사실이었다. 더 매력적인 건 팀장님이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나와 죽이 너무나도 잘 맞았다. 중요한 제안을 마칠 때면 나는 팀장님 오늘 한 잔 하실래요? 라고 자주 물었고 팀장님은 그래! 라고 자주 화답하셨다. 그러곤 함께 와인바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와인병 하나가 바닥을 보일 때면 나는 다른 와인 먹어볼까요? 라고 자주 물었고 팀장님은 또 한 번 그래! 라고 자주 화답하셨다. 나는 팀장님이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팀장님을 거의 인생의 반려자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그렇게도 많이 같이 놀자고 꼬셨던 것이겠지.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나서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팀장님을 찾았던 사실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

팀장님과 함께 있으면 누군가를 사람 대 사람으로 진심을 다해 좋아한다는 게 이런 거겠구나, 싶었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열정적이었던 나머지 팀장님과 팀장님의 남편분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꼭 보았고 댁에 두 분이 안 계실 때에도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정도였다. 팀장님의 동생분은 나를 신기해하셨다고 한다. 왜 예전 회사 팀장이랑 노는 거지, 하고. 이유를 굳이 밝혀보자면 팀장님 내외가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다정하고 사려 깊은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게 주는 다정함과 사려 깊음이 과분해서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것인가, 내가 그래도 되는 존재인가, 하고 종종 생각했다. 끝내 자신감 있게 그렇다, 라고 외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은 굿리스너이자 나의 몇 안 되는 베스트프렌드였다. 내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는 법이 없었고 내가 기뻐하면 같이 기뻐하고 내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해주셨다. 나는 태어나서 이런 사람들을 내가 만났다는 게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렇게 영광스럽고도 얼떨떨하게 몇 년을 보낸 것 같다. 그 많은 시간 동안 팀장님은 나에게서 칭송해야 마땅한 면모들을 다량 발견해 주셨다. 그녀와 있으면 나는 생각이 많고 배려심이 있으며 재능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팀장님 내외가 나의 정서적 기둥이자 뿌리가 되어주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추위에 쉽게 죽어버리지만 매력적인 향을 내뿜는 로즈메리를 가꾸듯이 나를 정성껏 가꿨다. 추위가 오려고 하면 나를 따뜻한 집안으로 들였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생각들로 나를 이끌어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내 모습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들은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 정성껏 가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곤란하다고 느끼는 상황을 그들에게 이야기하면 그들은 삶이 좀 그럴 때가 있더라, 그것도 다 지나가더라, 하지만 너는 지혜롭게 나아가고 있다, 라고 말했다. 때로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서는 대하기 막막하게 느껴졌던 문제가 해결 가능한 영역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너무 무겁게 생각했던 주제가 생각보다 가벼운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스스로를 낮춰 보는 모습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호의와 함께 넘치는 위로를 받았다.

관계는 참 어렵고 복잡하다. 지금도 팀장님 내외와 연락을 나누지만 어쩐지 서로의 삶이 바빠진 탓에 예전만큼 자주 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점이 내게는 매우 아쉽지만 그런데도 이런 귀한 순간들을 함께 맞이할 수 있는 관계였음에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 그 관계 덕분에 내가 정말 많은 순간 위로받았고 더 열심히 살아갈 동력을 얻었으며 다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니. 받은 것이 있으니 주고 싶은 마음에 혼자 되물어본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더 잘 살아갈 동력을 주며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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