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aya Sep 02. 2015

#prologue 방황, 여행의 시작

여행의 시발점에는 언제나 방황이 있었다. 


여행의 시발점에는 언제나 방황이 있었다. 겨우 4년을 다닌 회사에서 나는 결국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고, 자신의 욕심을 내게 강요하지 않는 엄마에게 정말 감사했다. 나는 참 뭘 하던 간에 어떤 문제이던 간에 참 격렬하게 끝내는구나. 뭐 하나 그냥 되는 것 없이.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앞으로 내 선택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만들어졌으면 ("May your choices reflect your hopes, not your fears." -Nelson Mandela) 좋겠다던 내가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이 관성이 아니면, 실패자가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리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하다가 펑펑 울고 말았다. 그래도, 이해해주는 엄마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어 목놓아 울었다. 


내 인생의 목적이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행복한 노후생활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 말하며 자위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려니 내가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돈 걱정을 한적이 있었나? 싶었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 채 써도 써도, 돈은 항상 남아 있었다. 5년, 10년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돈을 쓰고, 삶에 대한 고민 없이 살았다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저 '펑펑' 소비하는 생활만을 해댔겠지. 인생이라는 건, 분명 나를 주체로 흘러가야 하는데... 내가 변해야 하는데... 어느새 나는 주위에 영향을 받고 그 곳에 반응만 하며 사느라 급급하지 않았나.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인지와 감사함을 갖고 사는 것. 그저 일에 치여 하루하루, 그리고 한 달을 보내고 나면 얻는 월급. 그것이 타인에게는 얼마나 큰 가치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펑펑 써대는 나. 이제는 그만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누구 말마따라 첫 회사는  첫사랑인가 보다. 정말 첫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 같은, 복잡 미묘한 혹은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나의 퇴사에 보였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나로 하여금 인간관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내 미래에 대해 걱정해주며 나를 말렸지만, 모든 것이 결정된 후에는 앞으로 다가올 나의 새로운 인생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친구랑 사업하는 것도 비추, 주위에 사업해본 사람이 없으면 해보는 것도 비추, 확실한 계획이 없으면 무조건 비추. 그냥 다 비추... 보고를 많이 하셔서 그런가, 심지어 나의 퇴사 또한 어떻게 보고할 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슬펐다. 그보다 더 슬펐던 건 나의 퇴사로 자신에게 돌아올 영향이나 반사이익 따위를 생각하거나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받은 인상은 그러했다. 그래도, 퇴사하고 나서라도 연락 온 동기들.. 팀장님 본부장님 생각하면 우리 회사가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 첫사랑이니까.


사실, 그 위험하다는 중남미로의 여행이라 출발하기 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이왕 저지른 거, 어쩌겠는가. 



  주위에서 보고 듣는 온갖 흉흉한 소리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고 살아돌아오기만을 기원하는 나를 보며, 이 여행이 끝났을 때 새까맣게 탄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현재를 살기를 바란다며, 나조차도 결과를 떠올리는 것이 우습지만. 그땐 그랬으면 좋겠다. 그곳에 사는 타인의 불행을 안주삼아 내 인생을 위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온전히 내 삶을 사는 방법. 철이 좀 들어서 돌아왔으면 한다. -  2015.03.02


멕시코로 출발하던 날의 일기. 다시 보니 새삼스럽다. 흐흐





6개월이 지난 지금- 환하게 웃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까맣게 타기는 했다. 철은 좀 들었으려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