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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Apr 16. 2020

[#하루한줄] 잠들지 말 것,말하지 말 것,보지 말 것

은밀한생/파스칼키냐르/문학과지성사/2001

사랑은 열정으로부터 솟아나든가, 그렇지 않으면 결코 생겨나지 않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13) 


나는 그녀가 무엇을 느꼈는지 모른다. 나는 그녀의 진짜 본성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한 여자를 소유한다 하더라도 결국 아무것도 소유하지는 못하므로 내가 그녀를 소유한 적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한 여자를 꿰뚫는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꿰뚫지 못한다. 내가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71) 


전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함은 굉장한 전달 수단이다. (75) 


언어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를 좋아한다. 자기모순에 빠지기를 즐길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말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만든다. 언어는 지배력을 추구한다. 언어의 기능은 대화인데, 대화는 오늘날에는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전쟁이다. 그건 말로 하는 전쟁이어서 몸으로 하는 결투를 대신한다.  지도자들은 언제나 무엇보다도 언어를 사랑했다.... 즉 가슴 깊이 느껴지는 모든 것을 외면해야만 한다. (80) 


영혼을 가진 다는 것은 비밀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랑, 타인에 대한 비밀, 이것들은 동일한 것이다. 나체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랑은 비밀 같은 것이다: 나체의 가장자리에 있는 비밀. (93) 


그런데 사랑이란 정확히 이런 것이다: 은밀한 생, 분리된 성스러운 삶,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 (94) 


인간 사회에서는 각자의 정체성이 전적으로 언어에 종속되어 있다.... 그것이 그들을 사회적 존재로 규정한다. (138) 


인간들의 삶이 복잡한 까닭은 이중성이 그들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성적으로 그리고 언어학적으로. 반만 매혹된, 반은 놀라움에서 깨어난 삶. 반만 동물적이고, 반은 언어적인 삶. (174) 


사랑 본래의 비참한은, 가장 비사교적이고 가장 사적이고 대중과 신의 시선에 가장 폐쇄된 의사소통의 결과가, 한 어린애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사회의 열림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에 있다. (202) 


삶은 사적일 경우에만 생동감으로 넘치고, 나체는 이미지가 부재할 때만 나타나고, 여명이나 황혼에서 반복되었으며 또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자기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 대한 기억에서마저도 벗어난, 매 순간에 동의하는 욕망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이렇게 까지 말할 수 있다: 모든 모국어들, 구어들, 인간 상호 간의 언어들을 다소간 등지지 않은 사생활이란 없다. (231)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은 결코 유익하지 않다.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 내부에서 말하고, 그들은 복종할 뿐이다. (247) 


아쉴 타티우스는 그의 소설 레우시페와 클리토폰에서 눈이 맞는 것이 성교보다 더욱 세게 껴안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단언한다: 이것이 매혹에 대한 에로틱한 정의다. (270) 


자신의 주인이 되려면 자신에게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정체성이란 사회적 역할이 따르고 있는 의존 관계보다 더 요원한 것, 육체보다 더 우연한 것이 아닐까 의심해야만 한다. (422) 


1. 행복이란 두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진 이슬이 반짝이는 거미줄이라고들 말한다. 새벽에 수줍게 솟아난 가장 작은 빛도 그 거미줄에 걸리고 만다. 

2. 거미줄은 작은 날벌레들이 몰려드는 죽음의 함정이다.

행복 역시 욕망에 족쇄를 채우는 함정이다. 

인간의 언어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은 하나뿐이다... 인간의 언어의 출구에는 세 개의 문이 있다: 즉 수면, 침묵, 나체다... 세 개의 문은 세 개의 결별이다. (459) 


나는 행복하지 않다. 왜 내가 행복해야 할 것인가? 사회 질서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467) 


비교적 성공적으로 퍼즐을 맞추려면 소통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이라는 열쇠를 사용하되 사랑의 세 가지 금기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세 가지 금기란 잠들지 말 것, 말하지 말 것, 보지 말 것이다.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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