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취미생활 #1. 태권도
사실 만으로 서른이다. 토종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초중고대를 나왔지만 그 시절에는 여자아이들에게 태권도를 많이 가르치지 않았다. 여고를 다니면서 단 한 명, 캐나다에 태권도 시범을 하러 가는 친구를 보며 "아 울 엄마도 나 태권도나 보내주지! 쓸데없이 재능 없는 피아노만 배웠네."라는 생각은 했었다.
나이가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무술 또는 무예라는 것이 꽤나 멋져 보였다. 브라질 주짓수나 카이포에라는 언제 한 번쯤 꼭 배워봐야지! 마음속 다짐만 골백번 했다. 그러면서도 태권도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 고정관념 속 태권도는 아이들이 배우는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
그러다 지금 남자친구 Y를 만났다. 외국인인데 어렸을 때 5년 동안 태권도를 했다. 신기했다. 사람들이 말로만 태권도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이번에 프랑스에 가서 Y의 친구들을 만났다. 다들 한국어는 못해도 앞차기, 돌려차기, 태극팔장(?) 나도 모르는 단어들을 알고 있다.
사실 계속해서 태권도로 나를 전도하는 Y의 권유를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피하고 ‘다음에 기회에’ 로 넘겨왔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가 가장 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겨우 나이 서른에 이런 소리하는 게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이 두려웠다. 게다가 이 도장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곳이고 그 안에서 내가 제일 못할 것이라는 것... ㅇ ㅏ.. 게다가 나는 나이도 적지 않다.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하나둘 배워가야 하겠지. 체념하고 그 두려움을 즐기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새로운 운동을 배우겠나. 이 친구가 아니면 내가 태권도를 배우러 갈 기회가 또 있으려나? 결정적으로는 내 인생에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결국 시작해보기로 했다.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네가 태권도를 배운다고? 그 나이에?" "..."
걱정과 달리 첫 수업은 재미있었다. 하이얀 도복과 하이얀 띠를 받았다. 난생처음 도복이라는 것을 입어보고 맨발로 뛰어다니니 기분이 좋았다! 아직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엉망진창으로 발차기를 하며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나니 두 시간이 지났다. 아직 기합도 어색하고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파란 눈에 초록띠를 한 친구가 매우 진지한 자세로 연습하는 품새를 보고, 시선을 나에게 돌리니 웃음이 나왔다.
첫 수업이 끝나고는 심야영화를 보고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2시에 눈을 떴다. 12시간을 잤다. "아 운동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던 동시에 내가 한 번도 이런 격렬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삼십 년을 살면서 내가 해온 운동이라고는 수영, 요가, 필라테스, 헬스 밖에는 없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뿌듯함과 온몸의 근육통이 동시에 느껴졌다.
까짓 거, 별거 아니네. 괜히 겁먹지 말자고!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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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wikipedia.org/wiki/Taekwo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