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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Mar 28. 2019

도미토리와 싱글룸 사이


지금은 여행 중이다. 몇 주 내내 도미토리에서 잤더니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깰까 봐 종종거리며 씻으러 가고, 종종거리며 짐을 싸고. (물론 매너 없는 몇몇 애들은 그런 거 없다.) 도미토리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한다.


코스타리카의 한 (파티) 호스텔 12인실에서 잠을 잤다. 나는 2층 침대를 배정받았고 내 아래 1층에 잘생긴 아르헨티노 친구가 배정받았다. 출장으로 아르헨티나에 여러 번 갔던 터라 반갑게 얘기를 하고 금세 친해졌다. 같은 방에 있는 칠레녀 4인방과도 금세 친해져서 함께 얘기를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영국인 친구를 위해서 통역(?)까지 해가면서 모두가 한데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잘생긴 아르헨티노는 역시나 잘생겨서인지 밤늦게 까지 들어오지 않았고 내가 한참 단잠에 빠져있던 새벽 두시쯤, 어떤 여자를 데리고 본인의 침대로 돌아왔다. 1층에는 그와 그의 인스턴트 러버가 있었고 나는 그들의 2층 침대에 있었다. 얼마나 부스럭 부스럭 대던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얘기해야지!!!! 아오!!!!' 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태까지 간 도미토레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 @산호세, 코스타리카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는 사실 꽤나 내성적(?)인 사람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믿지 않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에너지를 뺏기는 편이다. 대신 혼자 있는 시간, 혹은 아주 가까운 누군가와 있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어울리는 시간은 꽤나 즐겁기는 해도, 한편으로는 매우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싱글룸을 예약했다. 과테말라는 대체적으로 물가가 매-우 저렴하다. 그 유명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는 근사한 커피숍에서 2달러면 마실 수 있고, 싱글룸도 20달러면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과테말라에 온 뒤로는 좀 편하게 혼자 지내기로 했다. 도미토리가 너무 지쳐서. 그런데, 싱글룸에 오니까 너무 심심한 거다. 분명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혼자가 되고 나니 너무 심심한 거다. 이제는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커피 마시는 것도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루함이 온몸을 덮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거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친구를 만들러 나가야겠다!"


하루 25달러짜리 트윈룸! 혼자 침대 두개 다 쓴다! @안티구아, 과테말라


이런 내 상태를 나의 베스트 프렌드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다시 한번 나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이놈의 변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미토리와 싱글룸 사이 같은 건 없을까? 도대체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나이가 들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http://aladin.kr/p/nec5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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