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가 붉은 배 위로 내려앉은 후로, 물 위의 길은 서서히 사라지고 파도도 더는 일지 않았다. 푸른 하늘과 잔잔한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수평선 끝을 유심히 바라보던 에겔이 켄트에게 말했다.
"돛을 올릴 때가 되었습니다."
"알겠네."
켄트가 로이를 돌아보자. 로이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선미로 향했다. 그의 심장이 긴장감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계 소리가 더욱 맑고 크게 울리며 그의 온몸을 전율시켰다. 로이는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키를 붙잡았다. 견고하고 묵직한 키가 로이의 두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오히려 지지하는 듯했다. 켄트가 로이에게 말했다.
"네 심장에서 울리는 시계 소리를 따라가면 된단다."
그의 말은 마치 신호탄 같았다. 로이는 즉시 눈을 감고 심장에서 울리는 시계의 언어를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리고 날개를 펼쳐 깃털 하나하나의 방향을 정교하게 맞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준비를 마친 날개를 힘껏 퍼덕이자 붉은 배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손에 쥐어진 키가 날갯짓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붉은 배는 곧 순항의 기류를 타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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