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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양식

by 소래토드



남자는 앞을 향해 손을 연신 내밀며 길을 안내했다. 그의 두 아들이 로이의 얼굴을 힐끗거리며 저희끼리 무언가를 소곤거리니 남자가 엄한 얼굴로 나무랐다. 잔뜩 풀이 죽은 아이들에게, 남자가 못 보는 사이 로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두 아이는 금새 마음이 풀려 키득거렸다. 아이들의 얼굴은 닮은 듯 달랐다.


"쌍둥이입니다."


로이의 표정을 읽은 남자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로이는 말없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 왔습니다. 시장하시지요? 곧 음식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낯선 상황 속에서, 민망할 만큼 로이는 정말로 몹시 배가 고팠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었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맛볼 첫째 하늘의 음식에 설레었다. 둘째 하늘의 음식은 단순하고 신선하고 깊은 맛이었지만, 첫째 하늘의 음식은 무언가... 가득 차고 섞여있고 간절한 맛이었다. 둘째 하늘의 음식은 영혼을 회복시키는 듯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고단함을 달래기에는 첫째 하늘의 음식이 제격이었다. 로이는 지금 무척이나 고단했고, 집안에서부터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음식 냄새에 위가 요동치는 듯했다.


남자는 집 앞 너른 마당 한편에 세워놓은 천막으로 로이를 인도했다. 천막 안은 꽤 아늑했다. 서너 장의 넓고 두꺼운 카펫이 바닥에 깔려 있었고, 오래되어 닳아 있었지만 충분히 푹신하고 부드러운 방석이 놓여 있었다. 양털을 물들여 무늬를 넣어 짠 천이 사방에 둘려있었는데, 어스름이 지고 나서 시작된 거칠고 찬 바람에도 별로 요동함이 없을 만큼 튼튼했다.


로이는 문득 빨간 벽돌집을 떠올렸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베개로 가득했던... 어린아이들이 베갯속에 숨어 있던 그 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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