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와 로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에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가 된 것이군."
아리가 셋째 하늘을 둘러싼 무지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에겔은 말없이 닻줄을 잘라냈다. 바다 밑바닥에 닻을 내려놓은 붉은 나무배는 이제 바다 물결에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배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로이가 다급히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 계시죠?"
켄트는 대답을 하려다 말고 멈췄다. 다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말을 덜어내는 것이 옳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새 붉은 배는 폭포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순순히 기울어진 배는 폭포가 만들어 낸 안갯속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로이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 켄트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지만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없이 겹쳐진, 많은 물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농밀한 안개와 창일한 물소리 속에서 그들은 붉은 배와 함께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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